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28가지 세계사 이야기 : 사랑과 욕망편
호리에 히로키 지음, 이강훈 그림,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웃고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살면서 한번도 사랑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결국 우리의 삶은 사랑을 만나고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언제나 행복하기만 한 것만은 아니다. 세상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며, 희망은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세상의 수많은 사랑만큼 수많은 이별과 아픔이 존재한다.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단 두 가지 돈과 섹스이며 세상의 모든 비극은 언제나 여기에서 시작된다. 사랑은 삶의 활력이 되고, 창작혼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성공의 밑거름이 되지만 때론 좌절과 절망을 심어주고 분노와 광기로 폭발하게 만들기도 하는 등 한 개인의 삶과 정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그 개인이 세상을 움직이고, 역사에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라면 개인의 사랑과 욕망이 세계사까지도 들썩이게 할 수 있다.

 

 

이 책은 인생과 역사를 움직이는 두 개의 톱니바퀴가 사랑과 욕망이라는 대전제로 사랑과 욕망의 포로가 되어 의도치 않게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인의 사랑과 욕망이 역사를 움직인 사건과 예술가의 사랑,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남성들을 뒤집어놓은 여성, 영웅과 세기의 천재의 사랑이야기, 인간의 욕망 그리고 광기와 충동이라는 여섯가지 테마로 사랑과 욕망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고, 그의 인생은 세계사의 큰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재미있게 풀어간다. 세계사와 역사적 인물을 짚어보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랑과 욕망이라는 개인적인 성향과 사건을 세계사적 의미로 알아보는 시도는 새롭고 흥미롭다.

 

 

나폴레옹은 유배지에서 도망쳐나와 황제 자리를 되찾으려 했지만 워털루 전쟁에서 패하고 다시 아프리카 대륙으로 2차 유배를 가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아내 마리 루이즈는 나폴레옹에게 혐오의 감정을 드러냈다고 하는데 아내가 자신에게 화를 낸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폴레옹은 아내와 아들을 그리워했다. 그런데 나폴레옹의 죽음을 앞당긴 것은 녹색이라고 한다. 나폴레옹은 평소 녹색을 좋아해서 유배지 방을 녹색의 벽지와 녹색 페인트로 꾸몄는데 당시 녹색에는 비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그것이 나폴레옹의 건강을 해쳐서 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사랑과 욕망'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건지..

 

 

얼마전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마라도나가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원래부터 심장이 안 좋았는데 30살이나 어린 애인과 잠자리를 가지기 위해 비아그라를 4알씩 복용했다가 심장에 무리가 가서 사망한 것이라고 한다. 명나라 황제 가정제도 비슷한 케이스인데 성욕에 빠져 최음제(미약)을 먹어가며 후궁, 궁녀들과 성적 놀음에 탐닉하였는데 알고보니 그 미약에 독약성분인 수은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결국 수은 중독으로 돌연사를 했다고 한다. 가정제는 성욕에 의해 자신의 명을 재촉지만 피카소는 오히려 성욕을 연료로 예술혼을 불태웠다. 피카소는 여자와 잠자리를 해야만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에 막대한 재력과 명성, 연하킬러, 정력가, 욕정남.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인가?

 

 

피카소와 정반대에 있는 화가는 고흐가 아닐까 한다. 평생 그림 한점 못팔고 명성도 없이 외롭게 살다간 고흐. 누구는 연하들과 정력적인 사랑을 하는데 고흐는 같은 고씨 형님인 고갱에 대한 사랑과 질투로 미쳐서 자신의 귀를 잘라버렸다. 혹은 고갱에 의해 잘렸을지도 모른다는 음모론도 제기하는데 만약 고갱이 싸움을 하다 고흐의 귀를 잘랐다면 고흐는 평생 고갱의 잘못을 발설하지 않고 고갱을 변호해준 셈이다. 그야말로 지극한 사랑이다. 이 일을 계기로 고흐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2년 후 권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꼭 고갱과의 사랑이나 질투 때문에 고흐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큰 원인제공을 한 것은 맞는 것 같다. 고갱씨는 고흐의 장례식에 참석이나 했으려나?

 

 

아무래도 그 동안 가부장적 남성중심적인 사회가 오래 지속되었기 때문에 사랑과 욕망이란 결국 여성을 향한 남성 권력자의 욕망이고, 남자가 여자에 홀려서 사고를 치거나 일을 그르친 케이스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여왕이나 황후들의 활약(?)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말이 어느 특정 성을 폄하하거나 어느 쪽이 우월하다는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과 문학계를 제외하고 적어도 정치, 사회 분야에서는 남성의 활동이 많았었기 때문에 남성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욕망에는 남녀가 따로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져서, 혹은 단순한 욕망 때문에 자신의 인생과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지금도 사랑과 욕망이란 이름으로 우리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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