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 읽기 쉽게 새로 편집한 자본론의 핵심이론 만화 인문학
야마가타 히로오 감수, 코야마 카리코 그림, 오상현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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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 개념이라고 한다. 몇 해 전 한국에서도 열풍이 일어났었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라 21세기 자본에 대해서는 그 개념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경제학 쪽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고, 실제로도 어렵다보니 이 개념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하지만 관련 책을 읽을 생각조차 못했다. 애초에 피케티의 책 자체가 워낙 두껍고 어렵다고 소문이 나 있다보니 시작할 엄두가 안났다. 그런데 만화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배울 수 있다고 하니 급관심이 간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부의 분배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로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이다.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커지면서 소득불평등 역시 점점 심화된다는 것인데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피케티는 3세기에 걸쳐 20개국 이상의 경제학·역사학적 데이터를 수집하여 연구하였고, 도출된 결과로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였다. 소수의 부자계층에 자본이 쏠리면서 불평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고, 이러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를 도입하자는 피케티의 기본 개념은 의외로 간단한데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이 매우 길고 복잡하여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어렵고 복잡한 피케티의 이론을 만화를 통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한다. 이런 류의 만화는 보통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뉘는데 먼저 설명할 내용을 단순히 만화의 형식을 차용하여 보여주는 것과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을 가진 만화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에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이다. 이 책은 두 번째 방식으로 광고 대행사에 다니는 히카리가 문조 동호외에 나가서 다양한 소득수준의 동호회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과의 관계맺기 속에서 피케티의 이론을 경험하고 배운다는 식이다. 캐릭터의 상황과 행동을 21세기 자본을 인용하여 설명하는 식이라서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예시를 극중 캐릭터의 상황으로 대치하여 보여준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이해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개념이 자본/소득비율이고 이것을 이해하려면 자본소득과 국민소득, 노동소득과 같은 개념들을 알아야 한다. 우선 근로소득(노동소득)이란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개인소득의 총칭으로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월급쟁이들의 월급의 총합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자본소득은 자본이 소득을 늘려주는 것으로 예컨데 은행 이자, 주식배당금, 임대료 받는거, 시세차익 남기는거 등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돈놓고 돈먹기, 불로소득이 여기 해당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국민소득은 한 해 동안 모든 국민이 얻은 소득의 총액이고, 자본수익률은 1년간 투자한 자본에서 나온 수익이 자본의 몇%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낸다. 간략하게 생각하면 주식에 얼마를 투자해서 수익이 얼마가 났느냐, 혹은 은행에 돈을 얼마를 예금해서 이자를 몇% 받았는가 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너무 쉽고 편하게 상징화해서 이해하려다보니 개념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하거나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선은 이 정도 선에서 쉽게 이해하려 했다.


피케티가 자본주의의 제1기본 법칙으로 제시한 것이 [자본소득 분배율=자본 수익률×자본/소득비율, α=r×β]이다. 이 공식을 토대로 생각했을 때 한 해 동안 국민들이 얻은 총 소득 중에서 주식이나 임대료 등에서 얻은 자본소득의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노동소득의 비율이 감소하게 된다. 말하자면 건물주가 1년 동안 놀면서 집세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늘어나면 1년 동안 뼈빠지게 일하고 받은 월급의 비율이 낮아진다는 뜻. 피케티는 이런 소득의 불균형을 수식으로 설명하면서 분배가 잘못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피케티가 제시한 이런 개념은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여왔던 계층간 불균형이다. 지난 정권 때부터 1대99라는 말이 계속 나왔는데 한국은 이런 계층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피케티의 이런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누구나 다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그것을 이론적으로 정리하지 못했을 뿐 현재도 그런 것을 느끼고, 보고, 들으며 암담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오죽하면 갓물주라는 말이 나왔을지 생각해보라. 피케티는 아무리 인기 있는 직업으로 돈을 벌어도 재산을 상속받는 사람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격차를 줄이는 요인으로 상속세와 소득세를 꼽는다. 너무도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도 각국에서는 세율 인하 경쟁을 하고 있어서 경영자가 돈을 많이 쓸어담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꼬집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보수 정권 10년 동안 친부자정책, 기업프렌드리정책으로 기업들, 그중에서도 경영자 등만 배불리는 법을 만들어온게 현실이다.


피케티는 격차 해소를 위해 누진소득세 강화와 글로벌 자본세 도입을 제안한다. 누진자본세는 부동산, 금융 자산 등 모든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건데, 고액 자산이므로 세금도 높게 책정하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법을 시행하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버리게 되므로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피케티의 주장이다. 여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을 하는데 당장 한국만 해도 아파트 보유세를 올리자 어마어마한 저항에 부딪혔다. 1%의 특권층이 자기 돈 세금으로 뜯어가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는 건 너무 뻔한 스토리다. 한국에서 피케티의 이론이 나왔을 때 재계와 학계들은 피케티의 주장대로 하면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오히려 소득분배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그럼 현재는 기업들이 투자를 잘 하고 있나? 전혀 그렇지 않다. 투자를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보다 땅 사고, 건물 사는 부동산 투기가 경영자 입장에선 더 돈벌기 쉬운 구조인데 어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한국의 재계와 학계들은 이미 1%의 기득권이므로 이들은 당연히 피케티의 주장을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반대할 것이다.


흔히 경제학에서는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면 안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재와 같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상황에서는 교과서적인 자연스러운 경쟁이 일어날 수가 없으므로 누진소득세와 글로벌 자본세 등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계층간 소득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케티 자신도 글로벌 자본세가 현시점에서는 공상적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누진소득세가 지금은 당연한 제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조건 안된다고 할 게 아니라 국가와 개인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외에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기술 보급과 기능 향상, 사회 보장의 이전과 같은 정책 등도 제시하고 있다. 빈곤은 결혼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인구 감소와 미래의 경제 성장도 하락시키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재정을 공공사업에만 한정하지 말고 학교 교육의 대폭적인 지원이나 육아 수당의 확충, 유치원 문제 해소 등을 더욱 지원해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솔직히 말하면 책에 나오는 설명만으로는 좀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만화 자체의 스토리 라인이 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설명이 들어가다보니 우선 설명 자체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데다가 번역이 썩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아서 글을 읽다보면 스무스하게 읽혀지지 않는 곳이 많이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경제학의 개념이나 원리, 용어 등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래서 용어들과 개념들이 나올 때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추가적으로 공부를 하고서야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아니, 그냥 책만으로도 대략적으로는 이해를 할 수는 있지만 이왕이면 좀 더 명확하게 개념정리를 하고 싶어서 검색을 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어쨌건 피케티가 주장하는 기본 개념들에는 공감하고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 것들이라서 책을 통해 부의 불균형과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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