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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맛보다, 와인 치즈 빵
이수정 지음 / 팬앤펜(PAN n PEN) / 2020년 11월
평점 :

빵은 이미 주식의 자리를 꿰차고 앉았지만 와인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빵과 치즈와 와인은, 특히 와인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고급스럽기만 한 먹거리가 아니라 지금은 마치 커피처럼 친숙하고 흔한 기호식품이 되었다. 빵, 치즈, 와인은 서양 음식의 기본이자 셋을 함께 먹을 때 가장 맛있게 어울리는 음식이다. 프랑스에선 이 세가지의 조합을 식탁 위의 삼위일체라 부른다고 한다. 한국의 밥, 국, 김치와 같은 음식 조합인 것이다. 이젠 우리에게도 꽤나 친숙해진 음식들이지만 우린 여전히 그것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서양인들에게는 일상음식인 빵, 치즈, 와인은 그들과 함께 해 온 오랜시간만큼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가득 담겨 있다. 음식이란 그런 것이다. 특히나 그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먹게 되는 소울푸드라면 그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그 속엔 그 나라의 문화, 역사가 들어가 있고, 그 나라의 언어, 문화, 역사, 신화, 사람을 알아야 그 안에 숨어 있는 음식의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고 배울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음식이 간직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알아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를 이해하고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빵과 치즈, 와인에 담긴 오랜 시간 이 음식들을 먹어 온 사람들의 삶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흔히 우리는 와인이나 치즈에 대한 지식이라고 하면 어려운 상품명과 와인 라벨을 외우고, 등급을 설명하고, 전문가의 맛평가나 영양학적인 접근을 떠올리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지식은 그런 식의 어려운 맛의 정보와 평가가 아니라 빵과 와인, 치즈의 일반적인 역사와 특징, 그리고 그것에 얽힌 사람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통해 이 삼합이 우리에게 오기 까지 어떤 사건과 어떤 시간을 거쳤는지를 이야기하고 그 내용 속에서 빵, 치즈, 와인의 대중적인 정보와 미식 상식도 저절로 알게 된다.
와인은 그리스 신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오죽하면 디오니소스라는 와인을 만드는 신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오래되고 중요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성경에서도 와인이 자주 언급되는데 구약성경에서는 노아의 방주를 만든 바로 그 노아가 와인을 만들어서 마시고 취해서 벌거벗고 잠들었다는 이야기가 쓰여있기도 하다. 심지어 예수는 와인을 즐겨마셨고, 꽤나 폭음을 했는지 포도주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 술꾼이란 별명까지 있었다. 당시에는 와인을 일상적으로 마셨고, 제사나 잔칫날에도 마셨던지라 늘상 와인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예수는 최후의 만찬 때도 와인과 빵을 먹었다. 이로인해 가톨릭에서는 미사 때 와인이 꼭 필요한 물품이 되었다. 유럽의 수도원이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스, 독일, 호주, 미국, 칠레 등 와인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와인 생산국의 와인에 대해 상세히 나와 있어서 와인에 대한 상식을 아는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프랑스는 보르도, 상파뉴, 보졸레 등 한번쯤 들어봤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들을 따로 소개하고 있어서 각각의 차이점이 뭔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비교해 볼 수도 있어서 어렵게 느껴지던 프랑스 와인을 쉽게 정리할 수 있다. 또 와인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과 와인에 대한 궁금증 Q&A코너도 있어서 와인에 대한 일반 상식을 넓힐 수 있다. 특히 와인에 대한 궁금증 코너는 와인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와인 파티를 할 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같은 와인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는 초보들에게 유익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도움이 된다.
치즈와 빵도 비슷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치즈의 경우는 치즈의 종류 혹은 원산지별로 구분하여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빵은 그 종류가 너무 많다보니 종류별로 소개하는 것은 어려워서 그런지 다른 문학과 예술작품, 역사서에서 빵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가져와서 빵을 이야기한다. 가령 오래전 TV만화 영화인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가난한 하이디는 검고 큰 빵을 먹는데 이것은 요즘 우리가 먹는 검은 건강빵과는 다른 종류라고 한다. 밀가루 외에 다른 곡물이 섞여서 잘 부풀지도 않고 거칠고 맛이 없었다. 이가 나쁜 할머니는 부드러운 하얀빵을 한번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당시 흰빵은 부자들만 먹던 비싼 음식이어서 가난한 서민들은 싸고 딱딱한 검은빵 밖에 먹지 못했던 것이다. 만화 영화에 나오는 빵으로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었다.
이 와인은 이런 맛이고, 이 빈티지는 어떤 특징이 있고 하는 식의 음식의 맛과 영양, 가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그 음식을 이해하고 음식이 지나온 과정을 알려주는 내용들이라 공부하는 기분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음식에 대해 알아가고 보편적인 맛 정보와 기본 상식도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맛 정보를 글로 공부하기 보다는 음식의 역사와 신화 및 문화적 맥락, 음식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음식이 가진 깊이 있는 맛을 느끼며 새로운 지식을 맛보자.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