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단 기초 영어공부 혼자하기 - 세상에서 가장 싫었던 기초영어가 쉬워진 이유 ㅣ 난생 처음 끝까지 본 시리즈 2
Mike Hwang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20년 12월
평점 :

학생 때 공부하던 영어교재는 항상 교재 앞부분은 손때가 묻어서 시커먼데 뒷쪽은 깨끗했다. 영문법이 의외로 굉장히 어려워서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에 처음엔 영어를 씹어먹을거란 가열찬 각오로 공부를 시작하지만 처음 몇 개의 챕터를 깔짝거리다가 그만두게 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큰 맘 먹고 다시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가 며칠 뒤 작심삼일이 되어버리는 패턴의 연속. 솔직히 고백하자면 영어교재를 끝까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영포자로 가는 첫 걸음이었다.
이렇다보니 책 뒤쪽에 나오는 진짜 중요한 알짜배기 내용들은 아직까지 초면인 경우가 많고, 생소하다. 한국처럼 영어에 미쳐서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은 환경에서 살다보니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어떤 경로로건 조금씩 주워들은 내용은 있어서 책으로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아주 미약하게나마 한두마디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런 표현들 조차 문법적으로 어떻게 구성이 되고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렇게 기초가 부재한 상태로는 아무리 단어를 외우고, 표현들을 암기해도 큰 효과를 얻기가 힘들다. 요즘은 어려운 문법보다 실용적이 회화 중심으로 공부하는 방식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회화중심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문장의 구성과 형태는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식의 회화중심의 공부도 어느정도 기본적인 문법적 틀은 알고 있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우선은 영어에 대한 기본은 알아야만 할 것이다.
결국 회화를 하더라도 기초가 가장 중요하고, 기초를 단단하게 다져야 하는데 문제는 앞서도 말한 것처럼 큰 마음 먹고 영어책을 펼쳐들어도 매번 앞의 몇장을 보다가 던져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도 이렇게 어려운데 중간은 얼마나 더 어려울지 상상도 안된다. 그런데 저자는 이건 단순히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려운 용어와 설명으로 여러번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고 영작하기가 힘들다면 그건 책이 잘못된 것이라는 거다. (어쩐지.. 난 내가 잘못된줄 알았네)
저자는 심지어 중간을 펼쳐서 읽어도 이해가 가능한 책을 골라야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그만큼 쉽게 설명하고, 문장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어야 그것을 읽는 사람들도 지루하지 않게 공부를 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저 책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과 그걸 자기것으로 만들어서 말을 하는 수준이라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영어회화를 공부할 때는 자신의 해석 실력보다 훨씬 쉬운 책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런데 솔직히 '기초', '왕초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중에 나와있는 많은 회화책들은 그만큼 쉬운가 하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생짜배기 초보를 앉혀놓고 너무도 어렵고 많은 영어지식을 전수하려 하다보니 금새 지치고, 겨우겨우 따라가다가 또 금방 포기하고 책을 덮게 된다. 이미 반복된 영어 공부의 실패로 인해 영어에 대한 거부감과 거리감이 쌓여진 상태에서 시작하려 하다보니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는 한때 나처럼 거의 영포자 수준이었다고 한다. 수능 시험 때 영어점수만 낮았고 대학에 가서는 영어를 안 할거라고 다짐도 했다는데 사실 한국에서 영어를 못하면 애로 사항이 많기 때문에 다시 영어에 도전해서 무려 학위까지 받고 영어강사 일을 하며 영어책도 수십권이나 썼다고 한다. 즉, 영포자의 심정을 잘 알고, 그들의 입장에서 눈높이에 딱 맞는 설명을 해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목적은 영어로 말하는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라고 한다. 영포자에게는 영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영어와 한국어의 가장 큰 차이이자 한국인들이(적어도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이 바로 한국어와는 다른 문맥구조일 것이다. 뒤바뀐 문맥은 마치 시공간이 뒤바뀐 것마냥 경천동지할 일처럼 크게 느껴지는데 영어 문장의 70% 이상은 '누가-한다-무엇을'의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이 구조에 익숙해지면 기본 70% 먹고 들어가는 것이고 이걸 모르면 안만 발버둥을 쳐도 영어는 물건너 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책은 이 기본적인 구조를 이해시키고 익숙해질 수 있게 트레이닝을 시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물론 단순히 기본 구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본 틀에서 시작해서 과거형, 수동형, to 부정사, 미래형 등 다양한 확장된 형태까지 배우게 된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는 문법의 용어부터 굉장히 복잡해서 시제가 어떻고, 조사가 어떻고, 조동사가 어떻고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부터 짜증이 났는데 여기서는 기본 구조에 살을 붙혀나가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그 형식에 익숙해지게 한다.
우리는 영어책을 보면 우선 문장을 문법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을 해석하고 나서 문장을 외우고 말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데 책을 해석하는 것과 그것을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매커니즘이므로 지금까지의 공부법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문장을 읽고, 문법을 분석하고, 해석하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쓰고, 말하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법의 구조만 외워봤자 말한마디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문법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그 틀에서 쓰고 말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회화능력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책은 4단계의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첫째, 문법의 구조를 이해하고, 둘재, 한글 문장을 영어 어순으로 영어식 한글문장으로 고쳐보고, 셋째, 영단어와 발음을 배우고, 넷째, 아까 만들었던 한글 문장을 영어 문장으로 고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야 말하고 싶은 내용이 머리 속에 바로 떠오르겠지만 생짜배기 초보들은 우선 문법으로 틀을 짜고, 그걸 한국어로 문장을 조합해놓고, 거기 영단어를 대입하여 영어 문장으로 구현하게 된다. 그런 훈련을 하는 것이다.
보통은 영어 공부할 때 한국어를 거치지 않고 바로 말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며 영어식 한국어 문장을 만드는 과정을 생략하라고 가르치는데 적어도 영어의 기초도 없는 사람들에겐 책과 같은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껴진다. 처음에야 굳이 지금처럼 영어식 한국어 문장을 만들어 놓고 영단어를 대입하여 영어 문장으로 바꾸는 방식을 취하게 되겠지만 점점 능숙해진다면 머리 속에 하고 싶은 말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영어식 한국어 문장을 만드는 과정이 이미 일괄처리 되서 바로 영어문장으로 만들어질 것 같다.
모든 내용들은 이런 4가지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감히 쉽게 느껴질 정도로 문법의 구조와 형식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겨우 이 정도 수준으로 영어를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영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씻어내고, 간략하게나마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이정도만 되도 큰 성과라고 하겠다.
책에 나오는 예문들은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나 유명한 격언 같은 것들이라서 어쩌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문장도 있을 것이다. 이런 예시가 나오니 공부한다는 느낌이 줄어들어서 책을 읽는 것이 지겹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각 과정에는 QR코드로 책에 나오는 문장들을 원어민 발음으로 들어볼 수 있게 듣기 파일도 제공하고 있어서 교재로 독학할 때 가장 취약해질 수 있는 듣기도 연습할 수 있게 해놓은 것도 도움이 된다.
기초실력이 부족해서 영어 공부를 해보려해도 너무 막막하고, 초보용 교재를 봐도 그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책이라면 중간에 책을 던져버리지 않고 충분히 끝까지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 기초를 단단하게 다져놓고 한단계 높은 교재로 실력을 쌓아가면 영어회화도 꿈은 아닐 것 같다. 새해에는 영어에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영포자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