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문자 - 설형 문자에서 이모티콘까지 지양청소년 과학.인문 시리즈 1
비탈리 콘스탄티노프 지음, 이미화 옮김 / 지양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페로몬(향기), 움직임, 표정, 소리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중 동물들은 복잡한 소리 체계를 발전시켰는데 특히 유인원은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 좋은 조음기관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가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유인원의 뇌가 커지고 진화하면서 점차 문화와 기술의 발전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인간은 몇 십만 전에야 비로소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수백 개의 소리를 수천 개의 낱말로 만들어서 말을 하게 된 것인데 이 소리 하나하나가 언어가 되어 오늘 날 전 세계에는 7000개 이상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소리는 언어가 되고, 언어를 그림과 기호, 조각으로 표현하다가 그것이 문자로 발전하게 된다. 고래나 말 등을 그린 동굴벽화 역시 초기 형태의 문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문자가 없는 시베리아와 북아메리카의 민족들은 나무조각이나 동물의 가죽에 기호로 된 편지를 적어 보냈는데 집으로 초대하거나 연예편지를 쓰는 등 기호로도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듯 하다. 현재의 우리의 눈에는 단순히 조카가 그린 낙서처럼 보이는 동굴 벽화도 당시에는 나름대로의 문자체계를 가지고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는 문자로서의 기능을 했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7만 년 전에 최초의 조형 그림과 작은 조각품들, 돌과 뼈에 새긴 무늬가 등장했고, 4만 년 전에는 동굴에 벽화를 그렸으며, 문자로 추측되는 기호들을 새겼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그냥 그림과 낙서처럼 보이지만 앞서 말할대로 과거에는 문자의 기능을 하며 충분한 의사소통의 기능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 때는 지금보다 생활 패턴이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문자가 필요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그러다가 목축과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마을을 만들어 살게 되고, 도시가 생기면서 세분화된 직업이 등장하면서 그에 따라 점차 복잡한 문자가 필요해졌을 것이다. 즉, 문자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을 해 온 것이고 반대로 문자는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는 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책에는 쐐기문자라고 일컫는 설형문자부터 이집트의 상형문자, 중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문자, 히브리문자, 그리스문자, 로마자, 룬문자, 아랍문자, 인도문자, 이모티콘과 유니코드까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전 세계의 문자체계를 알아본다. 하나의 문자를 한두페이지로 소개하고 있어서 깊이있는 설명을 하진 않지만 문자의 대략적인 구성이나 문자의 형태, 특징과 기원, 발전과정 등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했고, 그다지 관심을 두지도 않았던 여러 나라의 문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비교하며 살펴보며 새삼 세계에는 수많은 문자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문자를 창조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지금까지 문자를 창조한 인물이 정확히 밝혀진 것은 전세계적으로 우리 세종대왕 한 분 밖에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굉장히 많은 창조자들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다만 과거에 사라진 언어이거나 소수 원주민의 언어가 아닌 현재까지 존재하는 한 나라의 언어로는 한글이 유일하다. 역시 갓세종이시다. 그런데 책에 표현된 세종대왕은 무슨 중국사람처럼 그려져있어서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에 찌들어있는 서양의 시각을 보여준다.


특이하게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클링온족의 언어도 소개되는데 이 언어는 언어학자 마크 오크랜드가 만든 것으로 영화 상에서 클링온족이 사용한 언어인데 작중의 설정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어휘, 문법, 발음체계가 잘 갖추어진 언어라고 한다. 그래서 국제표준화기구로부터 언어로서 인정받았다고 하는데 스타트렉의 팬인 트레키들은 이 클링온어로 대화하는 일도 많은 것 같다.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예로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언어학자이자 작가인 톨킨이 창조한 엘프어도 클링온어처럼 대화가 가능하다고 하니 언어학자들의 덕력은 대단하다고 하겠다.


책은 재미있는 그림체와 간결한 글의 그래픽노블로 되어 있어서 복잡하고 어려운 문자 체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러문자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이 조금 더 눈에 잘 들어오고 가독성도 높은 것 같다. 가령 같은 문자를 사진으로 실어놓았다면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오래 보지 않고 대충 훑어보고 말았을 것 같다. 하지만 사진과는 다른 특징을 잡아낸 손그림이 주는 특유의 질감 때문에 눈길이 가고 집중해서 보게 된다. 여러 문자를 특성과 유형에 따라 분류하여 잘 정리해놓아서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재미있게 보고 세계의 문자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