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 -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폴 S. 보이어 지음, 김종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역사는 짧고, 중국처럼 여러 나라로 나뉘어 내전을 일으키거나 왕조가 바뀌는 일도 없었기에 아메리카 대륙 발견부터 현재 바이든 시대까지 비교적 평탄하게 역사의 연표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남북전쟁 이후 산업화에 의한 발전과 팽창으로 20세기가 되고부터는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어 역사를 이끌어간 측면이 있다보니 세계사를 공부하다보면 미국사와 자연스럽게 연계하여 미국의 역사를 알게 된다. 그리고 특별히 미국 역사를 배우지 않았어도 헐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 미국 역사 내의 주요 사건들을 많이 접해왔고, 그것으로 대략적인 미국사를 갈음할 수도 있다. 이렇게 대충 큰 맥락에서의 흐름은 알고 있지만 헐리우드식 영웅주의나 애국주의, 우월주의적인 미사여구를 빼고, 역사적 실재를 비판적이고 균형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남의 나라 역사지만 어쨌건 미국이란 나라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 시점에서 미국의 역사를 통해 미국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1만5000년 전 선사시대부터 아메리카 대륙 발견과 이주부터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산업화와 냉전, 911테러를 지나 현재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시대 순서대로 총10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미국의 역사를 정리하였다. 보통 미국의 역사라고 하면 신대륙으로 이주를 해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내고 폭력적으로 땅을 차지하는 시기를 시작점으로 잡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아메리카 대륙에 인간이 정착한 1만5000년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새롭다. 엄격하게 말하면 이 시기는 '미국'의 역사는 아니지만 미국사가 아닌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을 갖추기 위해서 여기서부터 출발한 것 같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다른 나라처럼 고대로부터 내려온 전설이나 신화가 없어서 서부시대를 건국신화처럼 생각하기도 하고, 영화 스타워즈를 자신들의 신화처럼 생각하기도 한다고까지 말한다. 최근에 건국된 나라이다보니 그만큼 기록도 상대적으로 많이 있고,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명확한 기록물이라 신화나 설화 등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미국 역사는 신화와 선입견, 이데올로기적 추상이 실제 역사를 가리고 있고 이것을 헤쳐나가는 것은 역사학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언듯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아마도 새로운 땅을 발견한다는 그 신화적인 모험담부터 희망과 꿈, 헛된 공상을 가지고 그 곳으로 이주를 하는 것들을 모두 신화적인 것으로 해석한 것 같다. 말하자면 로또 1등에 당첨되어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것은 헛된 공상이자 신화라고 보는 식이다.


미국의 역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하고 싶다고 하는 욕망과 미국적인 이상 사회를 이룩하려는 꿈을 뜻하는 소위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신세계로 몰려든 사람들의 역사이다. 미국은 초강대국이 되었으니 결과론적으로는 아메리칸 드림이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았고, 노예가 되어 강제로 미국으로 수송된 아프리카인에게는 그런 환상은 끼어들 여지도 없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 아메리칸 드림을 미화하고 신격화했다. 또 신대륙 발견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런 것들을 모두 신화라고 규정하고 이런 가치관이 역사에 끼어들면 실재가 보이지 않게 되므로 신화나 이상화된 비현실적 관념, 이데올로기적 추상성을 벗어나 정치 및 사회, 문화사 등 미국사의 주요 영역을 두루 살펴본다.


총 10장 중 1∼3장은 미국 건국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4∼7장은 여러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8∼9장에선 20세기 중반 이후의 여러 사건들을 조명하고 있다. 이중 전쟁에 관련된 사건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우선 신대륙으로 이주해간 이주민들은 그 곳에서 오랫동안 존재해온 원주민들과 충돌하며 인디언과의 전쟁을 벌인다. 그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치르며 헌법을 제정하고 공화주의 정부가 등장한다. 새로운 국가로 태어난 미국은 법적 정치적 문제를 야기한 노예제도 때문에 남북전쟁을 벌인다.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하면서 산업화가 가속화되자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팽창주의적 의견을 제시한다. 당시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식민지를 획득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기업, 농업 관련 이익집단이 국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들 유럽의 식민지를 뺏어오기 위해 무력충돌이 벌어지게 된다.


남북전쟁 이후 국가의 경제적 발전에 많은 미국인들이 자긍심을 느꼈지만 노동자는 착취당하고, 극단적 계급분열과 자본가 계급에 정치가 굴종하는 등 정치적, 사회적, 국제적으로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혁신주의가 확산되며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많은 개혁이 일어났다. 그러나 미국의 자본가는 계속 해외로 눈을 돌렸고, 유럽의 제국적 야심과 부딪히며 유럽에서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이후 세계의 중심이 본격적으로 미국으로 넘어가며 정치, 사회, 문화 등 어느 면에서도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 탄생하게 되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후, 냉전시대로 넘어가며 6.25와 베트남전을 지나 이라크전과 현재의 테러와의 전쟁의 시대에까지 이르렀다. 미국의 역사는 그야말로 전쟁의 역사라 할만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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