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 ㅣ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언어는 살아움직이는 생물이다. 말이란 정체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서 시간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대응하며 새로운 말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의 발전으로 신조들이 더욱 많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널리 퍼지게 되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는 기존의 문법을 깨트리는 말들이 많고 그런 이유로 기성세대들은 그것을 언어 파괴나 한글 파괴라며 우려하지만 그것은 언어가 살아있기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겠다. 오히려 지금 쓰는 말과 조선시대 때의 말이 같다면 그것이 더 문제가 될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들은 그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정말 요상한 외계어처럼 보이겠지만 그 외계어들은 나름대로 전부 그 말이 만들어진 배경과 어원이 존재한다. 밑도 끝도 없이 툭하고 생겨난 것이 아니란 뜻이다. 말이란 그 시대와 문화 등을 토양으로 해서 탄생하는 것이므로 말의 어원을 잘 살펴보면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 사람들의 사고방식, 가치관 등을 발견할 수가 있다. 그래서 어원을 알면 그 말의 뜻과 취지를 이해할 수 있고,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고 공유할 수도 있게 된다. 즉, 어원을 아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하나 외우는 차원을 넘어서 역사, 문화, 인문학적으로도 큰 공부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일상의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어원을 풀이해준다. 여기서 '자주 사용하는'에 방점이 찍히는데 많이 사용하지도 않고, 특정한 계층의 일부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듣도보도 못한 요상한 신종 외계어가 아니라 평소 자주 듣고, 많이 사용하던 단어들을 모아서 그 어원을 알려주기 때문에 일상의 언어와 동떨어진 내용이 아니라서 더욱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고, 스몰토크 중에 '사실은 그 말의 어원은 뭐냐면 말이지' 하면서 아는척 하며 써먹기도 좋으며, 단어와 관련된 일반상식과 다양한 분야의 인문교양도 쌓을 수 있다.
레이디벅스는 왜 레이디라고 부르는 것인지, 자이언트 팬더는 과연 얼마나 크길래 이름에 자이언트가 붙은 것인지, 극락조는 정말 극락에서 온 새인지, 사자왕 리차드는 왜 사자라고 불리는지 등 단어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들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어인데 평소엔 그 말의 의미나 해석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별 생각없이 사용했지만 막상 책을 통해 '왜?'라는 질문을 받으면 갑자기 막 궁금해지는 것들도 많이 있고, 특별한 어원이 있을거란 생각을 하지 못한 단어인데 알고보면 유서깊은 역사나, 특이한 문화적 배경이 숨어있는 단어도 있고, 회사 브랜드 등의 의미나 세계의 유명 랜드마크의 어원도 소개하고 있어서 다양한 테마와 여러 분야의 단어에 담긴 어원을 알아볼 수 있다.
KOREA 코리아는 고려의 중국식 발음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이건 비교적 유명한 내용이라서 아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또 한국을 일컫는 별명 중 [고요한 아침의 나라]란 것이 유명한데 이것은 조선에서 따온 것으로 조선(아침 朝 고을 鮮)이란 국명을 아침의 고요라고 해석한 듯 싶다. 단순히 국명을 끼워맞춰서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의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해져서 한국 혹은 조선의 정체성을 잘 풀이한 별명인 것 같다. 반면 일본(日本)의 별명은 [떠오르는 태양의 땅]인데 중국이 자기들 기준에서 일본이 동쪽에 있었기 때문에 해가 떠오르는 방향에 있는 곳이란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일본의 국호는 단순히 위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괜히 천자라던지, 태양의 후예 같은 그런 거창한 의미가 아니었다. 다만 80년대 일본의 경제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일본이 세계의 신흥 강국이 되자 일본이라는 한자의 의미를 딴 [떠오르는 태양]이란 별명이 그 당시의 일본의 위치와 잘 어울렸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금 일본은 지는 해가 되었지만 말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과거에는 중국의 문명에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지명 이름이 중국과 관련된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중국은 처음엔 일본을 [왜(倭)]라고 불렀다. 우리가 [왜구]라고 할 때의 그 왜다. 여기엔 난쟁이, 피그미 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왜(倭)]와 발음은 같지만 좋은 의미의 和로 바꾸어서 스스로를 칭할 때 WA(和)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일본을 난쟁이라는 의미의 왜(WA)라고 부른 것은 단순히 자기들 중국보다 낮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난쟁이란 의미의 Wa라고 불렀지만 실제로도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보다도 키가 작아서 의도치 않게 언행일치가 되었다. 원래 일본(日本)은 중국어로 재팬이 아니라 닛폰인데 중국어로는 지푼이 된다. 마르코폴로가 지푼이 풍요와 황금의 땅이란 소문을 듣게 되고 그것을 지팡구라고 적은게 돌고 돌아 재팬이 된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지명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면 행성의 이름은 로마 신화의 영향을 받았다.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들의 이름은 신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관례인데 지구(어스)는 행성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신의 이름이 아닌 땅이라는 뜻의 독일어인 [에르다]에서 따왔다. 공전 속도가 가장 빠른 수성은 로마 신들 중 가장 빠른 전령의 신 머큐리에서 따왔고, 비너스로 불리는 금성은 유일하게 여신의 이름을 따왔는데 금성이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뜨거워서 핫하니까 비너스라는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작명은 아니고, 금성이 비너스만큼 예쁘다고 생각해서 그런 이름을 붙혔다고 한다. 붉은 행성인 화성은 전쟁에서 흘린 피를 상기시킨다는 이유로 전쟁의 신 마르스의 이름을 따서 마스라고 지었다. 가장 큰 목성은 가장 크고 강력한 신인 제우스에서 가져왔고, 토성은 가장 멀리 있어서 공전주기가 가장 오래 걸린다는 의미로 시간의 신인 새턴의 이름을 붙혔다. 머큐리와 반대급부에 있는 셈이다. 이것도 일종의 드립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과거 사람들의 상상력과 작명센스가 나쁘지 않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