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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이창봉 지음 / 사람in / 2021년 6월
평점 :

하나의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생각과 문화, 역사가 들어가 있다. 오랜 시간 그 지역에 모여사는 그들만의 생활과 문화적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언어로 발전하고 특색을 가지게 된 것이기 때문에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구사하기 위해서는 네이티브들의 문화와 생활, 역사,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기계적으로 단어와 표현을 외우고 사용하면 기본적인 대화는 통하겠지만 정말 찐영어를 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 사회 문화적 요소 등에 대한 이해와 고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선 단순히 문법과 단어를 알려주는 일이 많아서 그런 역사적 배경, 사회 문화적 요소 들은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적인 이해라는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교재보다 오히려 미드 프렌즈를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설명이나 부가적인 해설이 없이 드라마만 보는 것은 그리 효과적이지도 않고, 체계적이지도 못하다. 이 책은 그런 아쉬움을 해결해준다.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는 영어에 담겨있는 미국인들의 생각과 문화,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고, 한국어·한국 문화와의 비판적 비교와 성찰을 통해 심층적인 언어문화 학습의 장이 되도록 꾸민 칼럼이다. 특히 은유 표현들에 들어가있는 일상 문화의 모습과 가치관 그리고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찾아보고 집중적으로 미국과 미국의 사회, 문화, 역사 그리고 영어에 대한 상관관계를 살펴보게 된다.
책은 총 10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리스도교 신앙, 물질주의와 자본주의, 미국의 폭력성과 공격성, 자동차와 자립정신, 의복 문화와 패션, 음식 문화, 음주 문화, 주거 문화, 교통과 여행, 법치주의와 범죄 문제 등 미국인과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국과 미국 영어를 풀어간다. 영어의 은유적 표현의 문장을 다루고 있어서 물론 그 자체로도 영어 공부가 되지만 여기서는 그것보다는 그 표현 속에 깃들어 있는 여러가지 맥락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책의 진짜 목표이다. 지금의 미국인들이 인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은유적인 표현은 어디서 왔으며, 어떤 문화의 근간에 기반을 두고 그런 표현들이 형성되었는지를 알면 미국과 영어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테마에 관련된 여러 표현들을 알려주고 있어서 맥락을 잡기에 유리하다.
You bet : 물론이지
영화를 보면 자주 들을 수 있는 표현인데, 너가 돈을 걸어도 될 만큼 확실하게 믿어도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라스베이거스 등의 거대한 카지노 문화가 활성화 된 미국에선 오랫동안 일상생활에서 여러가지 형태의 도박을 즐기고 있어서 돈을 거는 문화에 익숙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에 돈을 거는 행위는 그것의 가치와 미래의 잠재성을 확실하게 믿는다는 뜻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bucks : 벅스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쓰는 표현으로 달러의 다른 표현이다. 영화를 보면 달러보다 벅스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걸 볼 수 있는데 원래 벅스는 사슴과의 동물을 뜻한다고 한다. 18세기 초 미국 식민 시대 때 이 동물이 성행해서 사냥꾼들이 다량의 벅 스킨을 거래하면서 자연스럽게 돈이라는 개념이 발달했고, 벅 스킨 갯수가 곧 돈이되는 시스템 속에서 달러를 의미하는 말로 대체되었던 것이다.
You will oay for this : 너 두고 봐
자막으로는 보통 댓가를 치를거다 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자본주의 문화의 영향으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작은 복수의 감정도 돈의 은유를 취하고 있다. 저자는 상대방이 자신을 조롱하고 창피를 준 경우에도 화난 표정으로 복수의 감정을 담아서 pay for라고 쓴다는 것이 흥미롭다는데 놀림 당하면 화내는 건 우리도 비슷한 감정이 있지 않나?
bottom line : 가장 중요한 것
이 표현은 wwe 레슬링을 보면 곧잘 들을 수 있다. 결론은~ 이런 느낌으로 많이 해석을 하는 모양인데 정확하게는 회계 문서의 맨 밑바닥 선을 뜻하는 것으로 최종 결산 합계를 뜻하는 말인데 자본주의에 익숙한 미국인들은 회계 문서를 익숙하게 접해왔고 자연스럽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smoking gun : 스모킹 건, 결정적이고 확실한 증거
뉴스에 정말 자주 나오는 표현으로 스모킹 건이라는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사용하고 있어서 그 의미는 다들 알지만 유래는 알지 못할 것이다. 미국 역사 초기부터 총기가 연루된 살인 사건이 많았고 방금 발사된 연기나는 총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ran out of gas : 체력이 바닥나다
우리는 가솔린을 기름이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스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기름은 엔진 오일을 말한다. 영화를 보면 가끔 기름이 떨어진 상황에서 가스가 떨어졌다고 직역하여 자막표시 되는데 우리는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라 굉장히 어색하다. gas가 응용되어 체력이 떨어졌을 때 가스가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우리도 체력이 엥꼬났다 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한 표현인 것 같다.
기존에 알고 있던 표현들도 있고, 생소한 표현들도 있었는데 벅스 처럼 실제로 자주 사용하고 있던 말도 유래는 모르고 사용했었는데 그 유래를 이해하고 나니 왜 그런 식의 표현이 나왔는지 미국의 역사나 문화와 연계하여 이해하게 된다. 알고보면 확실히 미국의 역사적, 문화적, 생활습관적인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고, 간단한 하나의 표현에서도 미국인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어떤 것은 한국에도 비슷한 늬앙스의 표현이 있어서 전세계 공통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있어서 그런 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좋다. 영어와 함께 미국인과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해가 깊어진 것 같아서 매우 유용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