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박인조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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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삶의 대극으로서가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해 있다. 하루키는 죽음을 이렇게 정의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죽음을 경험하지만 누구도 그 경험을 이해하고 실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불경한 것으로 여긴다. 죽음은 실체를 아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불분명한 것이지만 반드시 사람에게 찾아오는 인생에서 가장 분명한 경험이기도 하다. 그래서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이자 커다란 두려움이고, 삶의 마지막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그런데 죽음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사람에 따라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방식은 크게 달라진다. 슬픔, 두려움, 분노, 허무함 등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개입되는데 그 결과 화가들이 그림에서 죽음을 표현하는 태도도 크게 달라진다.


우리는 다양한 시각으로 죽음을 다룬 그림들을 통해 여러가지 태도로 죽음을 간접경험할 수 있게 된다. 책은 명화 속의 죽음이라는 주제로 24편의 예술가의 명화를 소개하고 있다. 화가들은 직접적으로, 때로는 상징으로서 죽음을 다루고 있으며 각각의 작품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죽음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그리고 죽음이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들 명화를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사유의 시간을 거치며 죽음이란 순간을 삶 속의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삶의 가치와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고 경험해보도록 만든다.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을 다룬 그림을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다. 저자는 그림 그 자체가 아니라 그림이 담고 있는 죽음에 집중한다. 책을 통해 죽음을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슬프고, 추하고, 떠올리기 싫은 기억, 무서운 존재쯤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죽음의 공포를 뛰어넘어 현실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삶의 희열을 느끼자고 한다. 죽음 이야기로 삶을 생각하고 삶 속의 하나의 사이클로서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나의 마지막 순간은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남을 삶의 순간이므로 더욱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지난 세월을 응축하는 아름답고 따뜻한 모습이길 기원한다. 그래서 저자는 하나의 챕터가 끝날 때마다 '나의 그림 속 죽음 이야기'라는 코너를 만들어 놓고 명화를 통해 새롭게 경험하고 느끼게 된 삶과 죽음을 되짚어보며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죽음의 경험과 이미지 등을 생각해보고 그림으로 표현해보도록 하고 있다.


하나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가장 먼저 그것과 관련된 죽음에 대한 문학작품의 한 구절을 보여준다. 그리고 작품을 보여주며 작품해설을 하는데 작품을 각 그림을 파트별로 나누어서 그림의 각 파트들이 가진 상징과 의미는 무엇인지, 전체적인 느낌은 어떤지, 죽음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림의 배경설명 등 비교적 상세한 묘사와 해설을 담고 있다. 그림에 대한 설명 후에는 작가에 대한 소개와 화풍, 작가의 일생, 그림의 특징, 당시 그림의 사조 등 광범위한 해설을 이어간다. 그리고 특이하게 작가가 경험한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그런 작가의 경험이 그림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죽음이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아본다.


그리고는 그림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수도 있지만 저자가 진짜 하고 싶었던 죽음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죽음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나 영화를 인용하기도 하고, 죽음을 주제로 한 문학가의 잠언이나 학자의 주장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개인적 경험 또는 역사적 사건 등을 말하며 여러가지 테마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란 제한적이고 불가역적이다. 그 시간이 고통과 고난의 시간이라도 그 시간을 통해 우리의 인생이 만들어지고 인격이 형성된다. 지금 내가 누리는 그 시간이 모두가 누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특별히 주어진 시간이라고 인식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생각하고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다.


우디앨런은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을 알기에, 인간은 진정으로 느긋할 수 없으리라'고 말했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시간이 지날 때마다 우리는 죽음에 한발자국씩 더 다가가게 된다. 그것을 인식한다면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발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아름다움이란 영원하지가 않다. 그래서 겉으로만 보이는 현재의 모습에만 집착하고 거기에만 매달린다면 시간이 지나서 절망에 빠지고 말 것이다. 지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도 변화를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삶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죽음을 인식했을 때 그런 성숙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림 속에 죽음은 어떤 모습으로 담겨 있는가? 그 그림을 통해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느끼면 좋을까? 죽음을 보며 삶을 생각하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죽음으로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과 다가올 죽음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삶과 죽음의 사유를 다루는 인문학 책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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