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 당신의 부에 영향을 미치는 돈의 심리학
저우신위에 지음, 박진희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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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집콕, 방콕을 하며 갇혀있던 사람들의 보상심리가 과소비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해외여행을 가거나 놀러를 다닐텐데 그러지를 못하다보니 보상심리로 지름신이 강림하사 백화점과 쇼필몰로 몰려가서 명품을 사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그 외에도 최근에는 감정소비, 충동소비, 과시소비 등의 다양한 형태의 소비패턴을 보이는데 돈은 없지만 호텔과 명품을 즐기는 2030세대의 플렉스 문화라던지, 상품을 구매하고 인증하는 것에서 타인과의 차별을 확인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지위와 위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있고, 결핍의 보충, 허술함을 채워서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를 하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단순히 물건을 산다고 하는 경제적 행위지만 그 속에는 심리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라는 측면에서 경제활동이 심리학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더 넓게는 돈이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오래전부터 돈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가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돈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고, 현대 자본주의사회로 올수록 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돈이 단순한 교환의 도구 그 이상을 의미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돈과 인간은 어떤 관계이고, 돈은 인간의 감정과 인간관계,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돈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돈을 제대로 쓰는 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돈에 목을 매고 돈 때문에 울고 웃는다고 말하지만 돈이 인간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게 해준다.


책은 돈과 심리, 돈과 사회생활, 돈과 소비생활, 돈과 가정생활, 돈과 도덕적 평판이라는 다섯가지 주제로 돈에 대한 심리를 분석한다. 단순히 신변잡기식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실험을 통해 검증해낸 사회과학의 결과물로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검증 가능한 보편적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책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은 나는 돈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돈 때문에 상처받지 않는 방법 같은 기존의 심리학이나 인문학책에서 많이 봐왔던 상투적인 내용도 있지만 얼굴값은 얼마인지, 키와 수입의 보이지 않는 상관관계 등 굉장히 신선하고 흥미를 끌만한 주제도 있다. 그리고 행동경제학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실험 등으로 돈과 심리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간다.


사실 돈이라고 하는 주제는 의외로 말하기가 껄끄러운 구석이 있어서 다양한 담론을 공유하기가 힘든 것 같다. 돈 없는 사람의 하소연이나 가진 자들에 대한 질투나 분노 같은 것으로 빠질 수도 있고, 결국 돈보다는 사람이나 행복이 중요하다는 공감되지 않는 결론으로 귀결되기 쉽기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의외로 돈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이뤄지지 못하는데 이 책에서는 말하기 꺼려하는 냉혹한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어서 눈길이 간다. 가령 비극의 80퍼센트는 모두 돈과 관련되어 있다거나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는 힘든 세상이라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작년부터 한국 사회의 화두는 정의와 공정이었다.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지만 개천에서 용이 날수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고, 얼마전 터진 LH공사의 비리는 개천에서 살고 있는 서민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럼 왜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가 힘들어진 것일까?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그 이유를 알 것 같은데 여기서 이 책을 중국인이 썼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부가 대물림되는 현상이 오래전부터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부모의 배경이 자식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이건 단순히 부모의 돈을 많이 물려줘서 부가 대물림 된다는 1차원적인 이유를 넘어서 부모의 학력이 아이의 언어 능력과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실제로 아이가 배우는 속도도 더 빠르고 그로 인해 독해나 언어, 공간 지각 등 다양한 방면에서 특출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돈이 없는 집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못해서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전체적인 능력치 자체가 부잣집 아이들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언어능력과 기억력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 또한 돈이 많은 집일수록 더 우수하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들여놓아서 아이는 커서도 자기 자신을 통제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가난이 자제력을 잃게 만든다고 말한다. 참으로 슬프지만 연구 결과가 그렇단다. 요즘 폭식을 참지 못해서 비만이 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폭식의 원인이 가난일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남보다 형편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는데 이를테면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행동이 아닐까 한다. 미국에서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유기농 과일과 야채보다 고열량의 싸구려 음식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고열량의 식품을 먹을 수 밖에 없고 전부 비만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 실험에서도 이런 내용이 증명이 되었는데 가난할수록 열량이 높고 크기가 큰 음식을 좋아한다고 밝혀졌다.


가난하면 부자인 사람에 비해 지능도 떨어지고, 몸도 저질이 되기 쉽다는 결론. 멘델의 유전법칙에 대입해보면 부자들은 더 똑똑하고, 더 건강하고, 더 부자가 되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지능의 발달이 낮고, 비만이 되기도 쉽고, 돈을 벌 수 있는 확률도 낮아진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현대 사회에서 우성, 열성을 나누는 인자는 바로 돈이라는 뜻이 되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돈이 많다는 게 꼭 더 좋은 부모는 아니라고 말한다. 가난한 집일수록 아이와의 유대를 중요하게 여기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의미있게 생각하지만 돈이 많을수록 부모들은 아이 양육을 덜 의미있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은 아이도 중요하지만 돈이 개인적 목표를 중시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 목표를 이루는데 치중하다보니 자신의 아이마저도 순위가 밀려나게 된다는 뜻. 한국의 막장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이야기인데 그저 막장스러운 설정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어둡고 씁쓸한 이야기를 했지만 책에는 그 외에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가 많이 있다. 이런 것까지 돈과 연결지어서 생각할수도 있구나 하는 신박한 내용도 있고, 과소비를 하게 되는 원인 등을 파악해서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돈에 대해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으로 생각해보며 돈에 대한 가치관을 나름대로 다시 한번 정립해볼 수 있는 주제도 있다. 책을 읽다보면 돈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지, 돈에 휘둘리지 않고 돈의 주인으로 살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며 돈을 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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