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 - 세계대전부터 태평양 전쟁, 중국 근대사까지 전쟁으로 읽는 역사 이야기 썬킴의 거침없는 역사
썬킴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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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단순한 연표외우기와 이름과 사건을 딸딸 외워야 하는 대입 준비용 역사 공부 형식 때문에 역사는 어렵다고 느끼고 흥미가 멀어지게 되는데 복잡한 도표와 연도 외우기에서 벗어나서 사건 중심으로 서로의 연관관계를 알아보고, 단편적인 사건 사고의 암기가 아닌 역사적 사건들의 연결고리를 찾아 흐름을 이해하면 놀랍게도 역사가 너무나 쉽게 머리 속에 들어가게 된다. 최근 역사 유투버들이 많이 차용하는 방식으로 이 책의 저자인 썬 킴 역시 이런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이 저자의 방송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엮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는 1차세계대전부터 중국의 근대사까지 전쟁의 역사를 통해 세계사를 살펴보며 각각 단편적으로 봐왔던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찾아서 쉽게 세계사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인류 탄생 이후로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과학과 전쟁이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 오며 발전해왔다는 말도 한다. 과거에는 전쟁이 단순히 무력으로 상대방의 영토를 침략하여 그 곳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현대에 와서는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말한 것처럼 전쟁은 목적이 아닌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정치뿐만이 아니라, 경제, 문화, 기술 등 광범위한 인간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된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국가간에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살펴보면 굉장히 많은 요인들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쟁이라는 하나의 큰 사건을 중심에 놓고 살피면 그것에 관련된 경제, 정치, 사회 등의 다른 요인들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의외로 전쟁사를 보면 세계사가 자세히 보이게 된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역사적 사건들은 제각각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미치며 연쇄작용을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하나의 사건이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다른 사건을 촉발시키는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일은 굉장히 많다. 이런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알면 역사적 맥락과 흐름을 쉽게 이해하고 역사에 대한 지식이 꼬리를 물고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무엇보다 역사의 하나의 큰 흐름과 각각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어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예컨데 전쟁이라는 결과만이 아닌 그것이 발생하게 된 다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을 이해함으로써 전쟁의 원인과 과정, 의미 등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책은 1·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 중국근대사의 총 4가지 파트로 나누어서 정리하고 있다. 이중 1차 세계 대전 파트를 보며 느낀 점은 말 그대로 인류 최초로 세계의 수많은 나라가 참전하여 처음으로 대량학살을 벌인 살육전임에도 이 전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라고 하면 참호전이라는 이미지만이 떠오를 뿐 정확히 왜 이 전쟁이 벌어지고, 몇년간이나 이어졌으며 어떻게 끝이 났는지 모든 면에서 아는게 없다. 지금의 우리가 전쟁을 접하는 방식은 주로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미국의 활약상과 군인 정신 등을 액션의 형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본격적으로 전쟁이 벌어진 이후의 전투를 영화적으로 가공하여 접하는 것이라서 헐리우드 영화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전쟁의 발발과 전체적인 양상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이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한데 비쥬얼적으로 시시하다는 이유(?)에서 1차대전을 다룬 영화가 그리 많지 않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2차 대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어쩌면 2차 대전이나 태평양 전쟁, 중국의 근대사 등은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다보니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1차 대전의 경우는 나치와 일본 같은 명확한 공공의 적이 없는 애매한 전쟁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도 같다. 말하자면 1차 대전이야 말로 선과 정의라는 대의명분이 아니라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인 이유로 참전했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고 재미없는 지루한 전쟁이라서 관심도 없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전쟁의 시작은 사라예보 사건으로 촉발되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는데 이 암살 사건은 말 그대로 하나의 트리거로 그 이전에 이미 수많은 전쟁의 징후가 있어왔다. 이쯤 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이다. 복잡하게 얽힌 국제 정세 속에서 각국의 국내상황이 하나하나 씨줄처럼 쌓이고, 다른 국가와의 분쟁이 하나씩 날줄처럼 서로 얽히며 사라예보 사건을 계기로 세계전쟁이라는 거대한 학살극이 터진 것이다. 당시 독일은 하나의 통일된 국가가 아니라 38개의 국가가 연합한 독일연방이었다. 근방에서 독일어를 쓰는 국가는 다 모인 독일어 친목 모임 같은 느낌이었다는데 여러 나라가 모이다보니 당연히 갑질 하는 나라도 생기고, 거기에 불만을 가지는 나라도 생기게 된다. 갑질하던 넘버원 오스트리아가 눈에 거슬렸던 넘버투 프로이센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통일이 되길 원했고, 프로이센 우선주의를 외친 과격주의자 비스마르크는 국왕의 눈에 들어 독일연방 회의에 보내지게 된다. 당시 의회장에서는 오스트리아 대사만 담배를 필 수 있었는데 비스마르크는 왜 우리는 담배를 피면 안되냐고 따지며 담배를 꺼내물고 오스트리아 대사에게 담배불 좀 붙여보라고 하는 건달스러움을 보인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로이센은 군사력을 기르고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연이어 프랑스도 꺾은 후 프랑스의 베스사유 왕궁에서 독일 통일을 선포하게 된다. 이 독일의 통일은 1차 세계 대전 발생의 큰 요인이 되는데 이는 결국 비스마르크의 맞담배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된 태평양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의 하나의 전선으로 2차 세계대전에 속하는 전쟁이지만 이것을 따로 떼어내어 일본이라는 나라를 중심으로 그 전쟁을 좀 더 깊게 파고 든다. 미국에 의한 강제개항과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이 근대화 되며 국력을 쌓아가는 과정을 시작으로 조선의 농학혁명을 계기로 조선으로 파병, 조선에서 청일전쟁을 일으키고 조선을 강제로 점령하며 태평양 전쟁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후 러일전쟁에서의 승리와 만주까지 먹으며 동아시아의 거대 세력이 된 일본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미국에게 도발을 시도했다가 탈탈 털리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즉, 태평양 전쟁을 단순히 2차 세계 대전 속의 하나의 전장의 양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근대화에서 부터 시작하여 동아시아의 국제정세까지 모두 연관시켜서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 흐름 중 하나로 조선의 민비의 시해사건을 국제적 시각으로 분석해 보기도 한다.


중국 역시 따로 떼어내어 아편전쟁과 국공내전이란 전쟁을 통해 중국의 근대사를 알아보는데 아편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 목화 때문에 시작된 영국의 산업혁명을 먼저 알아보게 된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중국의 근대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 이처럼 한 나라의 역사는 그 나라만의 역사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역사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에서 중국산 홍차가 대유행하게 되면서 홍차에 중독된 사람이 속출하게 되고, 홍차를 구입하느라 중국에 엄청난 양의 은을 쏟아부어야 했던 영국은 무역 적자에 빠지게 되자 특단의 조치로 인도에서 아편을 키워서 중국에 밀매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일반 백성부터 황제까지 온 나라가 아편에 빠지게 된다. 영국은 홍차에 중독되고, 중국은 아편에 중독이 되어 난리도 아니다. 중국에 아편이 유행하면서 중국사람들은 아편을 끊는 것이 아니라 더 힘내서 아편을 피우려고 자양강장제로 조선의 인삼을 찾기 시작한다. 덕분에 조선 홍삼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모두 영국의 양아치 짓이 불러온 나비효과인 셈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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