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대리의 한식탐험 - 내가 궁금해서 찾아 본 생활 속 우리 음식 이야기
솜대리 지음 / 올라(HOLA)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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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김치가 자신들의 전통 먹거리라는 말을 하며 문화동북공정을 시작했다. 예전엔 일본이 김치를 기무치라며 자신들의 것이라고 하더니 양 사이드에서 아주 돌아가며 대환장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하나의 음식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왜 고작 김치 하나에 마치 독도급에 맞먹는 분노를 느끼는 것인가? 음식문화에는 사회문화적 당위성과 역사적 서사가 함유되어 있다. 우리가 먹는 한식은 어느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가 만들어낸 한국인의 정서이자 정신이다. 결국 김치를 자기네 것이라 말하는 것은 한국인의 정서와 정신을 빼앗아 가는 것과 같다. 한식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무엇이다.


그런데 한식이 우리의 정신이자 얼이라고 하기엔 우린 한식에 대해 자세하게 잘 알지 못한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고 한식을 먹는 것은 생활 그 자체이다보니 매일 접하고는 있지만 너무나 익숙해서 그에 대해 특별한 인식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또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우리만의 문화라서 특별한 의식없이 당연한 듯이 그 문화를 따르고 한식을 먹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서양식이나 다른 나라의 음식들은 궁금해하고, 커피나 와인 따위는 무려 공부까지 하며 역사나 정보를 알려고 하면서 한식에는 그런 식의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한식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은 백종원 레시피나 맛내는 법 같은 기술적인 면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집밥의 수요가 늘어나며 한식의 수요도 많아졌다고 하는데 그렇게 매일 집밥을 먹으면서도 한식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건 한식에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솜대리의 한식탐험]은 그런 흔한 요리사의 레시피나 맛내기 비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동안 한식에 대한 담론이라고 하면 주로 레시피를 다루거나 한식의 역사적이고 학술적인 이야기거나 국뽕 가득한 우리 한식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어쩌면 천편일률적으로 학문적이고 국뽕에 찬 글들 뿐이다보니 한식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솜대리의 한식탐험]은 한식의 우수성에 대한 과몰입된 찬양이 아니라 정말 우리가 평소 많이 먹는 그 음식들에 대한 맛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공감도 가고, 궁금했던 음식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주고, 한식에 대한 재미있는 정보들도 나눌 수 있어서 재미있고 맛있게 한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책은 총 3파트로 되어있는데 1부는 외국 음식을 한국식으로 재창조했거나 외국의 식재료를 사용하여 한국식으로 만든 한식인 듯 한식 아닌 한식 같은 한식 이야기를, 2부에서는 전통 한식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한식 중에서도 특히 평소 많이 먹는 한식 대해 한발짝 더 들어가 아는 한식도 다시 살펴보고, 3부는 한식과 비슷한 외국 음식을 짝을 지워 다른 나라의 음식도 알아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의 한식을 살펴본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한식들은 떡볶이, 핫도그, 김밥 같은 분식부터 삼계탕, 갈비찜 같은 식사류와 전, 떡, 잡채 같은 잔치음식 그리고 막거리, 소주 같은 술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중 특히 1부와 3부가 재미있는데 1부에서 소개되는 한식들은 비교적 최근에 탄생된 음식들로 라면이나 만두, 오뎅처럼 외국에서 만들어져서 한국으로 들어왔거나 부대찌개처럼 외국의 식재료가 들어가는 음식 또는 짜장면과 같은 외국의 음식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한국식에서 새롭게 만든 음식들로 전통적이지는 않지만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한식들을 다룬다. 여기서 다루는 음식들은 '전통적'인 한식은 아니지만 어느새 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고 한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식의 세계화의 최선봉에 있는 음식들이라 하겠다. 떡볶이나 짜장면, 치맥 등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평소에도 늘 먹는 음식들이다보니 영화나 드라마에도 이 음식들이 자주 등장하고, 따로 홍보하고 알려주지 않아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이라면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한식이다.


라면은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지금은 일본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인스턴트 라면이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다른 음식과 콜라보하여 사용되는 경우는 못본것 같다. 부대찌개, 김치찌개, 떡볶이, 감자탕 등 국물이 있는 음식에는 일단 라면을 넣고 보는데 얼큰하고 국물 위주의 한식은 라면과 합체하기 아주 안성맞춤이라서 라면은 한식의 하나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라면 그 자체로도 비빔면, 매운맛의 불닭볶음면 등 한국 특유의 매운맛을 살린 라면들이 전세계에 퍼져나가 지금은 매운 비빔면이 하나의 문화로까지 자리잡았다. 일본에서 건너왔지만 우리가 한식의 하나로 현지화하고 세계화까지 성공한 모범 사례라 할만하다.


불닭볶음면처럼 하나의 문화가 된 음식으로 치맥을 들 수 있다. 한국인이 치킨을 가장 적게 먹는 달은 2월이라고 한다. 2월이 가장 짧기 때문이라는데 그만큼 우리는 치킨을 엄청 먹는다. 예전에도 치킨은 많이 먹었지만 배달문화가 발달하면서 치킨 수요가 더 많아진 느낌이다. 치킨과 맥주는 모두 외국에서 들어왔는데 치킨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에 의해 알려졌고, 맥주는 일제강점기 때 처음 맥주 공장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 한국에서 먹는 치킨과 맥주는 다른 나라에서 먹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치킨과 맥주 역시 현지화 된 한식들인데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다는 꿀조합을 누군가 발견해냈고, 이 치맥은 역시 단순한 맛있는 궁합의 음식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구글에 ChiMac을 치면 한국의 치맥에 대한 내용이 검색될 정도로 이젠 해외에까지 널리 퍼진 대표적인 한식의 하나가 되었다. 역시 치맥이 세계적인 한식으로 거듭난 것은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K컬쳐가 K푸드와 함께 상호작용을 하며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중국에는 짜장면이 없다는 사실은 이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다. 대표적인 중식인데 중국에는 없는 중식인 짜장면. 짜장면 역시 드라마를 통해 해외에 많이 알려졌고 짜장면을 먹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참 많다고 한다. 이렇게 높은 인지도에 비해 짜장면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6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항기 때 인천 차이나타운 일대로 중국의 자장미엔이 들어왔고 이것이 짜장면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지금의 형태가 된것은 한국전쟁 이후라고 한다. 전후 정부는 화교들의 사회진출을 제약했고 화교들은 생업을 잃고 중국음식점을 차리게 되었는데 짜장면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꾸기 시작하면서 지금과 같은 짜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가 안정 정책으로 혼분식 장려운동을 실행했었는데 이것도 짜장면의 대중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미국으로부터 밀가루를 원조받고 있어서 쌀 대신 밀가루 음식을 장려하다보니 짜장면이 대중화되었다는 말씀. 우리가 이렇게 맛있는 짜장면을 먹는데는 미국 덕도 조금은 있다고 하겠다. 작년엔 봉감독의 기생충에 짜파구리가 등장하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원한 서민음식인 짜장면은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 상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3부에서 다루는 음식 이야기들도 흥미로운데 한식과 유사한 외국의 음식을 짝지어서 비교해보고 한식만의 특징을 살펴보는 형식이다. 음식이라는 것은 그 나라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지만 의외로 다른 나라와 유사한 음식도 많이 있다. 만두는 밀가루 등을 반죽하여 고기 등의 소를 채운 음식인데 이런 형식의 음식은 전 세계적으로 찾을 수 있고, 한국의 만두와 형태까지 비슷한 만두도 세계 여러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안에 넣는 소는 각 나라마다 특징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개념과 컨셉은 거의 동일하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유사한 음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이질감이 없이 때문에 한식을 수출하기에도 굉장히 좋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한국의 식품 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할 때 만두는 최우선 고려 품목이라고 한다. 실제 한국의 만두가 미국에서 만두 시장 1위를 하고 있다니 어느 나라 사람이건 맛있는 건 다 똑같이 맛있게 느끼는가 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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