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조선 갈등사 - 왕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들춰 보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신정훈 지음, 김선우 감수 / 북스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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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김치공정과 한복공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고 역사 왜곡이 심한 드라마를 퇴출시키는 일까지 발생했다. 평소 역사에 대해서는 사극을 접할 때 외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할 정도로 역사라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고 거기 통감하고는 있다. 그런데 역사가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과거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나아갈 바를 헤아린다는 식의 목적론에는 그다지 공감이 안되었는데 일본, 중국 역사 문제와 드라마의 역사 왜곡을 보면서 역사를 모르면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우리의 역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체감하게 되니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역사 공부를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역사는 재미가 없고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단 역사라고 하면 학교에서 배우는 연표 외우기가 떠오른다. 역사 그 자체에 대한 이해와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연표를 외우고, 계보를 외우고, 그저 딸딸 암기하는 것에 그치는 시험을 위한 교과 과목으로서의 역사에 함몰되다보니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어디서 부터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도 모르게 되고 결국 사극을 볼 때 외에는 역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건과 날짜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조선 갈등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 왕실의 사랑과 욕망, 갈등을 그리고 있다. 조선 왕실이라고 하면 왕과 왕비, 신하들 같은 로열패밀리가 대상이 되는데 조선시대의 중요한 인물들의 행보를 따라가며 그들이 왜 그런 갈등을 겪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며 단순한 암기 형식을 벗어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왜 조선이라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역사를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그것도 치정싸움이나 형제간의 권력 다툼 같은 막장 드라마에서나 보아오던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자연인으로서의 한 개인이 아니라 높은 지위, 큰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들의 개인적인 행동은 결국 국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로열패밀리의 사사로운 개인사가 조선의 역사의 흐름의 변곡점이 되고, 역사적인 중요 사건의 의미를 파악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므로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역사 공부에서는 이런 점들을 놓치고 있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왕들의 개인사는 드라마 등을 통해서만 접했지 이런 역사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내용은 그동안 소위 야사라고 불리던 궁궐 내의 내밀한 이야기였는데 정작 우리가 공부한 것은 왕의 위대한 업적에 그쳤으니 우리가 원하는 것과 배운 것 사이에 갭이 많았던 셈이다. 교과 과정에서는 우리 선조의 나쁘고 추한 모습을 언급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기도 하거니와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적인 면에 집중해서 공부하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고 있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국사시간에 배웠던 왕들의 업적 뒤에 숨은 한 개인의 사생활을 들춰보면 27명의 왕은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의외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왕의 개인에 대해 이해하고, 그 삶을 조명해보면 그 왕이 집권했던 시기의 분위기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숨겨진 역사적 의미와 배경도 이해하게 되는 역사 공부의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책은 고려의 몰락을 부른 공민왕의 변태적 행각과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민비의 암살과 뜬금없는 대한제국 선포와 함께 찾아온 조선의 멸망에 이르기 까지 총 27명의 왕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연대기 순으로 살펴보고 있다. 물론 여기서는 그 왕들의 눈부시고 화려한 업적이 아닌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사생활을 들춰보고 있다. 하나의 왕이나 주제에 대해 배경 설명을 간략하게 해놓고, 작은 소제목을 달고 그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자세하게 살펴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왕은 역시 우리의 세종임금이시다. 항상 최고의 성군이자 애민 정신의 끝판왕으로 알려진 세종대왕의 개인사는 어떤지 궁금한데 세종 파트에서는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세종은 정력가이자 사랑꾼이어서 왕후 심씨 외에 5명의 후궁을 들이고 22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부인들은 서로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화목한 가정을 꾸렸을 것만 같은데 세종이 무척 아낀 왕세자 이향의 아내들, 세종의 며느리가 문제였다는 스토리. 레전드 성군도 아들 앞에서는 걱정이 많으셨던 거다.


역사상 최악의 폭군이라고 말해지는 연산군이지만 재위 초반엔 꽤나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고 한다. 폭군이라고 하는 이름과는 상관된 이미지이다. 연산군이 어머니의 비극을 알게 된 건 즉위 직후였는데 어머니 윤씨가 폐위되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연산군은 식음을 전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연산군이 폭군이 되어 잔인한 복수극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또 하나의 폭군 광해군 역시 임진왜란 기간 중엔 왕세자의 신분으로 눈부신 활약을 했었고, 국민들의 지지율도 높았다. 임진왜란을 이겨내고 왕이 되고 난 후에는 재정과 민생을 살피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도 펼치고, 외교적으로도 중리적인 실리외교를 하는 등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광해군은 점쟁이를 가까이하며 점쟁이의 말만 듣고 무리한 토목공사를 시행하고,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백성을 수탈하는 폭정을 벌이게 되었다.


왕들의 소소한 개인사를 따라가다보면 역사의 큰 사건을 만나게 되고, 왕궁 로열패밀리들의 암투가 나라의 운명을 바꾸어놓는 일도 있다. 성군이라 알려진 왕들의 알지 못했던 어두운 면이나 폭군이라고 알려진 왕들이 폭정을 휘두르게 된 이유 등도 알아보며 조선의 역사의 큰 흐름을 왕들의 개인사와 오버랩하여 재미있게 살펴보는 역사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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