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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도 웃으면서 보는 양자물리학 만화
뤄진하이 지음, 박주은 옮김, 장쉔중 감수 / 생각의길 / 2021년 4월
평점 :

우선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문과 출신도 웃으면서 보는 양자물리학]이라는 말에는 이과는 기본적으로 양자물리학을 웃으면서 본다는 전제가 깔린 말이다. 하지만 이과도 이과 나름이고 이과라고 양자물리학 쯤은 웃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이과에게도 양자물리학은 어렵고 쉽게 이해 못하는 영역의 학문이다. 저자는 심지어 양자역학을 독학하지 말라고 한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라고 일컬어지는 리차드 파인만은 누구도 진정으로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니 그렇게 어려운 양자물리학을 웃으면서 독학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책을 읽어가며 이해가 되는 부분만 알고 넘어가자는 취지다.
그럼 왜 양자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인지부터 생각해보자. 양자물리학은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현대과학의 초석이자 핵심이라고 한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레이저, 항법위성, 전자현미경 등의 기술이 모두 양자역학의 응용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현재 산업 시스템의 50%가 양자역학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양자 세계를 직접 체험할 수는 없어도 우리의 삶은 양자역학의 응용기술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정보화 시대로 들어서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도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으로 물리의 역사는 새로 쓰여졌고, 앞으로는 양자역학이 다른 분야와 결합하여 발전해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현재는 물론 미래산업의 기초가 되는 양자역학을 알지 못하고서는 다가올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지 못할 것이다.
미시 세계의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거시 세계의 기틀이 된 뉴턴의 세 가지 운동법칙부터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의 현대인에게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뉴턴 역학은 2000여 년에 걸쳐 수많은 네임벨류의 과학자들이 지혜를 이어오며 탄생시킨 지혜의 결정체다. 뉴턴의 이 세 가지 운동법칙은 이후 200년에 걸쳐 과학계를 지배하며 거시 물리학의 궁극의 지식이 된다. 더 이상 거시세계는 연구할 것이 없어지자 젊은 과학자들의 관심은 미시시계로 옮겨간다. 그리고 토마스 영이 빛의 본질에 대해 연구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양자역학이 탄색하게 된다. 고대에는 빛이 매우 작은 광원자로 되어 있다는 미립자설이 주류였다가 새롭게 파동설이 등장하며 300여 년에 걸쳐 대립했는데 뉴턴은 빛의 분산 실험으로 에테르의 존재를 설명하며 미립자설에 손을 들었고, 정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후 토머스 영이 이중 슬릿 실험으로 빛의 파동설을 주장했고, 다시 헤르츠가 등장하여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것을 증명하며 빛의 파동설을 굳히게 되었다. 헤르츠는 고주파 공진 회로를 통해 전자기파의 존재를 증명하였고, 그 과정에서 광전 효과라는 현상을 밝혀낸다. 광전 효과는 빛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자, 물질의 전기적 성질에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 현상은 지금까지의 거시세계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미시세계의 물리학, 양자역학 되시겠다. 양자의 미시세계는 이렇게 탄생하였고, 세상을 뒤집는 물리학계의 돌풍이 되었다. 책은 양자역학 발전 순서대로 가장 먼저 양자론의 기초가 되는 빛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설명을 시작하여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며 설명을 차례로 해나간다. 양자역학이 워낙 어려운 영역이다보니 양자역학 이전의 뉴턴의 3법칙에서부터 양자역학이 탄생하게 된 학문적 토대를 상세히 설명하고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와 같은 레전드들의 대립을 통해 양자 역학의 흐름을 연대기적으로 설명한다.
만화라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림보다 글이 더 많아서 일반적인 만화책이 아니라 삽화가 많이 들어간 책에 가깝다. 설명 파트는 꽤나 진지한데 만화파트는 유머와 드립이 넘치고 있다. 그 드립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다보니 내용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어들고, 내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그림과 함께 드립과 유머가 많이 섞인 만화적인 요소로 인해 어려운 내용이 비교적 쉽게 전달되는 효과는 분명 있다. 그러고보니 웃으면서 본다는 뜻이 쉬워서 웃는다는 게 아니라 유머 때문에 웃으면서 본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또 한가지 좋았던 점은 이 책의 저자가 중국인인데 그렇다고 책의 만화가 중국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통 중국인이 쓴 책의 삽화나 그림은 중국식인 경우가 많고, 드립도 중국인의 정서에 맞는 중국식 개그가 많아서 꽤 거슬리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아서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리차드 파인만의 말처럼 책에 나오는 내용만으로 양자 역학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양자역학이 무엇이고,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물리학자에 의해 발전해왔는지 또 어떤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지 등 양자 역학에 대한 개략적인 개념을 정리할 수는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