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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심리 도감 - 색이 지닌 힘으로 사람의 심리를 간파한다
포포 포로덕션 지음, 김기태 옮김 / 성안당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정육점의 전등은 붉은색이고, 병원 특히 정신병원의 벽은 하얀색이고, 면접을 볼 땐 차분하게 보이는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으라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을 꾸미는 색채는 단순히 심미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실제 색채가 가진 효능을 기초로 정해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 효능을 알건 모르건 그 색이 가지는 심리적 효과를 반영하여 색채가 정해지고 있는 것이다. 색채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색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어떠한 패턴을 보이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 색채 심리학인데 구체적으로 색이 사람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감정일 때 특정 색상을 선택하는지 등의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다.
[색채 심리 도감]은 색채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색채 심리학의 기초와 색의 다양한 가능성, 색채 심리학의 효과, 색의 기초지식, 문화, 유래, 기능성, 색의 이미지, 그리고 색채 심리학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응용법까지 그야말로 색채 심리를 종합적으로 다룬 색채 심리 도감이다. 색은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감각과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신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심리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신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조금은 새롭게 느껴진다. 감정과 감각/판단, 신체에 미치는 색이 영향을 알고 있으면 효과적으로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색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책에는 색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 세 가지로 구분하여 꽤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다. 색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파트는 해당 컬러의 중요한 효과와 활용 예, 사용할 때의 팁 같은 것들이 상세히 나오고 있다. 그 외에도 배색과색의 의미, 대표적인 색과 그 색의 수치, 색의 종류 등 그야말로 색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다 제공된다. 물론 전문 디자이너도 아닌데 색의 미묘함을 드러내는 색이 수치나 색의 이름 같은 것까지 다 알 필요는 없고 색의 효능과 활용법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 활용법은 간략하지만 일러스트를 통해 조금 재미있게 알아보고 있어서 이해를 돕는다.
책이 재미있고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단순히 색의 의미나 성질, 효과, 종류를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색의 성질과 효과를 가지고 실제로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릇의 색과 음식의 색으로 식욕을 더 당기게 한다던지, 마케팅에서 구매를 결정하게 만드는 색의 역할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또 사진을 찍을 때 배경색에 따라 인물의 이미지가 달라진다던지 수면을 유도하는 색으로 침실의 조명을 바꾸는 법도 알려준다. 색이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있지만 보통은 어떤 색이 어떤 영향을 준다라는 식의 단편적인 정보전달에 그쳐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애매한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들을 명확하게 알려줘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이다.
보통 분홍색, 핑크는 여성이 좋아하는 색이라는 편견 때문에 남성들은 핑크를 멀리하는데 분홍색은 신체를 젊게 한다고 한다. 핑크를 보기만 해도 마구 젊어진다거나 하는 마법같은 효과는 아니지만 분홍색 옷을 입고 주위 환경이 분홍색인 곳에서 생활하면 외모가 젊어지고 성격도 밝아진다고 한다. 아마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측하는데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싫어하는 색으로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을 하는 커리어 우먼은 분홍색을 부드러움과 약점이라고 생각해서 여성스러운 분홍을 꺼린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앞서 말한 분홍색은 여성의 색이라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색에 대한 성고정관념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스포츠에서도 색채가 큰 역할을 하는데 유니폼 색에 따라 승리할 확률이 달라진다고 한다. 빨간색과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를 비교해보니 빨간색을 입은 선수들이 승리한 비율이 더 높게 나온다고 한다. 언젠가 월드컵에서 한국이 전통의 빨간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을 때는 승리했다가 하얀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패배했다는 기록을 본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빨간색 유니폼은 교감신경이 우세하고 공격적인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더 승리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는 내가 빨간색을 입는 것과 내가 입은 빨간색을 상대방이 보는 것. 즉 유니폼을 입는 것과 보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에 대한 결과는 확실하게 나온 것 같지 않다.
또 재미있는 것 중에는 영화 속에서 색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려주는 영화 속 색채 심리가 있다. 헐리우드에서는 영화를 연출할 때 극에 맞게 관객의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해 컬러 그레이딩이라는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고 한다. 컬러 그레이딩이란 동영상, 이미지 등의 색을 전자적, 사진화학적, 디지털적으로 변경하거나 강화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색을 덧칠해서 더욱 진하게 하거나, 더욱 어둡게 하는 등의 기술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런 기술을 통해 인물의 심리 묘사를 한다던가, 인물의 성격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다는데 영화를 볼 때 그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 감독의 의도를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색채 심리라고 해서 단순히 '이 색은 이런 효과를 가지고, 이 색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면 어떤 심리상태이다'와 같은 식의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색과 관련된 심리분석글에 나오는 수준의 내용이 아니라 색과 관련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어서 꽤나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색을 활용해서 자신에게 맞은 컬러의 옷을 고르고, 코디하는 법이라던지, 그날의 기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컬러를 찾고, 감정과 감각을 움직일 수 있는 컬러를 알려준다거나 하는 컬러 활용법도 굉장히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색에 대한 정보도 얻고, 활용도 할 수 있는 꽤나 실용적인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 그래서 군데군데 일본 느낌의 일러스트가 많이 나오고 욱일기를 상징하는 상징물도 자주 등장해서 조금 거슬린다. 또 일본의 전통 배색이나 일본식 색채 같은 것을 소개하고 분석하기도 하는데 같은 내용으로 한국적인 색채를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것을 제외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