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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지 공학 : INSTANT ENGINEERING
조엘 레비 지음, 이경주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1년 4월
평점 :

언젠가부터 심도 있고, 깊이 있는 전문적인 지식보다 가볍게 이해할 수 있는 개론적인 수준의 폭넓은 다양한 지식을 가지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느끼게 되었다. 물론 지식이라는 것은 당연히 많이 아는 것이 좋으므로 깊게 파고들어 전문성을 가지고 디테일하게 아는 것이 가장 좋지만 자칫 한우물만 파다보면 그 외의 것엔 무지한 상태가 되기도 쉽고, 굳이 필요 이상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봤자 일상에선 그다지 써먹을 데도 없다. 그리고 모든 방면에 전문적인 깊은 지식을 가진다는 것은 어렵다. 반면 얕아도 넓은 지식이 있으면 어떤 대화에서도 끼어서 말을 할 수가 있고, 다양한 지식이 밑바탕이 되어 편협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그런 식의 지식 추구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최근에 유행한 지대넓얕이나 알쓸신잡 같은 미디어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하겠다. 지대넓얕이나 알쓸신잡은 깊이 있는 내용보다 짧게 핵심만 간추려서 소비할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런 식의 짧고 핵심만 간추려서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은 숏폼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의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SNS 시대가 되면서 동영상과 사진, 짧은 글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이젠 긴 콘텐츠는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핵심만 간결하게 전하고 짧고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숏폼 콘텐츠는 짧고 핵심적인 지대넓얕 지식을 전하는데는 최적화된 방식이기도 하다. [1페이지 공학]은 어렵고 복잡한 공학의 역사, 원리, 발명 등 아는 줄 알았지만 잘 몰랐던 이야기들을 1페이지로 요약하여 짧고 간단하게 핵심만을 쏙쏙 짚어준다.
공학이라고 하면 항공공학, 우주공학, 건축ㆍ교량 등의 토목공학, 기계공학과 같은 분야가 떠오르는데 공학이라는 분야는 일반 과학과는 또 달라서 굉장히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측면이 강하다보니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그리고 철학, 문학, 예술 분야와는 달리 공학은 실생활에서 상대적으로 쓰임이 적고, 대화의 소재로 언급되는 빈도도 낮기 때문에 굳이 지식대화를 위해서나 상식차원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공학은 우리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기 위해 필요에 맞게 환경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일반 과학보다 더욱 우리의 일상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즉,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일상 생활 속에 공학은 아주 깊숙히 들어와 있는 것이다.
공학이라고 하면 앞서 말했듯이 우주항공, 건축, 기계 정도만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더 많은 분야가 존재한다. 책에는 공학의 일반 원칙, 토목공학, 이동수단, 생명공학, 항공우주, 무기, 전기, 컴퓨터, 기계의 세부적인 구분으로 공학을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우선 공학이란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목적에 적용하여 인류에게 필요한 시스템, 프로세스, 구조, 기계 등을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과학보다 현실적인 분야로 과학이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는 학문이라면 공학은 과학에서 얻은 원리를 인류를 위해 응용하는 학문이라 하겠다. 실용적인 것들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인만큼 공학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발전해왔다고 하겠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계속 새롭게 각광받는 분야가 생겨나고, 다양한 공학 분야가 추가되었다.
오늘날의 공학은 과학과 기술이란 측면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류의 가장 큰 특징은 도구의 제작과 사용이다. 필요에 맞게 환경을 재구성하는 행위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공학의 핵심 요소이다. 공학은 시대의 필요에 의해 생겨나고 발전해왔으므로 이런 특징을 살려 책의 내용도 연대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시대나 사람을 특정할 수 없는 기술들도 많이 존재한다. 어떤 기술들은 인류의 기원으로까지 올라가는데 그만큼 공학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그 오랜 역사를 하나의 페이지 안에 담아서 기술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책의 제목처럼 하나의 페이지에 하나의 지식을 압축하여 설명해놓은 형식이다. 모든 주제가 한 페이지로 설명이 되고 있어서 설명하고자 하는 과학 지식의 핵심만을 요약해서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두 독자적인 내용이므로 관심있는 분야부터 읽어도 되고,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되겠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페이지의 레이아웃이다. 책의 페이지 구성이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한눈에 내용이 들어온다. 페이지 전체에 걸쳐 한줄씩 써내려가는 일반적인 구성이 아니라 잡지처럼 다단나누기를 해놓아서 공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가독성도 높혀서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마치 잘 정리된 대학노트 필기를 보는 것 같다. 컬러풀한 그림과 글박스도 적극 활용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어서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쉽고 잘 정돈된 형태로 취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공학 내에서도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언급하고 있어서 그것이 공학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내용까지 접할 수 있다. 텔레비전이나 전자레인지, 계산기, 엘리베이터 같은 일상생활에서 매일 접하는 공학의 결과물에서부터 UAV드론, 호버크래프트, 자율주행차량, 나노기술 같은 최신 공학기술도 알아본다. 또 만리장성과 에펠탑, 피사의 사탑, 허블우주망원경, 국제 우주정거장 같은 건축물과 시설에 숨어있는 공학의 비밀도 알아본다. 공학과 과학의 차이를 알지 못하고, 공학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사람조차 하루 한 페이지씩 부담없이 읽다보면 다양하고 폭넓은 공학의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