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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2 - 춘추전국편 ㅣ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2
페이즈 지음, 이에스더 옮김 / 버니온더문 / 2021년 4월
평점 :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의 그 두번째 춘추전국 편이다. 1편에서는 중국의 고대 문명부터 하나라, 상나라, 주나라 같은 우리에겐 조금은 생소하거나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를 다루었다면 이번 2편은 춘추전국이라는 잘 알려진 시기를 다루고 있어서 훨씬 관심이 간다. 1편의 마지막에서 다루었던 주왕조의 국력이 약해지면서 평왕은 동도로 천도를 하고, 각국의 제후들은 각자 세력을 키우며 다 같이 들고 일어나 작정하고 싸우게 되는데 이 때부터 진나라 시황제가 통일을 하기까지의 시기를 춘추전국시대라고 말한다. 흔히 춘추전국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지만 실제로는 춘추와 전국이란 두 시대를 합쳐서 부르는 것으로 수많은 나라가 우후죽순 일어나서 서로 싸우던 시기가 춘추시대이고, 그 중 가장 강했던 진나라가 진의 세 가문에 의해 한, 조, 위의 3등분이 되서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여 서로 싸우게 되는 시점 이후가 전국시대이다.
춘추시대 초기에는 148개 제후들이 자웅을 겨루었다는데 많은 나라들이 어지럽게 난립했다는 것까지는 알았지만 150여개에 가까운 나라들이 서로 싸웠다니 역시 대륙이 스케일은 다르긴 다르다. 그 중 제환공, 진문공, 초장왕, 오합려, 월구천 이 다섯 제후가 점차 두각을 나타내어 무림의 맹주가 되었고, 이후 사람들은 이 다섯 명을 두고 춘추오패라 불렀다. 150여개국이 있었다지만 실제로는 이 다섯 나라의 싸움이었고 나머지는 쩌리였다. 그나마도 초반에는 제의 독주체제였다가 점차 북진남초의 양강구도로 바뀌고, 춘추 후반에 가면 오와 월이 신흥강국으로 새롭게 떠오르며 패권을 놓고 싸우게 된다. 긴 싸움 끝에 많은 나라가 몇몇 강대국을 중심으로 합병, 제압되며 중원의 균형은 새롭게 재편되었는데 이 중 가장 강한 나라가 진나라였다.
진나라는 크고 군사력도 막강했지만 직계와 서자 간에 싸움이 벌어졌고 67년 간의 전쟁 끝에 서자 쪽이 이겼는데 직계 쪽 사람을 모두 추방하거나 중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왕권이 크게 약해지고 결국 신하들이 권력을 잡게 된다. 권력을 잡은 것은 지, 조, 한, 위의 4가문이었는데 이중 가장 강하고 양아치짓을 하던 지 가문을 나머지 조, 한, 위 가문이 협공하여 물리치고 본격적으로 세 가문의 권력 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이 이전까지를 춘추시대로, 세 가문의 권력다툼부터 진의 통일까지를 전국시대로 나누고 총 500년간의 혼란했던 시기를 춘추전국시대라 부른다.
이 전국시대는 중국 역사 중 가장 혼란했던 시기이자 학술적으로 가장 자유스러웠던 시기였다고 한다. 500년간의 전쟁으로 혼란하기도 했지만 중국사상의 개화결실의 시기였다. 우리가 중국의 철학자라고 하면 떠올릴만한 인물들인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묵자, 한비자 등 수많은 학자들이 바로 이 시기에 활동한 사람들이다. 소위 제자백가라 불리는 여러 사상가와 학파들의 등장으로 이 시기는 그야말로 중국 사상의 황금기였다. 하지만 본 책에서는 그러한 내용은 모두 빠져있다. 여기서는 이런 사상적인 측면은 1도 다루지 않고, 그야말로 힘의 움직임, 중원의 패권이 어떻게 움직이고 여러 나라들이 어떻게 통일이 되었는가 하는 역사적 사건만을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단순히 오랜 전쟁을 통해 중국이 처음으로 통일되었다는 의미 외에도 문화, 사상적 의미도 크지만 그저 하나의 중국이 되었다는 의미만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시대순에 따른 중국의 역사를 그린 것이겠지만, 지금의 중국이 외치는 중화사상이나 하나의 중국 같은 것의 역사적 뿌리를 여기에서 찾으려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조금은 과한 해석일까?
총 12마리의 고양이가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여 역사를 보여준다는 컨셉의 책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카카오 캐릭터들이 역사적 인물을 코스프레 해서 연극톤으로 그 장면을 연기하며 역사를 보여주고 설명한다는 식인데 이 고양이들이 기존에 있는 캐릭터인지 그냥 책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캐릭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중국애들이 좋아하는 동글동글한 만두처럼 생긴 캐릭터이다. 귀엽게 생긴 고양이로 인물들을 대체해서 보여주니 좀 더 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어려울 수 있는 역사 이야기에 쉽게 다가가 수 있다. 그리고 오래전 역사 이야기라고 해서 굳이 역사적 고증을 철저히 해서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거나 재미있는 드립을 치는 등 너무 딱딱하지 않게 풀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형식은 한국의 역사 유튜버들도 많이 차용하고 있는 스타일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적 느낌을 군데군데 섞어서 좀 더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대중적으로 인지도도 높고 재미있게 생각하는 중국의 역사는 소설 삼국지로 많이 알려진 삼국시대일텐데 이 춘추전국시대 역시 삼국지 못지 않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시대였다. 오월동주, 와신상담 같은 유명한 고사성어도 이 시기의 사건들로 인해 만들어졌고, 그 유명한 손자병법도 이 시대의 작품이다. 삼국지 소설 속에서도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가 많이 언급되는데 그만큼 삼국시대 못지 않은 박진감 넘치고 스펙터클한 시기였다. 생각보다 더 긴 시간동안 생각보다 더 많은 나라들이 패권을 다투었고, 중국이 처음으로 통일되는 과정도 간략하면서도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중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