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vs 과학 - 과학은 합의가 아니라 대립을 통해 성장한다
박재용 지음 / 개마고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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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이론과 개념은 절대적이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가설이 등장하기도 하고 기존의 이론이 뒤집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오히려 기존의 이론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뒤집는 형태로 과학은 발전해오고 있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알려진 말도 어느새 뒤집히는 일도 자주 접할 수 있다. 가령 과거에는 치매예방을 위해 손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해졌는데 요즘엔 손이 아니라 발을 써야 한다는 주장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인은 젓가락질을 많이 하고 고스톱을 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치매 발병률이 낮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었는데 지금은 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만 봐도 손을 쓰는 것이 치매 예방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같다. 이렇듯 과거에는 옳았던 내용이 시간이 지나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과학계에서는 흔하다. 오히려 반증가능성이야말로 과학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이며 과학은 항상 반론과 이견을 허용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젼차로 과학의 개념이 서로 충돌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꼭 하나의 이론이 주류가 되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새롭게 다른 주장이 나오는 형태가 아니라 그 시점에서 여러 의견이 부딪히며 여러 주장이 난립하는 일도 많은 것 같다. 현재에도 창조론과 진화론이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는데 이것은 진화론 내에서도 의견이 불합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파고 들며 창조론자들이 창조론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화론이 완벽하지 않다고 이것이 과학의 한계라고 말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과학의 가능성으로 생각해야 하고 두 이론이 대립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더 발전된 새로운 설명이 등장할 수도 있는데 과학은 그런 형태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과학적 이론이 이런 대립을 거쳐 탄생한다. 과학적 논쟁은 상반된 의견을 가진 두 과학자 사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이어지는데 그러면서 그 이론은 더욱 정교해지고 진실에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과학의 대립을 과학과 비과학의 대립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때론 사물이나 현상을 과학적 의견이 아니라 종교나 관성적으로 혹은 경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학이 아닌 비과학적 관점에서 과학을 다루는 사람이 더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컨데 TV에 나오는 쇼닥터들이 검증도 되지 않은 영양제를 몸에 좋은 양 선전하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인데 이 경우 몸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이 말을 하는 것이므로 좋다 나쁘다 하는 과학과 과학의 대립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것이다. 과학은 이런 것을 걸러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


책에는 과학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8가지 개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지동설과 천동설, 진화론과 창조론 같은 과학대 비과학의 구조를 가진 테마들은 배제되었고 너무 어렵거나 아직 가설 단계에 있는 이론들도 빼고 빛의 정체, 힘이 작용하는 방식, 원자를 둘러싼 논쟁, 인류기원설, 대멸종의 원인 같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 주로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에서의 대립과 충돌을 다루고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글의 양립하는 두 이론을 따로 떼어내어 하나씩 소개하는 형태가 아니라 두 가지 이론을 하나로 묶어서 하나의 스토리로 서술해나가고 있다. 즉, 두 가지의 이론을 서로 충돌하고 대립하는 모양새가 아닌 서로의 부족한 곳을 채워주는 보완제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어느 하나의 이론이 맞고 다른 것이 틀렸다는 참 거짓 명제를 따지는 것이 아니므로 하나의 대명제 아래 과학적 개념들이 발생한 연대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초로 그런 과학적 이론이 등장한 이유와 그에 대한 반박이 나오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서 자연스럽게 그 개념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각각의 이론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파악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 논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증거로 내세우며 서로의 입장이 바뀌는 것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의견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바뀌는 진행상황을 보며 어떤 추세로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려운 테마는 배제했다고 했지만 원자를 둘러싼 대립이나 시공간에 대한 개념 등의 테마 등은 분명 쉽지만은 않은 내용들이다. 하지만 어려운 과학적 이론은 쉬운 예시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서 꼼꼼하게 읽으며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어렵지 않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두 과학적 이론이 대립하면서도 그 충돌 속에서 서로의 학문적 장점을 통합하거나 과거의 주장과 다른 새로운 개념이 정립되는 모습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과학과 과학이 대립하면서 발전하고 있다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하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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