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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덧그림
그림자씨 지음 / 에이원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이 책이 눈길을 잡아 끌었던 것은 저자의 나이 때문이다. 저자는 올해 20살이 된 학생이라고 한다. 열아홉 나이 때부터 SNS에 글과 그림을 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데 저자의 글과 그림을 통해 요즘 20살의 평범한 마음을 살짝 엿보고 싶어졌다. 소위 말하는 '요즘 아이들'은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을 안고 사는지, 뭘 좋아하고, 뭘 할 때 행복해하며,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에 불안함을 느끼는지 같은 자질구레한 것들이 궁금했다. 물론 작가 그림자씨가 20대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의 20대가 그림자씨와 모두 똑같은 마음은 아니겠지만 보편적이진 않더라도, 그림자씨의 글과 그림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의 시대정신을 일부나마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스무살 시절을 떠올려보고 그 당시의 나의 마음과 그림자씨의 마음을 비교해보고, 지금의 내 생각과는 또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고 싶었다. 이런 것을 소통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 저자는 스스로를 '그림자씨'라는 캐릭터로 의인화 하여 말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매개체로 그림을 선택했고, 마음 속의 어둠고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을 마치 그림자처럼 나타낸 것이다. 20대만큼 어둡고 불안한 시기도 없으니 불안이나 두려움, 압박감, 책임감 같은 부정적인 어두운 감정을 마주하자는 의미로 자신의 어두운 면, 다크 사이드를 대변하는 그림자씨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한다. 그림으로 그림자를 만들어낸 것은 단순한 말장난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 들어간 의미는 제법 말이 된다.
그런데 책 속의 그림자씨는 어둡지가 않다. 탄생부터가 저가의 어두운 곳을 상징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그렇다고 그림자씨의 행동이 모두 어둡고 우울한 것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그림자씨는 인생을 즐기기도 하고, 다양한 도전을 하고, 엉뚱한 행동도 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모두 우울함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저자가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지만은 않다. 밖으로 표현하진 않더라도 누구나 마음 속에 울울, 불안, 슬픔 같은 어두운 면이 들어가 있는데 그런 마음을 안고도 당당하게 그림자를 마주하고, 남들이 뭐라하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부딪히고 도전을 해보는 것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하고 묻는다.
우리는 아홉가지 행복을 가지고 있어도 한가지 불행 때문에 인생이 힘들다고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여러가지 어두운 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불행의 요소라고 생각하면 결코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가 없다. 때론 자신의 불행이 자신의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 때문이라고 탓하기도 하는데 마음에 그늘이 있다고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그림자가 져 있다고 도전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마음에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 자신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놔두고 자신이 행복해지는 결정을 하자고 한다. 그러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자신의 내면 속 그림자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어두운 부분, 그림자와 대면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습 또한 자신의 일부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두운 감정을 부정하고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가 삶이 힘들어지고, 지칠 때 그런 감정이 밖으로 튀어나와 맞닥뜨리게 되면 애써 부정하던 모습에 침식당하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좌절하게 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기객관화를 통해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변화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림자 그 자체가 바로 나인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모든 그림을 그림자씨로 표현했다. 내가 하는 행동, 나의 생각을 그림자씨의 행동, 그림자씨의 생각으로 그린다. 그리고 마치 3인칭으로 그림자씨를 표현하고 있지만 이는 자기객관화로 자신을 바라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적힌 글들은 말 그대로 인스타용 감성글이다. 이런 인스타 감성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들겠지만 이런걸 중2병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손발이 오그라들 수도 있겠다. 꼭 저자의 글이 유독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이런 류의 감성글'은 모두 취향을 많이 타니까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누군가는 격하게 공감하며 위로를 받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솔직히 그림체는 작가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렇게 아주 예쁘거나 잘그린 그림은 아니다. 요즘은 이런 일러스트가 너무나 이쁜 게 많은 것을 생각하면 그림을 잘그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히려 너무 화려하고 뛰어나지 않은 그림이라서 마음이 푸근하고 투박함에 정이 간다. 작대기처럼 표현된 몸이지만 의외로 그림자씨의 움직임은 굉장히 동적이고 작대기치고는 꽤나 디테일하다. 그리고 상당히 귀여운 구석도 있다. 이 책은 그림체보다는 그림 자체의 아이디어나 그림이 나타내는 의미가 좋으니 그것에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겠다. 오른쪽 페이지의 글보다 왼쪽의 그림과 짧은 한문장에 더 눈길이 오래 머무른다.
스무살 시절의 어둡고 우울한 그림자가 그려내는 결코 우울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들.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이 듣고 싶거나 전하고 싶은 위로의 말, 자신이 되고 되돌아보고 싶은 모습들 그리고 엉뚱하기도 하지만 무심히 지나쳐버리지 않고 간직한 생각들을 투박하지만 가슴에 와 닿는 그림으로 잘 전달하고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