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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도로 보는 유토피아 상식도감 - 지도로 읽는다
쓰지하라 야스오 지음, 유성운 옮김 / 이다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아틀란티스 대륙과 무 대륙, 아서왕의 전설,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과 동방의 지상낙원인 프레스터 존 왕국, 황금의 엘도라도 같은 것들은 영화나 게임, 소설 속의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사람들은 과학과 기술을 맹신하면서도 한편으론 환상과 판타지의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흥미를 가진다. 주위의 환경이 힘들고 공허할수록 현실을 직시하려하기보단 판타지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는데 아마도 사람들이 판타지를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현실도피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모험과 초자연 현상에 끌리는 인간의 성향 때문에 사람들은 끝없는 상상력으로 판타지의 세계를 만들어 내었고, 그런 호기심과 상상력은 문학, 예술, 종교, 철학, 과학에 이르기 까지 인류가 영위하고 쌓아온 문화 활동 전반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지에 대한 동경의 부산물로서 구전되어진 전설과 공상의 땅은 인류의 이상향, 유토피아란 이름으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지도로 읽는다 고지도로 보는 유토피아 상식도감]은 인간의 상상력으로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어왔던 유토피아와 전설의 땅의 탄생 배경과 의미를 되새겨보고, 지금의 지도 상에서 그 유토피아의 대략적인 위치를 찾아보는 재미있는 책이다. 전설의 땅과 낙원, 이상향은 어느 시대, 어느 문화권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유토피아는 공상에 의해 탄생하여 전설이란 이름으로 전해지는데 고대인들이 상상만으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것은 전설의 땅과 낙원의 이야기가 구전되는 동안 왜곡되고 윤색되면서도 픽션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의 사실을 뼈대를 유지하며 역사적인 이야기와 결합하여 전해졌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의 상상이 그저 상상의 이야기로 취급되어지지 않고 아직까지도 그것을 믿게 되는 것이다.
전설의 땅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잃어버린 땅 아틀란티스 제국일 것이다. 아틀란티스의 전설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쓴 책 대화편에 가장 먼저 등장한다. 대철학자 플라톤이 다루었다는 점 때문에 이 아틀란티스의 존재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지는 것 같다. 플라톤은 아틀란티스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건국했다고 말했는데 말하자면 신화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당시 시점에서도 아틀란티스는 오래전에 존재했던 대륙이었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전설 정도로 치부되었다고 한다. 스승인 소크라테스도 가공의 이야기라고 말을 했고, 단순히 플라톤의 철학적 이념을 예시로 들기 위해 만든 메타포 정도로 받아들여졌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19세기에 들어선 후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주목하며 아틀란티스가 실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된 이유는 오직 플라톤이 묘사한 그 내용이 너무나 사실적이라는 것뿐이다.
아틀란티스가 대서양에 존재했던 잃어버린 대륙이라면 태평양의 잃어버린 대륙으로 무대륙이 있다. 무대륙도 게임 같은 것에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데 무대륙이 소멸한 이유는 아틀란티스와 똑같다고 한다. 두 대륙은 모두 영원이 이어질 것처럼 발전하고 번영을 이루었으니 절정의 시기에 갑작스럽게 파멸이 찾아왔다. 대지진과 화산 분화로 지상의 모든 것이 부서지고, 바닷물이 유입되서 하루아침에 무대륙이 사라졌다는 전설. 무대륙은 사라졌지만 그 파편들이 태평양의 곳곳으로 흩어져서 마야의 피라미드나 이스터섬의 모아이상 같은 수수께끼의 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실제 무대륙이 존재했다는 그 어떤 증거도 현재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토피아는 종교적으로도 언급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에덴동산이다. 에덴동산은 구약에 나오는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가 신의 보호 아래 살았던 원조 낙원이다.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는데 에덴동산은 말 그대로 신화가 낳은 공상 속의 땅이다. 물론 처음에는 실존하지 않는 곳이라고 믿어졌으나 중세에 접어들면서 성경이 유일한 절대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며 성경 속의 유토피아도 실존하는 것이라고 믿어야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나의 성경이 거짓말을 할리가 없어. 구약에는 에덴동산의 위치가 구체적으로 서술되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가지고 실제로 에덴동산을 찾아나서게 된다. 사람들은 에덴을 실제로 찾을 수는 없었지만 에덴을 테마로 하여 자신들이 상상하는 낙원의 모습을 회화, 시, 소설 등에 투영하여 그려나갔다.
영화나 소설, 게임 등에서 숱하게 만나왔던 동서양의 전설 속의 유토피아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 전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처음 사람들이 상상하던 모습과 시간이 흐르며 점차 살이 붙고, 왜곡되며 바뀌어진 낙원의 모습은 어떤지, 그리고 문화, 예술,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와 어떻게 결합하여 구전되어져 왔는지를 알아보며 유토피아에 대한 흥미로운 상식들을 알아볼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다. 애초에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상상한 이유가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인데 그런 것에 부합하듯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지도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며 전설의 공간을 접하니 조금 더 현실감이 느껴지며 흥미로움이 배가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