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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향기 ㅣ 강석기의 과학카페 10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5월
평점 :

[과학의 향기]는 서울대 출신의 과학전문 작가인 강석기 교수가 쓴 과학 에세이로 동아사이언스에 연재한 글을 묶어 2011년부터 매년 한권씩 출간해 온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의 열번째 책이다.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는 그해 가장 이슈가 되고 핫한 최신의 과학 연구결과를 통찰하는 과학도서로 작년에는 코로나와 바이러스에 대한 여러 과학적 지식을 다루어서 막연히 두렵기만 하던 코로나 바이러스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었다. 이처럼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과학이야기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과학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 시의성 있게 과학에 대해 생각하고 배워볼 수 있다는 점이 책이 강점이다. 올해의 핫이슈 테마로는 지금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백신에 대한 이슈와 트로트와 뇌과학 등에 대한 재미있는 이슈 등을 다루고 있어서 관심을 끈다.
보통 백신의 개발 기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듯 한다. 의외로 장기간에 걸쳐 백신이 완성되는데 코로나 백신은 백신이 창궐한지 1년도 되지 않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과학 기술의 발전을 실감하게 한다. 그런데다가 화이자와 모더나는 최초로 mRNA 기술을 도입한 백신을 선보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주목받는다고는 해도 관심있는 사람들만 주목을 하겠지만 어쨌건 생백신이나 사백신 같은 기존의 방식이 아닌 아직 시도한적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백신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이 또한 현대과학의 큰 성취라고 하겠다. 저자는 이 RNA백신을 만든 사람은 노벨상을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데 RNA백신은 mRNA 의약품 중 한 유형이라고 한다. mRNA와 RNA백신이 똑같은 것을 칭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RNA백신은 mRNA의 약품의 하위 제품이었던 것이다.
기존에 mRNA 의야품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미 30년 전부터 연구 되고 있었던 내용인데 처음 mRNA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온 이후 잠깐 논의 되다가 효율이 낮고, 심각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당단백질 대체 치료 연구는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새롭게 RNA가 만들어져서 대규모 임상실험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위기가 기회인 셈이다. 흔히 언론에선 화이자와 모더나를 한 셋트로 묶어서 말을 하는데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둘은 사용된 기술이 약간 다르고 모더나 쪽이 기술적으로 조금 더 발전한 형태의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여건만 따라준다면 화이자보다 모더나를 도입하는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실제 저자의 바람대로 우리도 모더나를 들여와서 3분기부터 접종을 할 예정이다. 기레기들은 화이자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쌩난리를 쳤는데 저자는 오히려 보관의 어려움 때문에 화이자를 들여오지 않았다고 아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RNA 단백질 기술은 이후 암 면역요법이나 단백질 대체요법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게 될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아마도 좋다는 뜻이겠지?
RNA백신 외에도 코로나에 걸리면 냄새를 못맡게 되는 이유나 코로나 블루, 코로나와 장내미생물 같은 코로나 관련 이슈가 이번에도 많이 나온다. 역시 지금 현재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을 만한 내용을 선택하여 그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풀이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그 외에도 노래와 음악을 들을 때 뇌에서 노래의 언어 정보와 음악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미스터 트롯과 뇌과학이란 형식으로 풀어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열이 나는 이유와 스트레스가 검은 머리를 희게 만드는 이유를 각각 신경과학과 생명과학으로 풀어낸 이슈도 재미있고, 요즘 큰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된 일회용 플라스틱 급증의 해결과 플라스틱 리사이클링에 대한 현안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마와 동북아시아의 문명의 성쇠를 다룬 내용도 흥미로웠다. 작년에 한국에는 한달간 이어진 기록적인 장마로 농작물 피해가 엄청 컸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오랜 장마로 인해 피해가 속출했었다. 보통 고대 문명은 비가 오지 않아서 가뭄으로 붕괴된 사례가 많다. 마야 문명과 인더스 문명 등도 물 부족으로 인해 붕괴되었다. 반대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망한 예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장마가 동북아시아의 문명의 성쇠에 영향을 주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는데 8000~2500년 전 중국 북동부 내몽고 쪽과 요녕성 일대의 신석기· 청동기 문명이 해당 지역의 유물들을 방사성탄소연대측정하여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발굴된 유물의 양이 대략 500년의 주기로 부침이 있었다고 한다. 즉, 장마전선 형성 여부 및 강도에 따라 대략 500년 주기로 그 지역의 문명이 성쇠를 했다는 뜻이다. 장마가 오래되면 불쾌지수가 높아져서 짜증만 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장마와 문화의 성쇠라는 것을 연관시켜 생각하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꽤 멋있지 않나? 과학 이야기지만 전혀 어렵지도 않고 흥미로운 내용도 많아서 재미있게 읽으며 과학적 사고와 교양을 높일 수 있어서 지적 허영을 채우기에 아주 그만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