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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 계절마다 피는 평범한 꽃들로 엮어낸 찬란한 인간의 역사 ㅣ 테마로 읽는 역사 4
캐시어 바디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평점 :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꽃과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졸업식 때 꽃다발을 받은 것과 가끔 친구에게 꽃선물을 하는 정도가 전부로 특별히 꽃을 좋아해서 계절마다 꽃을 사서 집에 장식해두거나 일이 있을 때마다 꽃선물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엄마와 함께 갔던 벚꽃놀이라던가, 친구와 유채꽃밭에 갔던 일이라던가 여행지에서 야생화를 캐어와서 키웠던 일,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들린 국화축제, 아버지의 장례식 날 온 산을 붉게 물들였던 왕벚꽃 등은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나도 모르게 인생의 곳곳에서 꽃들과 조우하고 그 시간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꽃과 의사소통을 해왔다고 한다.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 꽃과 함께한 기억이 많으니 모든 인류의 역사적 시점으로 보면 그럴법도 하다. 꽃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애도를 전하기도 하며, 전쟁을 기념하거나 반대할 때에도 꽃이 사용되었다. 역사의 중요한 지점에 꽃이 큰 역할을 한 경우도 있고, 꽃으로 인해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에서는 이렇게 세계의 역사, 문학, 미술, 종교, 사회, 인간심리, 경제 속에서 꽃이 어떻게 다루어져왔는지 꽃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한다. 꽃은 사랑, 죽음, 계층, 예술, 종교, 정치 등 다양한 상징으로도 사용되고, 또 꽃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어서 다른 여러 주제들과 함께 이야기하기에도 좋은 소재이다. 사실 꽃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면 꽃을 다룬 미술작품이나 문학작품 정도만이 떠올랐는데 의외로 다양한 테마와 어울어져서 수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조금은 놀랐다. 이 책에는 계절별로 4송이씩 총 16가지의 여러 꽃을 통해 꽃과 관련된 여러가지 주제와 다양한 테마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선 저자가 초이스한 꽃의 종류부터 참으로 다양하다. 야생화, 정원에서 피는 꽃, 농작물로 제배되는 꽃, 나무, 일년생 다년생 등 각양각색의 꽃을 소개함으로써 꽃이라고 하면 장미나 벚꽃만 생각하던 사람에게 꽃에 대한 인식을 넓혀준다.
종교와는 담을 쌓고 있어서 잘은 모르지만 각 종교와 깊은 관련이 있는 꽃들이 있는 모양이다. 우선 백합은 기교독 문화와 관련이 깊은데 그중 흰색 백합은 성모마리아의 백합으로 불린다고 한다. 성모마리아 백합은 실제로 성모마리아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흰색 꽃잎이 마리아의 순결, 황금빛 꽃밥은 내면의 신성한 빛을 암시한다고 한다. 특히 하얀 꽃잎 때문에 순수함이란 부분이 강조되는데 이 때문에 마리아는 잉태가 육체에서 시작된게 아니라는 것을 상징하려고 회화에서는 성모마리아가 백합을 쥐고 있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진다고 한다. 그 대신 가브리엘 천사가 쥐고 있고, 꽃송이도 꼭 세송이가 달리게 되는데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림을 하나 그리는데도 수많은 상징과 의미가 배포되어지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교회에서는 백합을 장식으로 많이 사용했는데 그중에서도 부활절 때는 흰색 백합이 꼭 필요했지만 그땐 시기적으로 성모마리아 백합은 꽃을 피우지 않는다. 그래서 장사치들은 그 시기에 꽃을 피우는 백합을 부활절 백합이라 홍보하며 팔아먹었다는 것이다. 종교적 상징도 상업적 이익관계에 따라 바꿔지는 것이다.
백합이 기독교와 인연이 깊은 꽃이라면 연꽃은 불교와 깊은 연관이 있다. 흙탕물에서 피어나는 꽃이라는 의미 때문에 불교에선 연꽃을 신성시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불교 문화 이전의 이집트에서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우주론과 예술 등의 문화에 연꽃을 접목하여 많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아침에는 수면 위로 올라와 꽃잎을 벌리고, 저녁이 되면 꽃잎을 오므리고 가라앉고를 반복하는 연꽃에 탄생과 죽음, 부활이라는 상징을 오버랩시킨 것이다. 이쯤되면 단순히 하얗다는 이유로 순결의 상징으로 사용한 기독교의 백합보다 조금 더 시적이라고 하겠다. 연꽃은 인도의 국화이자 종교, 문화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상징이라고 한다. 즉 힌두교에서도 연꽃이 상징으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부처 뿐만 아니라 힌두교의 신과 여신들도 연꽃 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는데 연꽃 안의 보석이 신의 출현과 풍요를 떠올리게 하고, 영적인 각성의 열매를 암시하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물 위로 솟아오른 연꽃 줄기는 영적인 깨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역시 꿈보다 해석이 아닐까한다.
미국의 해비메탈 밴드 건즈 앤 로지즈는 말 그대로 총과 장미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밴드명을 그런 의도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총과 장미라고 하면 정쟁과 평화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실제로 총 앞에 꽃이라는 평화의 상징으로 맞선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베트남 참전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들이 미 국방부 앞으로 행진을 했고, 시위대로부터 국방무 건물을 방어하기 위해 방위군 병사들이 총을 들고 그 앞을 막아섰다. 일촉즉발의 순간 17세의 얀 로즈 카스미르는 국화를 들고 총검을 겨누고 있는 병사들 앞으로 다가갔다. 이 사진은 굉장히 유명해서 꽃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되었다. 포르투칼에서는 40년의 독재에 맞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는데 거리로 나온 수천명의 사람들은 군인들의 총에 카네이션을 꽂아주며 마치 축제처럼 혁명을 이어갔고, 독재에 맞서 유혈사태 없이 혁명에 성공한 카네이션 혁명을 기념하여 이 날을 자유의 날이라는 공휴일로 지정했다고 한다.
해바라기를 좋아하는데 해바라기라고 하면 역시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소피아 로렌가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의 해바라기밭이 생각난다. 해바라기라고 하면 이런 아름다운 이미지만이 떠올랐는데 중국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에 대한 충성을 해바라기로 보여줬다니 이미지가 확 깬다. 양귀비란 이름은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명인 경국지색의 그 양귀비가 떠오른다. 그리고 아편의 재료로 사용된다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이 양귀비는 영국에서는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상징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양귀비가 추모의 상징이 된건 1차 세계대전 때 친구의 죽음을 추모하며 존 맥크래가 쓴 시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이 양귀비로 만든 진통제를 맞고 다시 전장으로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책에는 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으며 상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