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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격언집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ㅣ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임경민 지음 / 노마드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은 1500년 파리에서 처음 선보인 에라스뮈스의 [아다지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고전 격언집이란 이름으로 선보였다는데 당시에도 '고전'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었으니 현재의 시점에선 그야말로 시대를 넘어선 고전이 되는 셈이다. 아다지아는 암흑기라 불리던 중세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는데 책은 문학적으로 화려하게 꽃피웠던 르네상스적인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암흑의 시대였던 중세에는 고전, 고대의 지혜를 발휘해서 자기의 주장을 펴는 것이 학문적, 정치적 담론의 중요했기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이전 시대인 고대의 격언을 많이 인용한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현대에서도 많이 보이는데 시대가 어렵고 복잡해질수록 옛 선인들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서 답을 찾으려 한다. 너무 오래되서 지금 시대와는 결이 다르다고도 느껴질수도 있지만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서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더라도 인간의 가치와 삶의 본질을 꿰뚫는 옛 선인들의 조언은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의 근간이 되는 아다지아는 이후 종교적 풍파에 휩쓸리며 한때 금서가 되기도 하지만 이후 꾸준하게 출판이 되었으며 종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은 삭제되었지만 그외 새로운 격언이 꾸준히 보증되며 500년 전의 선인들의 지혜를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아다지아는 전 세계인의 애독서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라틴어 격언집]에서는 아다지아에 소개된 격언들 중에서도 현재의 삶에서도 유효하게 인용될 수 있는 글을 뽑아서 정리하여 라틴어 원어와 함께 소개하고 그 격언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격언은 하나의 문장에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모두 함축되어 담겨있다. 그래서 따로 그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교훈을 직관적으로 바로 알 수 있다. 그것이 격언의 특징이다. 그래서 격언집 중엔 상당수가 영어(원어)와 한국어 해석으로 된 격언만을 모아놓은 것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그에 대한 어원과 해설까지도 꼼꼼하게 풀어놓고 있어서 해당 격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준다.
라틴어라고 하니 굉장히 낯설게만 느껴지는데 카르페디엠(CARPE DIEM),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리라, 주사위는 던져졌다, 악어의 눈물, 눈먼 자들의 나라에선 외눈박이가 왕이다 같은 익숙한 격언들이 라틴어 였다고 하니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라틴어 격언들을 가까이 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평소 많이 들었던 격언들도 굉장히 많이 있어서 이것도 아다지아에 나왔던 것이었구나 하고 새롭게 알게 된다. 가령 시작이 반이다 같은 것은 너무 흔하게 들어와서 라틴어까지 갈 것도 없이 동양의 사상가나 우리 선조 중의 누군가가 말했음직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너무 흔한 격언도 전부 아다지아에서 나온 것이었다니 그만큼 아다지아에 실린 격언들이 삶의 커다란 지혜와 가르침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또 우리 한국의 속담과 유사한 격언들도 많이 있어서 한국의 속담과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늑대에게 양을 맡겼다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 그 안주인에 그 하녀는 부전자전과 일맥상통한데 비단 한국속담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속담들도 유사한 뜻을 가지는 것들이 있고, 책에는 그런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다른 다라의 격언과 속담들도 함께 소개해놓아서 서로 비교하면서 읽어볼 수도 있다. 비슷한 격언과 속담이 각 나라에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치와 삶의 정수라는 것은 시대와 나라를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래된 격언이라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내용도 많아서 그 당시 사회 분위기나 역사적 사실 등을 알지 못하면 그 의미를 정확히 알기 어렵거나 현시점에는 맞지 않거나 보정이 필요한 내용도 있지만 그런 격언은 그냥 그 당시에 그런 말이 왜 나왔고, 거기서 어떤 의미를 읽어내면 좋을지 정도로만 소비하면 되겠다. 그리고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처럼 그 말 속에 큰 의미는 없지만 그 자체로 멋있는 말도 있는데 이런 건 SNS에 써놓으면 꽤나 중2병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각각의 격언에는 라틴어 원어가 씌여져 있지만 라틴어를 모르다보니 사실상 그걸 읽고 기억했다가 대화 중에 원어로 인용할 일은 전혀 없겠지만 이런 것도 카톡 상메나 SNS에 한번씩 써놓고 잘난 척하기에는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