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를 즐겁게 -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찾아서
박호순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인에게 한국어만큼 쉽고도 어려운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어서 태어날 때부터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학교에 가서 긴 시간 동안 의무교육을 받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말하는 것은 별 다른 교육이 없이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익히고 하게 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체득하고 말하게 되다보니 정작 우리가 하는 말에 대해 학문적이고 이론적인 개념이 없이 그냥 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땐 단어 하나하나의 늬앙스와 쓰임에 대해 공부하고 표현의 의미와 사용법에 대해 학습하지만 한국어는 의식하지 않고도 계속 해오던 것이라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말하고, 감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문법적인 설명이나 그 말의 어원 등에 대한 것은 모른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의외로 우리말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채 사용하는 측면이 굉장히 크다. 개인적으로도 외국인 친구가 한국어의 문법이나 늬앙스 등에 대해 물어오면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일이 왕왕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누군가가 어느 날 그냥 뚝딱하고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말이 만들어진데에는 그 나름의 사정과 배경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그것이 전승되는 동안 속뜻과 배경은 사라지고 단어의 의미만 남아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교과서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용어나 역사적 사건, 민속, 식물, 지명, 교훈 등에 대해서도 사전적 의미만을 기억할 뿐 그 말에 담긴 의미와 그것이 어떻게 비롯되고, 어떤 배경을 가지고 전승되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도 않고,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아서 아는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다. [국어를 즐겁게]는 그동안 우리가 생활하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말의 어원과 역사적 근거를 밝히고, 우리 민속의 이해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의 역사, 우리 주변의 식물과 지명의 유래, 고유의 정신과 미풍양속의 근거를 찾아봄으로서 우리말 속의 지혜를 배우고, 정서를 나누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이해력, 분석력, 논리력, 비판적 사고력도 높일 수 있게 된다.


책에서 아름다운 우리말이 잘못 쓰이고, 편협한 의미로 사용되는 소위 언어파괴를 우려하는 마음이 보이는데 쪽팔리다와 완전의 사용이 그런 것이다. 완전이라는 말은 199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는데 저자의 기억으로는 그 이전에는 완전이란 말을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완전'은 모든 것이 갖추어져서 부족함이나 결함이 없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충분히 갖추어져 있어 결점이나 흠이 전혀 없을 때 완전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말 그대로 더도 덜도 말고 완벽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인데 요즘에는 아무 때나 완전이란 말을 쓴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이 말의 원래 의미를 의식하지 않고 사용했었다. 저자는 특히 방송에서 이 완전이란 말을 남용하는 것을 우려하는데 90년대부터 방송에서 이 말이 많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 탓에 잘못된 의미로 확산되어 사용되게 된 것인지, 이미 일반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던 말이 자연스럽게 방송에서도 쓰이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이 그것을 고착화시킨 것은 분명해보인다.


비슷한 경우로 쪽팔리다라는 말이 있다. 80년대 즈음부터 이 말이 사용되었다는데 90년대가 되면서 일상어처럼 사용되었고 2000년대가 되면서는 아예 속어라는 이름으로 국어사전에 등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속어는 통속적으로 사용하는 저속한 말로, 장난기가 있는 표현이거나 반항적인 표현을 할 때 쓰이는 말로 정의되고 있으며 격이 낮고 천박한 느낌을 주는 말이기 때문에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쪽팔리다는 자존심 상하다로 순화해서 말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이 말과 관련해서도 방송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어떤 방송에서 '쪽팔리다'를 'X팔리다'라고 표기하는 것을 보며 그정도로만 해도 청소년들의 언어순화에 많은 도움이 될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말에는 한국인들의 정서가 강하게 베어있고 그중 전통문화의 토대가 된 민속이나 미풍양속, 역사와 어울어진 것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전통의 유래는 잊혀진채 표현만 남은 경우도 있고, 알려진 민속과 역사, 미풍양속 그 자체에 오류와 잘못된 잘못된 정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책에는 그런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까치설에 대한 유래이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누구나 아는 설날 동요인데 설날 이브, 섣달 그믐을 왜 까치설이라고 했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옛날에는 섣달 그믐을 아치설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까치설로 변했다는 설과, 실제 까치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설도 있다. 작은설을 작설이라 부르다가 작설에 까치 작(鵲)을 대입해서 까치설이라고 부르게 되었을 거라는 설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요의 하나인 아리랑은 한민족의 숨결, 한민족의 한이 서린 노래라고 한다. 아리랑은 종류도 다양해서 50여 종의 300여수가 전해지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혼이 깃든 노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리랑의 어원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워낙 주장하는 학설이 많아서 아리랑 어원 백설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라고 한다. 책에는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어떤 학설이 되었건 그 안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하겠다. 고명딸이란 말을 간혹 쓰는데 여기서의 고명이 떡국 위에 올리는 그 고명과 같은 뜻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 아들이 몇 명인가 있으나 딸은 한 명인 경우에 외딸, 혹은 고명딸이라고 하는데 이는 마치 다른 재료보다 멋과 맛에서 돋보일 정도로 눈에 뜨이기 때문에 딸을 귀하게 여기는 뜻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고명딸이란 말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줄은 몰랐었다.


그외에도 책에는 오방색과 오방신의 의미, 60갑의 한 축이 되는 천간(天干)이 만들어진 과정과 의미, 귀신을 쫒을 때 붉은 팥죽을 뿌리 것이 오류인 이유, 고구려·백제·신라의 의미, 이팝나무 이름의 유래와 속담이 만들어진 과정을 유추해보기도 하고, 사춘기와 갱년기, 치매와 건망증에 대한 고찰 등 우리말에 대해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