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따라하는 행동경제학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타케 후미오 지음, 김동환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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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인간은 대상의 가치를 고려해서 가장 가치가 큰 대상, 즉 효용을 극대화한 선택을 한다. 언제나 경제적인 가치가 큰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 경제학에서의 대전재인 셈이다. 그래서 경제학은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학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선택을 할 때 고려하는 요소가 꼭 경제적 가치만은 아니다. 사람은 개인의 기분, 마음, 감정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효용과는 상관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렇듯 심리학은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다. 과거의 전통경제학에서 가치의 효용만을 따졌는데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 후로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고려한 행동경제학으로 경제학을 보기 시작했다. 완전 상반된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래서 행동경제학을 공부하다보면 심리학책에서 보던 실험 같은 것을 많이 접하게 된다. 이렇게 경제학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행동경제학인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넛지이다.


최근 들어 넛지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다. 관련 서적도 많이 출간되고 뉴스 기사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말인데 넛지는 팔꿈치로 가볍게 툭 친다는 의미로 강제적으로 선택을 못하게 하거나, 인센티브를 줘서 선택하게 만드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상대의 행동을 예측한 형태로 바꾸어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요소를 의미한다. 벌금을 때려서 특정 행동을 제한·금지시켜서 선택의 자유를 뺏거나, 인센티브를 줘서 선택을 하게 만들지 않고도 원하는 선택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행동경제학이 적용되는데 행동경제학적 수단을 이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람들의 행동을 원하는대로 유도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비용적인 측면으로 과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람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넛지는 최근 기업의 마케팅이나 정책의 일환으로 각광받는 것 같다.


기업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넛지 기법은 디폴트 옵션의 이용인데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적용되는 옵션을 뜻한다. 보험이나 매달 결제해야 하는 구독권 등은 별도의 요구가 없을 때는 자동연장되는 것을 디폴트값으로 설정해놓는다. 이것은 일견 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것으로도 해석되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자가 그것을 해지하는데 드는 수고 때문에 그것을 해지하지 않고 계속 계약을 연장하게 한다는 교묘한 심리 트릭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전통경제학의 관점에서는 필요없는 서비스는 효용의 극대화를 위해 바로 해지하겠지만 실제 사람의 심리는 귀차니즘 때문에 굳이 그것을 해지하려는 수고를 들이는 대신 연장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은 서비스의 디폴트 옵션을 자동연장으로 두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선택이 강제되면 안되기 때문에 언제건 쉽게 옵션의 중지를 선택할 수 있게 옵트아웃 할 수 있게 해놓지만 그럼에도 디폴트 옵션으로 원하는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


넛지는 그외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이 가능한데 일에 대한 의욕을 높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여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행동 간의 간격을 줄이는데도 활용된다. 의료·건강 활동 영역에서도 응용이 가능하고, 공공정책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기업이 소비자의 소비를 유도하는 용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넛지에 대해 잘 알기 전에는 넛지를 일종의 프레임 짜기 정도로 이해했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받아들이는 감각은 달라진다.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하는 것과 반이나 있다고 하는 것의 차이인 것이다. 억지로 강제하거나 강요하지 않고도 그것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으로 사람은 그것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선택지를 결정하게 된다.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건 독감백신을 맞은 사람이 죽었다는 기사를 쏟아내면 사람들은 독감백신 맞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고 백신 맞는 것을 피하게 된다. 백신을 맞으면 벌금을 물리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백신 맞기를 꺼려하게 되었다. 이것도 넛지효과인데 이렇게 넛지를 여론몰이나 선동 같은 것으로만 이해했었다.


이와 같이 넛지가 사람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악의적인 독감백신 기사처럼 악용될 요지도 충분히 있으므로 넛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한다. 넛지는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고 있는 것을 전제하지만 선택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 이런 영향이 사람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왜곡하게 된다는 견해이다. 실제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넛지에 많이 휘둘리고 있다. 마트 진열장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된 상품을 무의식 중에 고르게 된다거나, 가격에 대한 고려없이 행사 상품을 덥썩 집어들고, 앞서 말한 디폴트 옵션에 의해 매달 불필요한 서비스 요금을 내고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넛지랑 상업적으로 소비자를 현혹시켜 눈탱이를 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으로만 생각될 수 있겠지만 좋은 넛지는 사람들의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여서 사회에 도움이 되게 만들 수도 있다. 강제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이를테면 정부의 캠페인 같은 것들이 그런 것이다.


넛지를 활용하면 더 나은 행동을 유도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선택할 수도 있다. 물론 반대로 넛지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원하는 선택을 하게 할 수도 있고 혹은 넛지 효과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역으로 기업의 넛지 마케팅을 간파해서 거기 휘둘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편파적인 언론의 여론몰이 역시 간파하여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넛지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이다. 행동경제학과 넛지에 대한 개념과 이해를 높힐 수 있고, 행동을 개선하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넛지 설계 가이드를 배울 수 있어서 넛지의 긍정적인 효과를 직접 경험해볼 수도 있게 가이드 하고 있어서 매우 도움이 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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