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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 한 잔 술에 담긴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정세환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와인의 수요가 굉장히 많아졌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로지 소주, 맥주였다. 막걸리파도 있지만 한국의 술은 결국 소주로 귀결된다. '삼겹살에 쏘주 한잔'이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이 한국인의 혈관에 흐르는 소주는 한국인을 정의한다. 이처럼 술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가 모두 베어들어 있다. 애초에 술을 담그는 재료부터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것을 이용하고, 기후나 자연, 문화, 풍습 등도 술문화에 반영된다. 음식 또한 그 술과 어울리는 것을 만들어 먹는다. 혹은 음식에 걸맞는 술을 찾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세계의 술을 보면 그 나라의 특징이 보이고 역사가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술은 그 나라 민족성을 나타내고, 시대를 반영한다.
한국의 경우 해방 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양주가 유입되었고 부와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고급양주를 마시고, 가난한 서민들은 막걸리를 마셨다. 그러다 쌀과 곡식이 귀해지자 곡물로 술을 만드는 대신 희석식 소주를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70년대 청년문화의 하나로 맥주가 급격하게 인기를 끌게 되었고, 경제성장으로 유흥업소가 성행하며 폭탄주가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만원에 4캔 하는 수입맥주를 편의점에서 사서 집에서 홀짝이며 넷플릭스를 보는 문화가 보편화되었다. 당장 한국만 해도 역사의 흐름에 따라 술문화는 계속해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단 하나의 국가적 차원이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봤을 때도 세계사의 큰 흐름 역시 술 문화의 변모 과정과 그대로 겹쳐진다고 한다. 세계사는 수렵과 채집시기, 농경시기, 유라시아 문화 간의 교류시기, 대항해시대, 산업혁명 이후의 시기로 구분하는데 각 시기에 따라 술이 만들어지는 방식이 달라지고, 새로운 술이 만들어졌다. 수렵과 채집시기에는 포도, 야자, 꿀 등의 자연에 존재하는 소재를 발효시켜 양조주를 만들고, 도시가 나타난 농경시기에는 수확한 곡물을 발효시켜 양조주를 만들었다. 여러 문화간의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에는 이슬람에서 증류 제조 기술이 개발되어 세계로 뻗어나갔고 소주, 보드카, 위스키, 브랜디 등 다양한 증류주가 탄생했다. 대항해시대에는 신대륙과 구대륙 간의 술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향신료, 과일 등으로 다양한 혼성주가 만들어졌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연속 증류기의 출현으로 술이 대량생산 되고 상품으로서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렇게 각 시대별로 역사의 움직임에 따라 술문화 역시 크게 달라지게 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술문화도 거기 발맞추어 함께 변화하며 오늘날의 술문화로까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인류의 행보가 술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은 술은 인류 문화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말하자면 인류는 뭐만 있으면 술을 만들어서 마실 궁리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렵생활로 밥먹기도 힘든 시기에도 과일을 따서 그걸로 술을 만들고, 농작물을 재배하게 되자 그걸로 술을 만들고, 신대륙이 발견되고 새로운 과일과 향신료가 들어오자 그걸로 술을 만들고, 기술이 발전하자 그걸로 술을 대량으로 만들고 그저 어떻게 하면 술을 만들어서 마실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어쨌건 각 지역의 문화적 특색이 담긴 술이 어떻게 탄생되었고, 어떻게 세계로 확산되었는지를 이해하면 인류 문명의 역사를 이해할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술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세계사를 읽어낸다는 새로운 형식과 재미있는 관점의 역사책이다. 세계사를 앞서 구분한 다섯개의 시기로 구분하고 산업혁명 이후는 근대와 현대로 조금 더 세분화하여 각 시기별로 새롭게 만들어진 술의 탄생배경과 세계로 퍼져나간 과정을 역사적 측면에서 알아본다. 보통은 세계사의 흐름 위에 술이 새롭게 탄생하거나 전파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때로는 술 때문에 역사가 새롭게 쓰여진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 위스키 때문에 민중 봉기가 일어나기도 하고, 금주법은 알 카포네가 활약하는 원인이 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만 봐도 술의 역사는 세계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서로 중첩되어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술은 인간의 오랜 친구이자 역사를 함께 만들어온 역사의 산 증인인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