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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화가 되는 영어 - 미국 드라마로 끝장내는 영어 회화
Cozy 지음, 복창교 옮김 / 커넥츠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최근의 영어 교재들은 문법책 등에서도 회화적인 표현을 반영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의 교재들은 그런 것이 많이 없었다. 영어 교재에 나오는 단어들은 영어 사전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대표적인 의미만을 나타내고, 단어의 그런 사전적 의미를 담아내는 문장들이 주로 소개되었었다. 말 그대로 영어 교재로는 사전적인 문어체만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식의 영어 표현이 틀린 것도 아니고, 오히려 문법적으로 굉장히 정확한 영어에 해당되지만 정작 공부를 해도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했음에도 외국인과의 짧은 대화조차 되지 않는 것에 좌절하는 일도 많은 것 같다.
어느 나라건 실제로 사람들이 말하는 구어체는 책에 나오는 문어체와 많이 다르다. 꼭 신조어나 특정 계층이 사용하는 은어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표현에서부터 단어의 의미나 뉘앙스 등 많은 곳에서 차이를 보인다. 가령 우리가 많이 쓰는 쉬운 단어이지만 우리는 사전에 나오는 대표적인 의미로만 기억하는데 그것이 대화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사전적으로는 똑같은 의미를 가진 표현이지만 뉘앙스적으로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교재만으로는 구어체를 정확하게 잡아내고 대응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대화 중에 나오는 문장의 경우 전부 다 아는 단어이고, 각각의 단어의 의미도 아는데 정작 그 말의 의미를 모르는 황당한 일도 발생할 때도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배웠던 영어 교육은 책에 나오는 문어체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데에만 적합한 방식이어서 진짜 대화가 되는 영어는 제대로 배우질 못했던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드를 보고 들으며 영어 공부를 하는데 막상 드라마를 봐도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원어민들의 발음이 빠른 탓도 있겠지만 간혹 들리는 표현들도 도무지 해석이 안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자막을 보면 다 알고 있는 쉬운 단어들의 나열인데 그것이 도무지 안 들리는 것이다. 가끔은 책에서 배웠던 의미와 전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일도 있다.
이렇게 대사에 사용된 단어들을 보면 다 아는 쉬운 단어들이 많지만 그것을 조합해놓으면 의미가 해석이 안되는 사태가 많다. 저자가 미드 [섹스 앤 더 시티] 여섯 시즌 전체를 분석해본 결과 대사의 80%를 구성하는 단어 수는 350개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그나마도 그 단어들은 중학교 때 배운 비교적 쉬운 단어들이고, 이 단어들이 무한 반복되며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드를 막힘없이 듣기 위해서는 많은 단어를 알고 있어야 할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쉬운 단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쉬운 단어의 조합이지만 그게 무척이나 어렵다. 저자는 단어는 쉬운데 문장은 어려운 이유를 세 가지 포인트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동사와 전치사의 조합인 구동사, 주어·동사가 많은 복문, 조동사의 사용 때문이라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이 세 가지가 영어를 영어답게 만들어주는 표현인 것이다. 이 세 가지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원어민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비법을 터득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미드도 들을 수 있게 되고, 원어민과 같은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대화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은 동사, 전치사, 조동사, 형용사, 부사의 다섯가지 파트로 나누어서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된 순위별로 중요 단어들을 소개하며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선 동사, 전치사 등의 품사를 각 파트별로 간략하게 문법적인 설명이 들어가준다.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지 등을 간략하지만 핵심만 뽑아서 설명한다. 단순히 품사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이 아니라 이후 설명할 단어들도 포함하여 품사의 개념과 구조 등을 알려줘서 이해가 쉽고 조금 더 개념 정리가 잘 된다.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빈도수에 따른 핵심단어가 제시되는데 각 단어의 대표적인 사전전 의미 뿐만 아니라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상황까지 전부 알아보며 어떤 상황에서 그 단어가 사용되는지, 단어의 뉘앙스는 무엇인지, 기본 단어가 어떤 단어와 함께 사용되는지 알아본다. 다른 단어와의 연결형 역시 많이 사용되는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표현들이 실제 미드에서는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드라마에 나왔던 표현들을 예로 들어 알아본다. 각 표현들이 사용된 드라마 회차도 꼼꼼하게 적어놓아서 직접 드라마를 보며 체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책에서 참고한 드라마는 영어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보는 영원한 고전 프렌즈, 섹스 앤 더 시티, 그리고 처음 들어본 How I Met Your Mother 세 작품이다.
단어는 쉬운데 문장이 안 들리는 것은 단어를 사전에 나오는 대표적인 의미로만 외워서 그런건데 영어의 경우는 저자의 말처럼 구동사와 조동사의 사용에 따라 의미가 엄청나게 많아지므로 단순히 그 단어의 의미만 안다고 영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단어의 다양한 의미와 쓰임을 이해하려면 해당 단어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언제 어떻게 쓰이고, 어떤 뉘앙스를 가지는지를 알아야 변형도 가능한데 교재를 보며 공부할 때는 매번 그 단어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단어의 의미를 갱신하는 식이라서 전체적인 큰 그림으로 단어를 보고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처럼 단어 하나를 철저하게 조지는게 그 제대로 단어를 이해하는데는 더욱 효과적이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꽤나 정리가 잘되어 있는 편이다.
중학교 수준의 기본적인 단어만으로도 일반 회화의 상당수를 커버할 수 있다니 굉장히 효율적이고 가성비가 높은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단어를 보면 그 자체는 모르는 것은 없다. 전부 알고 있는 굉장히 쉽고 기초적인 수준의 단어이지만 그 쉬운 단어의 의미와 뉘앙스, 다른 단어들과의 조합을 통해 새로 가지게 되는 의미들은 상당수 모르고 있는 것들이어서 다 알면서도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특별한 문장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문장이라는 것이 충격적이다. 쉬운 것도 제대로 모르면서 어려운 단어만 외우려고 했다는 것을 반성하며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의외로 어렵게 느껴지는 쉬운 표현들부터 제대로 끝장낼 수 있는 효율갑의 영어 회화책이다. 다 아는 단어라서 거부감도 적고,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아서 공부하기도 좋고, 진도도 잘 나가진다. 미드가 들리고, 진짜 대화가 되는 영어를 배울 수 있게 열심히 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