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리뷰툰 - 유머와 드립이 난무하는 고전 리뷰툰 1
키두니스트 지음 / 북바이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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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일년에 한두번쯤 '나도 고전이나 한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평소 고전이라면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생각 때문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데 왜 그런지 가끔씩 제대로 된 책으로 독서다운 독서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길 때가 있다. 어쩌면 지식에 대한 열망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지식인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고전은 읽어줘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게 생기는 것 같다. 이 정도도 읽어보지 않고 어디가서 식자층이라 말할 수 없다는 일종의 자기검열이랄까? 그래서 이름난 고전을 뒤적거려보지만 엄청난 책의 두께에 고전을 읽어보겠다는 의지는 어느새 공중으로 사라진다. 고전은 이름의 무게만큼 쉽게 영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보다.


그러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조지 오웰의 소설 등을 읽고나서는 그것을 리뷰하고 싶어서 미치겠는거다. 어떻게 읽은 고전인데 이대로 책을 덮는 것과 함께 기억속에 봉인시킬 수는 없는 법. 나름대로 책의 내용을 다시 떠올리며 고찰하고, 분석하고, 리뷰를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글도 찾아보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책에서 어떤 것을 읽어내고,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참고하며 그 고전에 대한 의미를 차곡차곡 쌓아올려갔다. 아마도 저자인 키두니스트도 비슷한 심정으로 고전을 리뷰하는 리뷰툰을 그린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오랜만에 읽은 고전작품은 수많은 영감을 주며 머리 속에 온갖 의미와 감상이 쌓여갔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머리 속의 감상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에 빠지게 되어 그것을 하나의 맥락으로 정리해 간다. 머리 속에 혼재되어 있던 책에 대한 많은 감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책을 읽을 때보다 책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은 책을 읽을 때만큼 즐겁고 신나는 경험이 된다. 저자는 고전을 만화라는 형식으로 리뷰한다. 고전작품을 만화로 리뷰한다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 일반적인 리뷰나 감상문과는 다른 느낌으로 고전을 분석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고전을 접할 수 있어서 신선하고 재미있다.


책에는 저자가 가장 먼저 리뷰툰을 그렸다는 멋진신세계 부터 1984, 장미의 이름, 데카메론,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등 모두 11편의 작품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번외편으로 수록되어 있다. 작품 선정부터 여타의 책과는 많이 다른데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와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 시리즈 같은 추리소설과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라니 작가의 취향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작품들은 솔직히 취향을 많이 타는 서브장르의 소설들이라 소위 고전을 다루는 젠체하는 사람들은 잘 취급하지 않을 작품일텐데 오히려 이름난 고전 리스트에 늘 포함되지 않는 작품들이 선정되어서 다양성을 담보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단 생각이 든다. 사실 대중은 이런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고전을 소개하는 비평가들은 어렵고 딱딱한 작품들만 다루는 경향이 있어서 대중의 취향과는 살짝 어긋났었는데 의외의 작품이 선정된게 신의 한수 같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작품들이라 더욱 눈길이 간다. 


우선 고전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끼게 마련이라 고전 그 자체는 물론이고 고전을 분석하고 비평한 책도 어렵게 느껴지는데 만화라는 형식을 차용하여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 것이 좋다. 작품의 줄거리와 세계관, 작품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해놓아서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그 작품에 대해 이해하고 작가의 리뷰를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게끔 꾸며졌다. 한편 반전이나 결말에 대한 스포는 자제해서 앞으로 책을 읽을 사람이 재미를 잃지 않도록 신경쓴 것도 좋다. 전체적으로 만화 구성은 그림(체)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설명 위주로 진행되는 스타일이라 만화 작화는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내용전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유머와 드립이 난무한다는데 내가 드립을 이해못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웃기거나 드립이 기발하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엄청 웃기지는 않지만 그냥 딱딱하지 않게 진행시키는 윤활유 정도의 역할은 하고 있어서 드립이 나쁘지 않고 친숙하게 읽을 수 있다.


작품 자체에 대한 분석과 함께 작가에 대한 분석, 그 작가와 대비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작가와의 비교, 작가의 스타일, 작품에 대한 트리비아 등 작가와 작품에 대해 다양한 정보와 지식, 분석이 담겨 있어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전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다. 다양하고 잡다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런 형식은 나무위키 스타일인데 너무 어렵고 깊이있게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딱 좋을만한 정보들을 잘 정리해 놓아서 고전을 읽는 것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작품 이해를 도와준다. 아직 해당 고전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깔아놓고 읽으면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고, 이미 읽어본 작품이라면 자신의 감상과 어떤 차이가 있고, 자신이 놓친 부분은 없는지, 다른 사람의 시각은 어떤지 비교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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