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센티 인문학 - 매일 1cm씩 생각의 틈을 채우는 100편의 교양 수업
조이엘 지음 / 언폴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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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문학이 대세이다. TV 유튜브 어딜가나 인문학 강의가 넘치고 인문학 책이 수도 없이 출간되고 있다. 인문학은 단순히 시사나 일반상식을 알려주는 잡학지식이 아니다.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가 녹아있고, 인간의 삶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넓고 방대한 학문이다. 인문학에서 다루는 분야도 많아서 꽤나 어렵고 복잡한 학문이라고 하겠다. 인문학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생각의 깊이와 사고의 시간를 깊고 폭넓게 만들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서 당연하다고 믿어온 지식과 진리에 태클을 걸게 만든다.


과거에는 고전들이 이런 역할을 했다. 따지고 보면 위대한 고전을 공부하는 것도 결국 인문학의 한 과정이라고 하겠지만 고전은 어렵고 혼자서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기가 사실 너무 힘들다. 그래서 요즘은 그것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인문학책으로 대신 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이가 들수록 어려운 책이 부담스러워지는 이유도 있고,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짤이나 쿠키 같은 짧은 영상과 콘텐츠에 익숙해지다보니 점점 짧고 핵심만 요약해서 보게 되려는 탓도 있는 것 같다.


요는 과거에는 고전 그 자체를 읽었지만 지금은 고전에 설명과 해설을 더해서 그것을 요약하여 새롭게 가공된 형태로 그것을 접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것이 최근의 인문학의 추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서 설명과 해설을 더했다는 것에 방점이 있는데 똑같은 고전이라도 시대에 따라 그것은 다르게 소비되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면 과거에는 진리라고 생각했던 가치들이 빛을 잃고 새로운 가치가 나오거가 기존의 생각을 전복하는 경우도 많다.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바뀌는 시대에 발맞추어서 고전도 개선되고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새로운 고전이라 칭한다.


고전의 새로운 해석이건, 고전의 해체이건, 새로운 진리 체계의 탄생이건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실 반영의 지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소크라테스나 공자가 그 당시의 사회를 배경으로 했던 말에서 현재 사회를 읽어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직접적으로 대놓고 현재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가령 소크라테스나 공자, 맹자의 글에서 지구온난화나 신종독감, 조선총독부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는 없으니 고전에만 갖혀있지 말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물론 그 방식은 아까도 말했지만 요즘 유행하는 짧고 잘 요약된 콘텐츠 형식으로 해야한다.


저자는 총 100가지의 질문으로 다양한 역사, 철학, 문학, 종교, 여러가지 현대의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 이슈들까지 건드리고 있다. 공감이나 혐오, 디지털성범죄 같은 말 그대로 요즘 유행하거나 화제가 되고 있는 핫한 주제도 있고, 논란이 되는 판사의 판결, 소년범죄, 인서울 라이프, 극우/빨갱이 논란 같은 지금 시점에서 한번쯤 꼭 생각해봐야할 주제도 있다. 각각의 질문에는 해시태그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키워드를 함께 달아놓아서 핵심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주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한두장을 넘지 않는다. 아주 짧은 글로 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읽으며 소소한 지식을 쌓아갈 수 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고전처럼 올드한 문장이 아니라 요즘 온라인에서 쓸만한 재미있고 깔끔하게 정리된 글로 되어 있어서 가독성도 좋다. 옛날 글을 인용할 땐 현대어로 바꾸어서 한방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뭔가 정보를 주는 이런 류의 책들은 읽으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름대로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 책은 어렵지 않은 내용에, 쉬운 문체로 되어 있어서 잘 읽히고, 머리속에도 잘 들어온다.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정치적이고, 사회비판적인 내용이 많이 보인다.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비판하고 꼬집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건 어딘지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고, 어떤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또 일방적인 서술형이 아니라 문답형으로 마치 독자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생각해보게 한후 답을 알려주는 형태의 진행방식이라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게 하고, 계속 머리를 쓰게 만들어서 멍하니 눈으로 텍스트를 쫓아가는 글읽기가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독서를 할 수 있게 만든 점도 영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용이 짧고, 압축했다고 해서 그 핵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기존의 사고를 깨는 내용이 많아서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새롭게 사고할 수 있는 장을 열어놓았다고 하겠다. 단순히 짧은 지식을 알려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지금까지의 생각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서 생각과 관점을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다. 좁고 깊은 우물을 파는 사람은 전문성은 있어도 자기만의 좁은 시야에 갖히게 되지만 1센티의 얇지만 넓은 지식이 있는 사람은 사고의 큰 틀 속에서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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