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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철학 365
최훈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는 점점 복잡해져가고, 사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철학에서 삶에 필요한 지식과 혜안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 인문학이 유행하는 것도 그런 것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지만 막상 작정하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워낙 어렵고, 철학이 다루는 내용도 깊고 방대해서 그런 것을 공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겨우 시간을 내서 어렵고 부담스러운 철학책을 붙들고 읽다보면 금새 지루해지고 철학 자체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사라지는 일도 많을 것이다.
이럴 때는 처음부터 어려운 책에 도전하기보다는 가볍게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철학처럼 어려운 학문은 부담스러지 않게 조금씩 지식을 쌓아가는 것이 좋다. 이 책은 하루 한페이지 철학 지식을 읽으며 쉽고 재미있게 철학을 배울 수 있게 구성되어져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각 철학의 말, 용어·개념, 철학자, 삶과 철학, 생각법, 철학 TMI라는 일곱가지 테마를 정해놓고 철학과 관련하여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정리해 놓았다. 다양한 주제의 중요한 철학 지식을 365개를 선정하여 매일 한페이지씩 일년에 걸쳐 읽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철학에 관심은 있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책읽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책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삶과 철학과 철학TMI 파트이다. 이론적인 용어와 개념정리, 철학자와 철학사를 정리한 후 그렇게 공부한 철학의 이론적 내용을 현실영역으로 가져와서 일상적 상황이나 이슈에 적용하여 생각해보면서 조금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으로 철학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오랜 시간을 이어져온 철학자들의 지혜를 배우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을 넓히기 위해서이지 단순히 철학의 역사와 철학자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이론적이고 학문적으로 암기한 이론은 실용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삶과 철학이라는 개념으로 철학을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보면서 우리가 철학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을 실제로 얻을 수 있게 된다.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두 가지 옵션에서 어떤 쪽을 선택해도 곤란해지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한다. 비유적으로 딜레마의 두 뿔이라고 말한다는데 한쪽을 피하려다보면 다른 쪽 뿔에 찔리게 되는 것인데 이때 딜레마를 피하는 방법으로는 양자 선택에 빠지지 말고 제3의 옵션을 선택하거나 뿔 하나를 꺾으면 된다고 한다. 아니면 역딜레마를 만들어서 그 것에서 빠져나오는 꼼수도 있는데 가령 두 가지 옵션의 나쁜 점에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의 좋은 점으로 선택하는 식이다. 말된다.
자유 의지
자유 의지는 무엇인가에 의해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되는 강한 느낌이라는데 그런 감정은 오직 그런 느낌일 뿐이고 그것을 증명하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자유 의지가 없다면 기계나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과 다를바 없다고 말하는데 보통 자유 의지는 필요성에 의해서만 증명된다고 한다. 반대 지점에 잇는 결정론은 세상의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는 주장으로 내가 자유 의지로 행한 일 역시 과거의 원인에 기인한다는 주장이다. 예정설은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지고 결정하고 행동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신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는 것에서 결정론과 약간 비슷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결정론
결정론은 세상 모든 일에는 원인이 존재한다는 주장인데 자유 의지에 상반되게 지금의 세상의 일은 지금은 몰라도 어떤 원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령 타임머신이 나오는 영화에서 과거에 영향을 주면 현재가 바뀌게 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과학의 발전이 결정론을 더욱 뒷받침하게 되었는데 양자역학은 결정론이 틀렸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양자역학에서는 입자들의 현재 상태를 알아도 미래 상태를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컴의 면도날
뭔가 설명할 때 복잡한 것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도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설명이라는 원리다. 오컴의 면도날은 의외로 우리 일상에서도 많이 보이는데 거짓말을 하려 하면 자꾸 설명이 길어지고, 말이 복잡해진다. 인생이란 의외로 심플하고 단순하다. 불필요한 것을 모두 잘라 낸 단순성, 경제성의 원리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가 말하길 진실은 순수하지 않고 간단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둘보다 하나가 더 단순한가? 왜 하나가 둘보다 단순하다는 건가? 더 낮은 숫자고 더 고독한 숫자이지만 그렇다고 더 단순한가?
착한 것도 운인가?
재벌가에서 태어나느냐 허벌가에서 태어나느냐는 순전히 운에 달려있다. 운은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도덕과 윤리는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덕적 평가는 운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윤리의 기본 전제이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누구는 순하게 태어나고, 누구는 포악하게 태어난다고 도덕적인 성품 역시 운에 의해 결정되어진다고 말하는 철학자도 있다. 타고난 성향, 기질이라는 것이 있다는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이론이다. 내 성격이 더러운건 그렇게 타고났기 때문인거니까.
도덕도 진화한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이후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는 사회진화론을 만들어냈다.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그중 가장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는 것이 진화라면 사회에서도 가장 적합한 사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미국의 자본가들이 열렬히 지지했는데 말하자면 자기들이 다 돈을 벌만 하니까 벌었다는 뜻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사회 생물학은 동물의 이타성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하는데 벌이나 개미는 개체를 위해 희생하는 것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자손을 남기게 된다. 공동의 이익을 얻는 개체와 협력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취지이다. 이런 것으로 인간의 도덕성도 설명한다. 이타성이나 도덕 규칙이 유전적으로 인간에게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것과는 달리 착한 것은 운이 아니라 진화의 결과물인 것이고 착하지 않은 사람, 즉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은 진화론적으로 진화가 덜 된 인간이란 뜻도 되겠다. 운이건 진화론이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결론.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