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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는 낯선 사람이 산다 - 심리학 거장들과 함께하는 마음 수업
강현식 지음 / 스몰빅인사이트 / 2021년 7월
평점 :

내 마음처럼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도 없다. 때론 내 마음이 어떤지 모를 때도 있고,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데 나중에 후회하며 그런 선택을 했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평소에는 하지 않을 말을 하고 놀라고,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는 자신도 당황하는 일도 많이 있다. 느닷없이 슬픔에 빠지거나, 스스로도 주체못할 분노에 휩싸이는 때도 있다. 나도 내 자신이 이해가 안되고, 왜 이러는 건지 모를 때가 참 많은데 그럴 때면 내 안에 낯선 사람이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모르는 내 마음은 자주 나를 지배한다. 나도 모르는 나는 나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럴 때면 내 마음에 살고 있는 낯선 사람과 마주해서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내 안의 사람과 마주하는 것이 불편해서 외면하면 그 낯선 사람에게 내 마음의 통제권을 완전히 내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내 안의 나와 대면하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다. 불편한 감정 이전에 어떻게 내 안이 낯선 사람과 대면하고 이해해야 하는 건지조차 잘 알지 못한다. 이런 상태라면 내 안의 나에 대해 아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내 마음에는 낯선 사람이 산다]는 프로이트, 칼융, 쿠르트 레빈, 프레데릭 스키너 등 네임드 심리학자 10명의 이론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 마음 속에 살고 있는 낯선 나에 대해 알아본다. 내면의 낯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존재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마음 속 사람에 대해 이론적으로 분석해보는 과정을 거친다. 책에 나오는 10명의 철학자는 단순히 유명하게 때문에 선택된 것이 아니라 이들이 실제로 내면의 자아에 대한 이론을 만들고 실험을 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이론과 실험을 자세하게 소개하기보단 철학적 개념을 쉽게 정리해 놓고 그 이론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을 통해 자신이 아는 마음 즉, 의식보다 모르는 마음인 무의식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의 상식과는 정반대의 의견이다. 프로이트 이전에도 무의식에 대한 개념이 있어왔지만 프로이트로 인해 빛을 보게 되었는데 프로이트는 마음의 대부분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란 주장과 함께 무의식이 성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우리의 마음은 성과 관련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인간의 성욕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프로이트는 갓난아기부터 성인까지 모든 인간을 성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했다. 실제 프로이트가 최면치료를 했던 많은 사람들은 내면의 성적 추동으로 히스테릭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과 행동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식이 아니라 이와 반대인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알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프로이트가 말한 정신분석의 치료 목표는 무의식의 의식화이다. 우리가 모르는 무의식을 우리가 인지하는 것인데 자신의 마음에 자신이 모르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마음에서 발견한 감정과 생각을 마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은 의외로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고통받을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칼융은 무의식이 중심이고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무의식은 삶의 근복적인 에너지며, 개인의 삶과 인류 전체를 끌어가는 엄청난 힘이라고 봤다. 그래서 칼융은 자신의 삶을 무의식의 자기실현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자신의 열등한 모습인 그림자와 화해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악이라고 규정하는데 칼융은 그렇게 싫어하는 모습이 바로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자신의 민낯을 보는 것 같기 때문에 싫어한다는 식이다. 칼융은 어렵더라도 자신이 싫어하는 모습이 자신이 속에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한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 화해를 해야 자신이 변하고 달라질 수 있다. 나의 어둡고 열등하고 숨기고 싶은 모습도 나라고 인정하고 그것과 화해를 하고 나면 비로소 마음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진짜 자기를 만나게 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칼융은 마음이 힘들고 어렵다는 건 마음을 돌보라는 신호라고 말한다. 정신장애는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생기는 일종의 비감염성 질환이라고 한다. 즉, 정신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의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기 자신의 몸을 잘 돌봐야 한단 것이다. 만약 우울함과 불안 등 다양한 형태의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면 자기 자신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는 신호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인생은 2030 때 결정된다고 생각하는데 칼융은 진짜 삶과 행복은 중년 이후 시작된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외부 세상에 관심을 가진다. 현재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자신을 바꾸어가는데 중년이 되어야 내면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마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을 때는 마음이 힘들어도 마음을 환경에 맞추려 하거나 외부 요인에 관심을 기울이는데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마음을 돌보고,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진짜 삶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흔히 한국에선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자신의 강하고 굳은 의지만 있다면 성격이나 성향도 바꿀 수 있다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반대로 변화하지 못하는 경우엔 약한 의지 탓을 한다. 의지가 약하니 못하는 거다, 노력하지 않아서 안 되는거다는 식이다. 하지만 쿠르트 레빈은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쿠르트 레빈 이전에는 행동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지만 레빈 이후 개인의 환경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레빈은 여러 실험으로 사람의 마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어떤 상황에 있는지, 누구와 있는지, 어떤 분위기에 있는지 등 개인이 처한 환경은 마음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데 이런 건 따로 실험을 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모든 행동에는 변화를 추구하는 힘인 추진력과 기존의 행동을 고수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힘인 억제력이 영향을 미친다. 현재 나타나는 행동은 두 힘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 위치한다. 우리는 추진력만을 생각하지 억제력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즉, 추진력만 있으면 자신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이 힘이 균형상태에 있기 때문에 크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기 위한 추진력을 나타내면 덩달아 억제력도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 이것을 이해하고 있어야 변화를 가로막는 억제력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3단계의 과정이 필요한데 먼저 그동안 고수해온 신념과 가치관을 포기하고, 두번째는 실제로 행동하고, 세번째로 과거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 변화가 지속가능하게 새로운 신념과 행동이 정착되어야 한다. 각 단계별로 환경의 변화와 억제력의 반작용을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