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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세계사 365 - 세상의 모든 지식이 내 것이 되는 ㅣ 세상의 모든 지식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심용환 지음 / 빅피시 / 2021년 6월
평점 :

우리에게 역사란 과거를 돌아보고 그 속에서 교훈을 얻고, 여러 사건들의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 그 흐름 속에서 현재를 고찰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학문이 아니라 그저 연표외우기와 사건들의 순서를 딸딸 외우는 것에 불과한 교과 과정의 하나의 암기과목에 불과하다. 여러 사건들의 역사적 의미 같은 건 생각지도 않고 그저 시험을 위해 필요한 내용만을 외우기에 급급하다보니 역사란 것이 재미없고 지루하고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어졌다. 억지로 외운 내용들은 졸업과 동시에 모두 잊어버리게 되어서 실제로 머리 속에 남는 것도 없고, 그것에서 뭔가 교훈을 얻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이후로는 가끔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도 연표외우기의 악몽이 떠올라서 선듯 공부를 할 생각을 못 하게 된다.
[1페이지 세계사 365]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1페이지씩 서로 다른 테마의 365개의 역사 교양 지식을 하나씩 쌓아올리며 역사 지식을 확장시켜 나간다는 컨셉의 책이다. 인류의 역사의 시간만큼 세계사가 다루는 영역은 크고 방대하기 때문에 그것을 전부 한번에 보고 익히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리고 학교 수업처럼 비슷한 내용의 반복되는 역사 이야기나 암기에 치우친 학습법은 지루해지기 쉬워서 금방 흥미를 잃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동양사, 인물, 서양사, 예술사, 문명사, 빅히스토리, 도시사와 기술사 라는 7가지 요일별 테마를 정해놓고 매일 다른 역사 지식을 하나씩 섭렵하게 되므로 항상 새로운 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지루하지 않게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 사람들은 긴 서술형의 글을 읽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글은 물론 영상까지도 짧은 짤로 만들어서 빠르고 간단히 소비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 책의 내용도 마치 짤이나 숏폼 콘텐츠의 느낌이 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길지 않고 간단해서 읽기에 부담이 없고, 암기가 필요한 내용도 없어서 기존의 암기 위주의 역사 공부 스타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요일별로 하나의 테마를 적용하여 하나씩 역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굳이 책에서 정한 순서에 구애받지 말고 손가는 대로 읽어도 된다. 관심있는 요일의 테마만 묶어서 읽어도 좋고, 어차피 개별적으로 독립적인 내용이므로 시간이 날 때마다 그냥 아무곳이나 펼쳐서 읽으면 될 것 같다.
책은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현대사까지 전 시간대를 아우르고 있고, 동서양의 세계사 중 가장 중요한 사건, 인물, 장소, 그리고 흥미로운 문화와 종교, 예술 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골고루 담아내어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세계사의 여러 지식들을 섭렵할 수 있다. 기존의 세계사는 서양의 유럽사를 중심으로 기술했던반면 이 책에서는 한국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동양사의 비중을 늘려서 한국의 관점에서 동서양의 역사를 균형감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도 기존의 역사책과는 차별화된 점이다.
일단 테마 자체도 다양한데 테마별로 다루고 있는 주제들도 굉장히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정신병원, 성형수술, 전시 성폭력, 여아 살해, 성매매 같은 일반적인 역사책에서는 그다지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들도 있고, 참호전, 유격전, 덩케르크, 삼국지와 수호지 같은 전쟁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이나 에도 막부, 가마쿠라 막부, 신해혁명, 체 게바라, 길가메시 서사시 같은 굉장히 친숙하고 많이 들어는 봤지만 의외로 잘 알지 못하는 내용들도 있어서 제목을 보면 궁금하다는 생각과 함께 눈길을 잡아끄는 주제들이 잔뜩 포함되어 있다.
특히 동양사 중에서도 일본에 대한 내용이 많이 보이는데 생각해보면 학교 세계사 시간 때 중국사는 꽤 많이 배웠지만 일본사는 거의 배운 기억이 없다. 아무래도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일본의 역사까지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일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이 없었는데 여기에 일본의 역사가 상당히 다루어져서 시대별로 중요한 내용들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어서 유용했고 기존의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서 벗어나있던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인도, 말라카 같은 소외되었던(?) 나라들에 대해서도 짧게 나마 알게 되어 좋았다.
하나의 내용은 모두 한페이지 안에 끝날 정도로 간략하게 핵심내용을 정리해놓아서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반대로 말하면 너무 축약해서 디테일한 세부적인 내용은 놓칠 수도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우선은 역알못들이 관심을 가지고 알아두면 유용한 핵심적인 내용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내것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매 요일마다 테마가 바뀌다보니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세계사 이야기를 읽을 수 있지만 하나로 쭉 이어지는 큰 흐름이나 맥락을 잡기에는 조금 불리할 수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의 연대기적 흐름이나 역사의 연속성을 배우기 보단 개별적인 사건과 아이템을 알아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으로 세계사에 대해 척척박사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적어도 그동안 역사라는 것에 괜한 거부감이나 암기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사람들이 역사라는 것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 책은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역사가 결코 재미없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만 바뀌어도 좋지 않을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