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 고대·중세 편 - 고대·중세 철학자 18인의 삶과 철학 이야기 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
이즐라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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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철학을 참 좋아한다. 삶의 방식이나 인생의 방향성을 철학에서 찾기도 하고, 생활 속의 고민이나 내적 갈등의 해결에도 철학의 지혜를 빌려 해결하고자 한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약간은 중2병스러운 인간의 근원적인 고민에 대한 답 역시 철학에서 얻으려 한다. 심지어 영화를 보고도 그 속에서 철학적 함의를 찾고자 한다. 이렇게 우린 철학을 참 좋아하고, 실제로 인생의 굴곡진 순간순간마다 철학은 우리에게 응답을 했고,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철학은 그 효용성을 보여준다. 고민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며, 문제없는 관계가 어디 있겠는가. 누구에게나 잠못드는 새벽은 있기 마련이다. 우린 매시간, 매순간 철학을 필요로 하는 인생을 살고 있으며, 철학만이 우리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린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철학을 공부하게 되는데 이 철학이라는 학문은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고, 양도 방대하다. 하지만 기껏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가도 철학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깊은 좌절감만 맛보고 책을 덮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 물론 철학자들의 어려운 철학 개념이나 사상을 몰라도 자신만의 개똥철학을 가질 수는 있지만, 실제 철학자들의 사상과 철학개념을 이해하고 거기에 사유의 시간이 더해지면 근본없는 개똥철학도 깊이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어렵더라도 한번쯤 철학사를 공부해보면 좋을텐데 이왕이면 어렵고, 무겁고, 방대한 서양철학을 좀 더 쉽고, 가볍게 이해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지적 허영을 위한 퇴근길 철학툰]은 어려운 철학자와 철학개념을 쉽고 가벼운 만화로 전달해준다. 웹툰형식으로 스무명의 고대·중세 철학자와 그들의 철학개념을 소개하는데 가벼운 만화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그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다.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뿐이지 그 내용들은 여전히 깊고 심오한 철학의 지식을 잘 담고 있는데 실제로 만화라지만 텍스트도 많은 편이라 설명이 촘촘하게 잘 되어 있어서 내용 전달에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하나의 챕터당 한명의 철학자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주장한 대표적인 철학 개념과 그것을 풀이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어 하나의 웹툰을 다 읽으면 한명의 철학자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의 특징은 철학자들의 철학 개념을 소개하는 것이 메인이 아니라 어떤 하나의 질문, 호기심을 던져놓고 철학 개념으로 그것을 설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철학책은 철학 개념과 사상을 소개하고 그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데 집중하는 반면 여기서는 그 개념들을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질문과 호기심을 해결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챕터 첫머리에 사상과 이론을 먼저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하나의 질문과 호기심을 제시하고 그것을 철학의 개념을 활용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며 철학의 효용을 직접 보여주는 형태를 보인다. 이는 앞서도 말했던 우리가 철학을 배우려는 목적대로 철학적 사고를 통해 생각의 깊이를 확장시켜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저자는 철학책을 읽어도 의문만이 남을 뿐 철학이 답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인생에 정답은 없으므로 철학이 딱 떨어지는 답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답이 아니라 질문에서 배우게 된다. 올바른 답에만 연연해하다보면 정작 쫓아야 할 것을 놓치게 된다. 적절한 질문과 올바른 사고의 과정만 있다면 그건 옳은 답이고 그게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프로세스이다. 그리고 그것이 철학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철학을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도구로 활용하며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철학을 공부하며 추구해야 할 올바른 방식이라고 하겠다.


아리스토텔레스

거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거의 모든 분야를 탐구했던 거의 모든 학문의 아버지.


철학자 중엔 철학이란 한 우물만 판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학문에 호기심을 느끼고 여러 학문을 탐색하는 철학자가 더 많다고 한다. 그 중 갑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을 탐구했으며, 체계적으로 학문을 정리하고 분류했다고 한다. 자연과학과, 논리학, 생리학, 물리학, 천문학, 수사학, 윤리학, 정치학, 예술이론에까지 많은 연구를 하고, 성과도 내었다. 그 중 논리학과 철학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논리학은 모든 학문의 예비지식이라 다른 분야를 공부하기 전 올바른 사유의 방식을 익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스승인 플라톤에서 시작했지만 당시 주류였던 플라톤을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독자적인 사상을 확립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반대한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호기심이 다양한 관점으로 이어지고, 다양한 관점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우리도 최근엔 깊고 좁은 지식보다는 얕고 넓은 잡학다식한 지식을 가진 사람을 동경하게 되었다. 각각의 분야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라면 그 창은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를 다른 관점으로 생각할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양한 시각과 새로운 생각의 실마리는 여러 창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 철학사에서 플라톤에 비견할 유일한 사람으로 보는데 다양한 분야에 대한 끝없는 지식욕이 아리스토텔레스를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려놓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고, 지식을 쌓는다면 세상을 보는 창이 많아지고, 그만큼 세상을 보는 관점도 한가지로 고정되지 않게 될 것이다.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단순히 지적허영만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큰 창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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