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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영어 - 가볍게 읽고 평생 기억하는
가벼운학습지 지음 / 패스트캠퍼스랭귀지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솔직히 고백해보면 난 영포자이다. 언제 포기했는지도 기억이 안 날만큼 어린 시절 영어와 절교를 했다. 물론 아무리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아왔다고는 해도 한국만큼 영어를 쉽게, 많이 접할 수 밖에 없는 또는 접해야만 하는 사회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귀를 막아도 어쨌건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영어를 듣고 나도 모르는 사이 약간의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주로 영화나 미드를 보면서 반복적으로 들리는 표현이나 단어가 자연스럽게 강제로 외워지게 된 경우가 많은데 약간의 지식과 몇몇 표현을 안다고 해서 그것의 구조나 형태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점인데 체계적으로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대중없이 듣고 어설프게 조금씩 영어를 습득하다보니 큰 틀에서의 문장의 구조나 형태,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채 몇몇 영어에 대한 지식이 뒤죽박죽으로 섞이고 혼잡한 상태로 머리속에 저장이 되버렸다. 그래서 당연히 응용이나 조합도 전혀 안되고, 머리 속에 들어가 있는 그 이상으로는, 아니 머리 속에 있는 것들도 체계적으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예 영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없는 것보다 이렇게 어중간하게 짧은 지식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가 공부를 하기엔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동안 몇 번이나 영어 공부를 다시 해보려고 도전했지만 적당한 교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왕초보를 대상으로 하는 책들도 사실상 '정말로' 왕초보를 위한 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어민 실력을 가진 그들에게는 그 정도면 왕초보의 수준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진짜 쌩짜배기 왕초보는 그정도 수준도 안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는 유치원생 수준인데 초등학생 수준의 책을 보는 격이다. 유치원생 수준이나 초등학생 수준이나 거기서 거기일수도 있겠지만 그 미묘한 차이 때문에 영어에 다가가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일도 있으니 어쩌겠는가.
그러면 진짜 유아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재를 구해서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이상한 심리인데 다 큰 성인이 그런 책을 펼치고 보려고 하면 그것도 굉장히 거부감이 들면서 글이 눈에 잘 안 들어온다. 게다가 앞서도 말했지만 아무리 영포자라고는 해도 약간의 지식이 뒤죽박죽으로 머리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유아용 교재에는 아는 내용도 많아서 그런 걸 보고 있자면 굉장히 지루해지고, 긴장감이 떨어진다. 마치 재미없는 농담을 반복해서 듣는 기분이 된다. 즉, 너무 유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어렵지도 않게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정리를 싸악 해주는 그런 교재가 필요한데 세상에 이런 책은 없다. 그게 문제다.
그런데 그런 책이 나와버렸다. 물론 단순히 그동안 내가 접하지 못했을 뿐 이전에도 그런 책이 있었을수도 있지만 어쨌건 이 책은 영어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부터 아주 약간의 영어 지식이 있는 사람까지 영어에 대한 기본 틀을 잡고, 체계적으로 지식을 정리하며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누군가에겐 너무 쉽고 기본적인 내용이라 굳이 설명을 자세히 하지 않고 넘어갈만한 내용들도 한번씩 짚어주며 정리해주기 때문에 한페이지씩 따라하다보면 기초공사를 하듯 탄탄하게 실력을 다져갈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유치하게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용이 확 어렵게 뛰지도 않고 적당한 선에서 초보적인 내용을 알려주고 있어서 너무 쉽다고 느끼거나 반대로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고 적당한 수준에서 물 흐르듯이 진도를 나갈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도 책에 나오는 설명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이해를 할 수 있고, 원래의 지식에 조금씩 살을 붙혀가며 문법적인 틀을 익히고, 체계적으로 형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도 그랬고 학원에 가서 영어 공부를 하면 항상 문법 공부부터 시작한다. 이게 은근히 어렵고 복잡하고 이해하기도 쉽지않아서 항상 초장부터 포기하게 된다. 심지어 문법 자체보다 문법 용어를 외우는 것부터 어려워서 정작 문법은 공부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이 문법만 알면 그 공식에 따라 쉬운 문장으로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된다. 문법은 배우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고 알아두면 적어도 기본적인 형태의 문장은 말할 수 있게 되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이 책에서는 문법을 너무 이론적으로 보이지 않게 패턴으로 문법을 설명하고 있어서 책을 읽기만 하면 대략적인 느낌이 온다. 한번 읽는 것으로 완전히 내 것이 되진 않겠지만 쉬운만큼 부담없이 몇 번 반복해서 책을 읽으면 큰 어려움 없이 영어의 기초를 습득하게 될 것 같다.
책의 첫머리를 보면 이 책이 필요한 사람에 대해 소개해놓고 있는데, 알파벳은 알지만 알파벳을 정확히 소리내어 읽지 못하는 사람, 10년 동안 학교에서 영문법을 배웠지만 간단한 문장 하나 만들지 못하는 사람, 단어는 좀 알지만 단어를 어떻게 연결해서 문장으로 만들지 모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데 내가 그런 사람 중 하나이고 어머 이건 꼭 봐야해라고 느꼈다. 알파벳이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어려운 문법 용어와 영문법 공식을 몰라도 단어와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드는 방법, 자주 쓰는 회화 패턴으로 기본적인 문장 만들기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이정도 수준은 영어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영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떨쳐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엔 충분할 것 같다.
알파벳의 발음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여, 단어를 연결하여 쉬운 문장을 만드는 법, 쉬운 패턴으로 말하기,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가장 기초적인 단어와 표현 배우기의 세 파트로 되어 있고, 공부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에세이를 읽듯 그냥 부담없이 읽어나가면 공부가 된다. 전체적으로는 대략 한달 컷으로 책을 독파할 수 있고, 몇 번 반복하여 정독하면 책에 나오는 패턴이나 문법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외로 원어민들도 기본적인 문법과 패턴으로 가볍게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정도 수준만 제대로 익혀놓으면 은근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정말 한번 해보자. 영어공부와 다이어트는 언제나 핑계가 많았는데 솔직히 이 정도 책으로도 공부를 안한다면 그건 더 이상 핑계를 댈수도 없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