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 권력자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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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잡더니 사람이 바뀌었다 말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비단 정치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신이 깃털만한 권력이라도 가졌다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행동이 바뀌는 사람이 많다. 권력이라는 것이 꼭 어떤 높은 위치에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갑을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한국의 직업체계나 사회적 구조에서는 갑이라고 생각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보다 낮은 위치라고 생각하는 을에게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오래전 조형기 배우가 나온 '완장'이란 드라마가 기억나는데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동네 백수였던 조형기가 개인 저수지 관리인으로 일하게 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더랬다. 이렇게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꾸어놓는다.


이런 것을 두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말을 하는데 보수 논객인 전원책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리가 그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거나 권력을 잡게 되면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오게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서있는 자리가 바뀌면, 보이는 경치가 바뀐다. 드라마 송곳에 나온 대사인데 어쩌면 자리가 바뀌면 그 자리에 맞게 사람은 달라져야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물론 깜냥이 안되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 알량한 서푼짜리 권력에 취해 사람이 변하게 된다. 혹은 그 사람의 본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리가 바뀌면 그 자리에 맞게 사람의 생각과 시각도 바꾸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회사원이 과장 부장으로 승진을 하면 그에 맞게 마인드를 바꾸고 일을 해야지 계속해서 신입사원의 마인드로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권력을 쥐었다는 느낌이 들면, 우리는 거리낌 없이 남을 깎아내리고
자기는 추켜세우며 비윤리적인 행위를 합리화하게 된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것은 그런 식의 자리에 따른 변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내로남불, 권력에 올랐다고 과거 자신이 말하던 것과 다른 말을 하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권력을 잡게 해준 행위가 권력을 잡고난 후에는 사라진다고 하는 '권력의 역설'이란 사회 심리학자 켈트너의 글까지 인용하며 결국 문재인 정부가 내로남불 하고 있다는 말을 어렵게 돌려 말하고 있다. 저자인 강준만은 현재의 문재인 정부가 그런 내로남불의 행태를 보인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을 스스로 '착한정권'이라고 큰소리쳤지만 그 권력 지반이 '내로남불'의 화신이 되었다며 가열차게 까고 있다. 심지어 저자는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들을 일일이 정리하다가 거의 모든 것이 내로남불이어서 중도에 그만두었다고 말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내로남불식의 태도로 일반인들을 위한 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자신들은 더 큰 몫의 파이를 가질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퍼뜨린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과연 저자의 안목과 식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해졌다. 한때 박근혜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며 그렇게 빨아대던 수준의 안목을 가진 사람의 말을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가열차게 박근혜를 빨다가 박근혜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다시 강하게 비난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결국 저자는 스스로 사람을 보는 안목이 높지 못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밖에는 안된다. 자신이 그렇게나 찬양하던 사람을 비판할거라면 스스로 사람을 잘못보고, 판세를 읽지 못하고, 제대로 된 평론을 하지 못한 것을 깊게 사과부터 하는게 먼저 아닐까? 아니 나라면 부끄러워서라도 이젠 평론이라는 것을 하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사람의 속마음까지 어떻게 알겠으며, 그 사람이 뒷꽁무니로 무슨 짓을 하고다니는지 누가 알겠는가?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은 수없이 많이 있으므로 많은 국민들이 그러했듯 저자조차 박근혜에게 속았다고 말을 하면 그만이겠지만 그 당시에도 이미 박근혜에 대한 평가는 끝이 나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박근혜는 사용하는 어휘가 너무 한정적이라 100단어로만 말을 하는 중학생 수준이라는 비판(혹은 비난)이 있자 저자는 그것조차 쉴드를 쳤었다. 하다못해 시골의 촌부도 하지 않을 말로 박근혜를 쉴드치는 겨우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식견으로 감히 정치평론을 한다는 것부터 우습다. 그리고 저자는 안철수를 공개지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안철수가 누구인가? 안초딩이라고 불리며 지금은 한낱 웃음거리로 전략한 자칭 MB아바타가 아닌가? 지금도 안철수를 지지하는지 궁금하다. 즉 말하자면 애초에 이 양반은 철저하게 반문재인파였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소위 진보논객 타이틀을 달고 현정권을 까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조국사태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저자에게 조국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 조국사태라는 것이 단순히 조국이라는 인간이 내로남불의 끝판을 보여주는 사건인가? 온갖 더럽고 추잡한 행동을 하던 위선자의 내로남불이라고 하기엔 1년이 지난 지금 검찰과 언론이 그렇게나 당당하게 외치던 것과는 너무 판이한 결과만 보여지고 있다. 검찰은 증거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어서 기소만 되면 바로 감옥에 넣을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증거들은 하나같이 꺾이고, 조국 동생은 6개의 혐의중 처음부터 인정한 하나의 혐의 외에는 모두 무죄가 나면서 가족사기단이라는 말이 무색해졌으며, 언론들은 슬그머니 기사를 지우기에 바쁘고, 조국을 그렇게나 비난하고 공격하던 사람들은 이젠 조국의 고소에 조선생님이라며 선처를 부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천하의 죽일놈이고 범죄자 집안이라고 했는데 왜 판판이 검찰이 깨지는 것일까? 조금의 생각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여당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을 끌고 와서 권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으로 단정하고 여당 인사를 공격하고 있다.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사건이 과도한 의전에서 비롯된 권력형 범죄라고 말을 한다. 정말 놀랐다. 박원순은 아직 정확히 성추행을 했다고 결론난 것도 아니고 현재까지는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한데 아예 처음부터 박원순을 성추행범으로 확정해놓고 그에 대한 기사를 가져와서 그것이 명칼럼이라며 고인을 까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한숨만 난다. 기준도 없고, 도의도 없이 그저 자기가 하고 말하고 싶은대로 아무말이나 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소위 학자나 지식층은 하나의 권력세력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정치와 결탁해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언론과 정치계에서 그 말을 받아서 확대재생산하고, 그것이 마치 식자층의 보편적인 의견인 것마냥 소비된다. 단 한명의 교수가 말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여론의 바로미터인양, 혹은 무려 교수씩이나 되는 양반이 하는 말이니 일반 국민들은 그 말에 당연히 동의하고 그 말을 지지해야 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가 크다. 물론 교수 그 자신도 그런 영향력을 알고 발언을 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개 학자에 불과하지만 마치 공인과 맞먹는 영향력을 가지는 그런 '논객'들을 권력이라 부르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면 그 학자들은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학자로서의 권력을 누리면서도 권력에 취하지 않고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까? 그 권력에 의해 뇌가 바뀌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소위 진보논객으로 활동하다가 슬그머니 보수코인으로 갈아탄 저자 강준만과 진중권 같은 사람이야말로 '논객'이란 이름을 달고 아무 말이나 마음껏 거침없이 내뱉으며 욕하고 책을 팔아먹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자신이야말로 자신이 비판하던 권력에 의해 뇌가 바뀌어버린 파괴되고 부패한 권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자기 마음에 들면 성군이라고 찬양하고 그게 아니면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는 것은 내로남불이 아닌 것일까? 아직 판결이 나지도 않은 사건을 무조건 자기 시각에서 권력형 범죄라고 결론내고 고인을 비판하는 것은 영향력 있는 '논객'이라면 그렇게 해도 괜찮은 행동인 것인가? 서두에서도 말을 했지만 권력자라는 것은 정치권력자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스스로 갑이라고 생각하면 자기의 위치에서 자신이 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향해 서슴없이 폭력적인 언행을 한다. 그리고 그런 추악한 모습을 저자가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알량한 논객이란 이름의 뒤에 숨어서 마음껏 정권을 욕하는 권력. 그 권력이 저자의 뇌를 바꾸었다. 아니 그 권련은 단지 저자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저자의 자세와 마인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책 자체도 특별한 내용이 없다. 외국의 학자나 작가의 글을 한참 인용하여 지면을 채우고, 이후로는 그 글을 인용하며 소위 '권력'을 까는 내용이 전부다. 전형적인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가 책 전편에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권력이라는 일반적인 속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현정권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주어만 없지 저자가 까려고 하는 대상이 문재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권력 즉, 현 정권이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는 말하지 않고, 학자들의 권력비판의 일반론을 현정권비판의 문제처럼 차용하여 인과관계를 밝히지 않고 그냥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는 점이다. 현 정권이 크게 실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조국이 꼴보기 싫고, 정부가 싫은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책이 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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