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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야매 편의점 평론가의 편슐랭 가이드
채다인 지음 / 지콜론북 / 2021년 1월
평점 :

소싯적에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일하면서 평생 먹을 편의점 도시락을 다 먹었던 것 같다. 가볍게 한끼 떼우기에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김밥만큼 좋은게 또 있으랴. 당시에도 편의점을 이용하는 인구가 많았었지만 24시간 영업에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슬세권에 위치해 있고, 수많은 먹거리와 다양한 서비스로 지금은 그때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특히 몇 년전부터 유행한 집밥 트렌드와 코로나로 인한 혼밥·혼술 붐으로 외식 대신 집에서 밥을 먹는 문화가 자리잡았고, 1인 가구의 증가로 마트의 부담스러운 대용량 제품 대신 가볍게 한끼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며 그런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한 편의점은 그야말로 자취인들의 낙원이 되버렸다.
과거에는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도시락의 퀄리티도 굉장히 좋아졌고, 고급스러운 메뉴나, 명절 한정판매 도시락 등 다양한 구성으로 출시되는 등 점점 퀄리티와 퀀티티가 높아져서 싸게 대충 한끼 떼우는 인스턴트 음식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심지어 김혜자 배우를 모델로 한 편의점 도시락은 가성비가 좋고 푸짐하다는 뜻인 '혜자스럽다'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었다. 삼각김밥 역시 종류가 많아지며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입맛을 잡고 있다. 삼각김밥은 처음 출시되었을 때에도 지금과 비슷한 가격이어서 비싸게 느껴졌지만, 모든 물가가 다 오른 지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 되었고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삼각김밥과 도시락은 9월부터 햅쌀로 밥을 하기 때문에 9, 10월에 가장 밥맛이 좋다고 한다.
최근에는 편의점 파먹기가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은 느낌이다. 편의점 음식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맛을 만들어 먹으며 그 레시피를 공유하기도 하고, 유튜브 방송이나 TV에서 유행하는 먹거리를 사기 위해 편의점을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꼬꼬면, 허니버터칩, 불닭볶음면, 짜파구리 같은 먹거리들은 TV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유명해지며 너도나도 이걸 사기 위해 편의점에 줄을 서고, 하나같이 인증을 한다. 인스타 인증샷이라는 자기과시의 젊은 세대의 독특한 문화가 편의점과 만나 만들어낸 유행인 것이다. 특히 이런 문화는 편의점 전용 제품으로 이어지며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시킨다. 뉴트로 상품이나 협업 상품이 난립하고, 사람들은 기어이 물건 들어오는 시간까지 체크해가며 편의점에서 그것을 사서 사진을 찍어 올리고는 흐뭇해한다. 단순히 컵라면이나 파는 점빵이 아니라 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이 책에는 편의점의 다양한 인기 먹거리들과 맛있게 먹는 법, 레시피, 인기 상품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요즘 핫한 먹거리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인싸들은 어떤 제품을 어떻게 먹는지 알아보고 한번쯤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편의점 상품들은 단순한 먹거리 차원을 넘어서 말 그대로 하나의 문화의 영역으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에 이런 인기있는 편의점 상품들을 확인해보면서 요즘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와 유행, 가치관 등도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저자가 추천하는 다앙한 메뉴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제품을 그대로 먹지 않고 꼭 이리저리 조합하고, 가공해서 특별하게 만들어 먹는 걸 즐긴다.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과 재료들을 활용하여 멋지게 재탄생한 요리를 먹어볼 수 있게 특급 레시피가 담겨 있어서 땡기는 메뉴가 있으면 특식으로 한번씩 해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장은 편의점 알바로 일하며 보고 들은 저자의 경험담과 추천 메뉴와 레시피, 세계의 편의점 이야기 등 편의점을 둘러싼 다양한 썰을 풀어간다. 담배를 사러오는 미성년자들, 매일 소주나 막걸리를 사가시는 (알콜중독) 어르신, 봉투값 때문에 화내는 손님, 정말 난감해지는 술 취한 손님들 등 편의점에서 일하다보면 매일 만나게 되는 진상손놈들에 대한 고찰과 알바생의 어려움들 같은 이야기들은 동종의 알바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격하게 공감되고 동질감을 느끼되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외에도 알아두면 편리한 편의점 이용 가이드도 적혀 있어서 몰랐던 서비스도 알게 되어 편의점 이용이 좀 더 편해지겠다. 이젠 편의점 없이 못사는 시절이 되었다. 하루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편의점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나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