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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코노믹스 - 록으로 읽는 경제학
피용익 지음 / 새빛 / 2021년 1월
평점 :

모든 종류의 대중문화는, 그것이 영화건, 음악이건, 문학이건, 회화건 어떤 것이던지 그것이 만들어지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대중문화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거나, 좋아할만한 것을 지향하고, 이는 그 시점의 사람들의 정서와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게중엔 대중의 지지나 상업적 성공을 염두에 두지 않는 실험적인 작품도 간혹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대중의 요구나 욕구에 대응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대중문화에는 시대상과 사회상이 담겨 있기 때문에 대중문화를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그 사회의 분위기나 시대의 흐름을 읽어낼 수도 있다.
대중문화가 사회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사회의 경제상황의 영향도 받는다는 뜻이다. 흔히 불경기가 되면 치마길이가 짧아지고, 립스틱이 많이 팔리며, 인형뽑기에 사람이 몰린다고 말해지는데 이런 지표들처럼 사회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중문화는 당시의 경제상황이나 경제현상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록코노믹스]는 대중음악, 그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길고 보편적인 록이라는 장르를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하며 경제 성장과 둔화가 록 음악의 장르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고, 또 대중음악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경제와 경영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흔히 록은 저항의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록을 하는 겉멋든 록커들은 아무때나 록스피릿을 외쳐댄다. 실제로 베트남전이 발생했던 1960년대에는 반전과 평화를 노래하고, 보수적인 기성세대에 저항하여 마약과 섹스를 찬양하는 노래를 하며 록이 반골기질을 드러낸 것은 맞지만 사실 록의 기원인 로크롤은 저항이 아니라 풍요로운 세상을 더욱 신나게 즐기자는 마인드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 당시는 미국이 가장 풍요로웠던 시절로 전국민이 다 잘사는 시기였다고 한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동네 똥깨도 입에 달러를 물고 다니는 그런 시기였다. 그리고 주크박스와 라디오라는 기기의 발명으로 10대 청소년들은 음악의 주 소비층이 되었고, 이들의 삶의 방식도 바뀌었다. 심장을 울리는 강한 비트의 로큰롤은 십대 아해들의 마음을 대변하였다. 로큰롤의 탄생은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기술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로큰롤의 황제가 엘비스 프레슬리라면 록음악을 주류장르로 끌어올린 록의 황제는 단연코 비틀즈이다. 비틀즈는 이후 록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비틀즈의 노래를 듣고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모두가 비틀즈처럼 밝고 아름다운 음악을 할 수 없었다. 빈곤한 영국의 하층민으로 태어나서 가난과 범죄에 노출된 채 자란 오지 오스본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어둡고, 분노에 찬 정서를 음악에 녹여내어 헤비메탈을 만들어내었다. 헤비메탈은 노동계층의 음악이다. 무겁고도 시끄러운 사운드는 공장의 기계 소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렇게 헤비메탈은 영국의 오랜 경기침체에서 탄생한 경제불황의 산물이었다.
1980년대가 되면 헤비메탈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과거의 거칠고 무거운 사운드에 비해 부드럽고 가벼운 팝 메탈이 인기를 끌었다. 이는 80년대의 경제 호황이 메탈 음악의 변화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한다. 당시의 밴드들은 가죽 바지를 입고, 짙은 메이크업에 스프레이로 머리에 후까시를 엄청 준 화려한 모습을 하였다. 소위 글램 메탈인데 경제호황과 MTV를 통한 보이는 음악이 대중화되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헤비메탈도 이런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90년대가 되면서 너바나라는 신예 밴드가 던진 시애틀 그런지의 핵폭탄에 헤비메탈은 불꽃은 사그러든다. 90년대 들어 세계 경제 성장률은 급격하게 둔화되고 더 이상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쾌락을 추구할 수 없는 사회분위기가 되었으며 일자리를 찾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그런지 록은 어두운 사회에 대한 분노, 좌절, 소외 등의 정서를 단순한 리프에 담아내었는데 급격히 어려워진 90년대의 경제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고실업률로 설명되는 소위 뉴노멀의 시대가 되었고, 이와 함께 대중음악 시장에서도 록은 인기가 사그라들고 힙합과 일렉트로닉 댄스, 그리고 K-POP의 시대가 되었다. 뉴노멀 시대가 되자 록이 아닌 새로운 장르가 뉴노멀로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2000대 이후 록음악의 인기가 급격하게 시든 것은 인터넷 보급의 영향이라고 보는데 라디오와 주크박스라는 기술의 발전이 로큰롤의 인기를 끌었다면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발전이 록의 몰락을 부추긴 것이다.
세계 경제의 변화에 따라 록의 흥망성쇠도 함께 한다는 것이 흥미롭고, 당시 경제 상황에 따라 음악의 성향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도 매우 재미있다. 책에는 이 외에도 산업으로서의 대중음악과 대중음악이 사회와 경제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는 등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경제이론을 록음악과 가수로 설명하는 두 번째 테마는 어려운 경제용어를 음악으로 쉽게 배워볼 수 있어서 재미도 있고 교육적이다. 록과 경제라는 흔치 않은 조합으로 경제학을 공부하니 재미도 있고, 경제와 음악 상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경제학책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