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분 만화 세계사 - 웃다 보면 세계 역사가 머릿속에 쏙! ㅣ 3분 만화 세계사
사이레이 지음, 김정자 옮김 / 정민미디어 / 2020년 12월
평점 :

세계사나 역사 공부를 할 때 가장 큰 난점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나 학교 교과 과정에서의 역사 교육은 연표 외우기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서 상당히 지루하고 어렵다.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인물과 사건, 각종 용어 들을 무작정 외워야 하는 단순 암기 과목이라 이를 통해 뭔가 지식을 얻고,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시험을 위해서 의미 없는 내용들을 외워야 하는 불필요한 암기고문이란 인식이 있다. 게다가 역사는 그 내용이 너무 광범위해서 외워야 하는 것들도 너무나 많다보니 역사 과목을 포기하는 역포자도 수없이 양산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지루하고 따분한 역사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아이들을 역포자로 만드는 최단코스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역사를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한데 3분 만화 세계사는 웹툰 형식의 만화로 세계의 재미있고 흥미로운 역사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역사를 접할 수 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도 도식적인 역사의 흐름이나 다른 책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역사적 사건이 아닌 흥미로운 역사의 뒷이야기 같은 것을 테마로 삼고 있어서 재미라는 측면에서도 눈길을 끈다.
금주령을 둘러싼 미국의 역사나 남미 태평양 전쟁이 새똥으로 시작되었다는 식의 역사의 뒷이야기도 재미있고, 중세 유럽인은 씻기를 싫어했다거나, 서양 병원의 표식이 십자가인 이유, 유럽 귀족의 입맛을 정복한 미국 초콜릿, 런닝머신이 범죄자를 고문하던 고문기구였다는 식의 몰랐던 역사의 에피소드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또 중국 역사 속에서의 헤어스타일의 변천사와 황제와 면사금패의 관계, 고관대작의 의미 등으로 재미있는 중국 문화사를 알아보며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배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인어족이나 동서양의 용이야기를 역사적 맥락으로 알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모든 테마는 그다지 길지 않아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물론 하나의 테미를 읽는데 3분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긴 하지만 지루하지 않아서 순삭이다. 캐릭터 그림체가 귀엽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단어선택과 개그요소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서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다. 그렇다고 유치하거나 글과 내용의 수준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라서 성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만하다. 웹툰처럼 그림과 글이 적당하게 어울어져있어서 가독성도 매우 높고, 절절한 그림으로 상황설명을 해주다보니 이해도 쉽게 잘 된다. 오랜 시간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한번 책을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이 잘 읽히는데는 좋은 번역도 한몫한다고 하겠다. 드립이나 개그요소들은 잘못 번역하면 유치하거나 내용의 수준이 확 떨어지게 되고, 또 원어의 의미를 잘 잡아내지 못해서 의미 전달이 잘 되지 않거나 극의 흐름이 끊어지기 쉬운데 번역이 상당히 좋아서 글이 매끄럽게 읽히고 내용 전달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테마 중 일본 천황이 언급되는 내용이 있는데 천황이라는 것은 과거 일제 군국주의의 상징이라서 당연히 피해야 할 단어다. 그런데 천황이라는 말이 나오길래 좀 언짢았지만 단순히 일본인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을 뿐 그 외에는 일왕이라고 개념번역을 하는 것도 좋았다.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중국 작가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분위기다. 20년 전만 해도 일본 작가의 일본 출간물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점점 중국 쪽의 서적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이 책 역시 메이드 인 차이나이다. 그래서 많은 부분이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거나 세계의 역사를 중국인의 입장에서 중국의 상황과 연관지어 서술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한국의 독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철저하게 중국인의 관점에서 중국을 기준에 놓고 말을 하는 부분도 있어서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이 연상되어 쓴 맛이 남는다.
가령 동양과 서양의 용에 대한 이미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서양인들의 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편견이라고 말한다. 그런 서양의 인식이 용의 후손을 자처하는 자신들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처럼 느끼는 것인지, 단순히 자신들의 관점은 옳고, 그 외의 것은 틀렸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존재하는 대상에 대한 평가도 아니고 가상의 존재인 용에 대한 인식일 뿐인데 그것을 편견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편협한 의식에 다름아니다. 물론 주의깊게 읽지 않으면 별 생각없이 지나가는 문구지만 작은 표현들이 모여서 큰 의식의 흐름을 바꾸게 되므로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