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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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시에선 곤충을 잘 접하기 힘들고, 기껏 만나게 되는 도심 속의 곤충이라곤 모기, 파리, 바퀴벌레 등의 해충들 뿐이라서 곤충은 작고 귀찮다는 생각에 우리는 곤충을 혐오하고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른 동물이나 식물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가지게 되는데 사실 해충이라는 것도 인간의 기준으로 곤충을 구분한 것일 뿐이고, 인간의 기준으로도 곤충은 우리 생각보다 인간에게 훨씬 이로운 존재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생명체가 곤충인데 우리는 우리와 함께 공생하고 있는 곤충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한낱 미물이라고 생각하는 곤충이지만 지구상의 모든 개미를 모두 합치면 인류 전체의 무게보다 더 많이 나간다고 하니 곤충의 종의 생물량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엄청난 것이다.


[곤충 수업]은 우리가 잘 몰랐던 곤충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을 전달해 준다. 그런데 단순히 곤충과 관련된 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곤충과 관련된 역사, 문화, 사회, 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곤충을 살펴보고 생각해보는 곤충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곤충을 소개할 때는 바로 곤충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에세이처럼 저자의 이야기나 주변 이야기 등의 썰을 먼저 풀고나서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곤충 이야기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스토리텔링 형식은 생소한 곤충의 생태나 특징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이런 형식은 정보 전달의 딱딱한 공부가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수업처럼 곤충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책은 총 5부로 되어 있는데 먼저 곤충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과 이미지, 곤충이라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곤충의 이름, 자연의 섭리 등 곤충 그 자체에 대한 개요에 해당하는 1부 웰컴 투 곤충 수업, 곤충학자로 살아가며 느낀 것들과 곤충과 관련된 개인적 경험 등을 모아놓은 2부 곤충학자의 일상다반사,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곤충들의 생존전략과 곤충의 삶과 죽음, 일생을 다루는 3부 곤충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곤충의 문화적인 고찰 4부 충문화 산책, 마지막으로 사회, 역사 등 여러 분야로 살펴본 곤충의 세계인 5부 ‘곤피아’를 꿈꾸며 이렇게 다섯 파트로 구분은 되어 있지만 몇몇 이야기 외에는 특별히 어떤 주제라고 구분될만한 내용은 아니라서 꼭 주제를 따져가며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곤충 인문학적인 느낌으로 곤충의 생태부터 인류와의 관계, 문화 속의 곤충 등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곤충도감이나 곤충의 생태학적인 내용에 집중하던 곤충 관련 서적보다 조금 더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상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다. 마치 생물학 시간 때 배우던 곤충의 생태학적인 습성이나 생활양식 같은 내용은 곤충을 생물학적으로만 이해하는 좁은 의미의 곤충 수업이 되지만 이 책에서처럼 곤충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여러 의미를 찾는 시도는 그야말로 곤충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보다 폭넓고 유익한 곤충 수업이 된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보니 꼭 어떤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는 측면이 아니라 순수하게 재미라는 측면에서도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꼽등이 괴담

2010년 이전까지 생소하던 꼽등이라는 것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곱등이는 살충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다는 괴담이 떠돌았다고 한다. 살충제를 맞아도 죽지 않고 사람 키만큼 높이 뛰어올라 사람을 놀라게 하는 혐오 곤충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꼽등이는 한국에 알려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처음 인류의 문명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만 년 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의 한 동굴의 벽화에서이다. 꼽등이는 옛날부터 전 세계 어디에서나 어둡고 습한 곳에 서식하며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중이다. 꼽등이의 이런 습성 때문에 영화 기생충에서는 반지하 셋방살이하는 빈곤층을 이 꼽등이에 비유하기도 했었다. 다시 괴담으로 돌아가면 꼽등이에게 살충제를 뿌리면 바로 죽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후 죽게 되는데 이런 시간의 텀 때문에 꼽등이는 살충제를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괴담이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초충도의 의미

5천 원권에는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그려져 있는데 수박과 여치라는 제목과는 달리 거기 그려진 곤충은 모기나 깔따구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확인해보니 확실히 여치 치고는 다리가 너무 가늘게 묘사되어서 모기 같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여치 전문가인 저자에게 관련 인터뷰가 들어왔다는데 여치 전문가의 의견은 여치가 맞다고 한다. 그리고 여치는 초충도에 많이 사용되는 소재라고 한다. 초충도, 즉 풀과 벌레 그림이라는 뜻인데 초충도에 등장하는 생물들은 각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가령 여치는 출세와 벼슬을 뜻하고, 나비는 팔십 노인, 기쁨을, 사마귀는 인내를, 메뚜기는 자손 번창, 딱정벌레는 과거급제를 의미한다고 한다. 대부분이 한자어 발음이 같은 것에서 유래한 것 같은데 메뚜기는 한번에 알을 99개씩 낳기 때문에 자손 번창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 같다.


해골박각시

서양에도 물론 초충도가 존재한다. 반 고흐도 곤충 그림을 그렸는데 고흐는 어릴 때부터 관찰력이 뛰어나서 곤충을 세밀하게 관찰하여 그림을 그린 것 같다. 고흐가 그린 곤충 그림 중에 해골박각시를 그린게 있는데 해골박각시는 소설 양들의 침묵에 등작하는 등의 무늬가 마치 해골처럼 보이는 바로 그 나방이다. 아마도 고흐는 죽음을 예견하며 해골박각시를 그렸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그런데 실제로 고흐가 그린 그림은 유럽에서 가장 큰 나방인 공작산누에나방이라고 한다. 공작산누에나방은 해골박각시처럼 등에 해골 무늬가 있는 대신 날개에 마치 커다란 눈과 같은 눈알 무늬가 박혀있는데 고흐는 이 눈알 무늬와 해골 무늬를 한번에 그려놓았다. 말하자면 두 나방의 대표적인 특징을 한데 섞어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관찰력이 좋은 고흐가 이걸 실수했을리는 없고 어쩌면 죽음에 대한 강박 때문에 굳이 있지도 않은 해골 그림을 그려넣은 것은 아닐까?


음식에 들어간 벌레

먹는 음식 속에서 벌레가 나온다면 그건 정말 큰 일이다. 그런데 가끔씩 제조 과정이나 유통 과정 중에 음식물에 벌레가 들어가는 일이 왕왕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 제조사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가정에서 소비지가 보관을 잘못할 경우에도 벌레가 생길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해야 한다. 그야말로 먹는 음식에서 벌레가 나온다는 것은 정말 불쾌한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음식에 벌레가 들어가면 풍미를 좋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일부러 벌레를 넣어서 상품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구더기 치즈나 파리알을 넣은 토마토소스, 곤충의 미세조각을 넣은 초콜렛 그리고 냉동 브로콜리나 홉에도 일정량의 진딧물이 첨가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이 즐겨마시는 딸기우유를 만들 때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빨간 색소가 첨가된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벌레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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