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리커버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8.0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집어들면 다른 책과는 다른점이 첫 눈에 확 들어온다. 여타의 책과는 다르게 책 전면에 책 제목과 저자의 이름 등이 적혀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오롯이 그림 뿐이다. 그리고 책이 얼마나 좋은지를 설명하는 문구나 추천사, 저자의 약력 등으로 빼곡한 책 후면에도 그런 내용 대신 표지 그림에 대한 해설이 적혀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책은 텍스트가 아닌 그림을 봐 달라고 말을 하고있고, 책의 주인공은 저자나 저자의 글이 아닌 명화, 그림임을 이렇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언행일치. 시작이 좋다.


우린 음악을 들으며 감동하기도 하고, 영화를 보며 감정적으로 마음이 움직이고, 문학작품을 읽으며 정서적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미술, 회화에서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음악, 영화, 문학 같은 장르는 사전지식이 없어도 그 자체의 서사만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그로인해 감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그림은 고정된 한장의 프레임 속에서 서사와 의미를 찾아내야 하므로 관련지식이 없이 미술을 접하면 거기서 어떤 감흥을 얻기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림 속에서 솔직한 느낌을 찾게 되고, 그것이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소통과 치유를 준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전문지식을 가지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어도 단순히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감각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거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우리가 단풍으로 붉게 물든 산을 바라봤을 때 산에 대한 정보나 단풍의 종류를 모르더라도 눈에 보이는 시각적 효과만으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셈이다.


이 책은 미술치료사인 저자가 그림의 힘으로 삶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 사회와 소통하며, 평안함과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미술테라피북이다. 그리고 그림을 보며 자신의 심리상태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도 확인할 수도 있다. 일, 사람 관계, 부와 재물, 시간관리, 나 자신 이라는 총 6가지 테마로 각각의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그러니까 그림을 보여주고, 그 그림이 이런저런 의미를 가지고, 어떠한 맥락이 있고 블라블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 눈을 바라봐'라고 외치던 어떤 정치인의 말처럼 그냥 그림을 보기만 하면 심신의 아픈 곳이 치유가 된다는 식이다. 거기에 그림에 대한 약간의 설명과 저자가 던지는 약간의 메세지가 더해질 뿐이다.

오늘 하루도 수고한 당신을 위한 밤의 테라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일이 가끔 있다. 밤은 나만의 시간이다. 힘들었던 시간이 끝나고 의무와 속박에서 벗어나서 하루를 견뎌낸 자유를 만끽 할 수 있는 순간이다.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는 그런 느긋함과 자유로움이 잘 전해진다. 북적이지 않는 카페, 한적한 거리, 밤하늘의 별까지 고요하고 낭만이 흐른다. 카페에 사람이 없어서 더 좋다. 하루종일 사람에 치이고 힘들었는데 내 시간만이라도 사람에게서 멀리 있고 싶은 마음에 잘 부합된다. 그래서 우린 일을 마치고 나면 사람 없는데서 조용하게 한잔 하자.라고 말을 하는 것인가보다. 고흐의 그림 같은 북적이지 않는 카페에서 가볍게 한잔하며 그날의 피로를 푼다. 그런 일과를 마친 직장인의 마음이 그림속에 보이는 듯 하다.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자유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바쁘게 정신없이 사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의 진공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그것은 게으름이나 나태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그것을 의미있는 무의미의 순간으로 만들어주는 그림을 소개하는데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창가의 남자]다. 그림을 보면서 우린 저 남자가 창밖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서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을 오래 보고 있으니 정말 뭔가 멍해지고,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한 박자 멈춰 선 느낌'인 것 같다.


사람에게 실망할 때
살다보면 사랑에 속고 돈에 우는 일이 많다. 돈을 잃은 것도 눈물나지만 사람을 잃은 것은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돈이야 또 벌면 된다지만 사람은 다시 만나 마음을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에게 실망했을 때 크게 좌절하고 마음을 다치게 된다. 살면서 사람과 충돌하고, 사랑에 속고, 마음을 다치고, 인간관계에 염증을 느끼게 되지만 결국 다시 사람을 믿고, 사랑을 믿어보려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에 나온 [모네]의 [임종을 맞은 카미유]를 봤을 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어떤 모습인지, 어떤 장면인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몰랐는데 그림에 대한 설명과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대한 스토리까지 듣고 나서 그림을 다시 보니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말로 못한 애틋함과 아련함, 안타까움이 느껴지나. 그래, 결국 사람이 먼저다.


나도 부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인기 연예인이 억단위의 성금을 냈다는 뉴스를 들으면 그 사람들은 그만큼 돈을 벌기 때문에 몇억이나 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말을 하지만 아무리 수십, 수백억을 번다 하더라도 억단위로 기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같은 논리라면 수백만원 버는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백만원씩 기부를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여러가지다. 돈이 있으면 당연히 좋다. 그런데 뭐가 가장 좋을까? [그랜마 모지스]의 [퀼팅 비]에서는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 모임을 가지고 있다. 퀼팅비를 하거나, 요리를 하기도 하고, 목공일을 하는 등 저마다 사람들과 어울려 활기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돈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기보단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울음은 영혼이 회복되는 첫걸음
사회에서는 우리에게 감정을 갖는 것과 우는 것이 나쁘고 옳지 않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애써 괜찮은 척 하기보단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이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비극을 보는 경험이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말했다. 카타르시스란 배출이란 의미로 눈물은 가슴 속에 쌓인 찌꺼기를 내보내는 행위인 것이다. 눈물을 흘린다지만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한쪽 눈에서 눈물 방울이 하나 또르르 흐르는 그런 정도로는 안된다. [조지 클로젠]의 [울고 있는 젊은이]에서는 한 여성이 엎드려서 오열하고 있다. 온 몸으로 슬픔을 표출하는데 다양한 기관들로 슬픔을 발산할수록 카타르시스는 커진다고 한다. 슬플 때는 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걷어내려면
그림유형테스트를 했을 때 나왔던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분명히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그림 안에 그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상징이 들어가 있나? 그림만 봐서는 모르겠으니 작가의 해설을 보자. 넓게 펼쳐진 바다는 미지의 세계를 뜻한다고 한다. 아마도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메타포처럼 읽히는 것 같다. 바람을 가득 안은 범선은 당장이라도 신세계를 향해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앞에 두고도 밭일을 하는 사람과, 양을 치는 사람이 보인다. 미래를 향해 나가기보다 현재 자신이 발붙이고 있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허황된 꿈을 꾸다가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이카루스도 보인다. 과거에 빠져있거나 미래를 계획하기보단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불안은 사라지고, 삶의 질도 높아진 것이라 한다. 그러는 중에 변화와 희망도 생길 것이라고.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울림이 있고, 치유가 되는 것도 있고, 설명이 더해져서 그림에 대한 이해가 조금 생기자 진하게 여운이 남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건 한장의 그림으로 사색하고, 사유하며 자신을 둘러싼 여러가지 것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림이 책의 겹치는 가운데 부분에선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건 책이 가지는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서 좀 아쉽지만 해당 그림을 인터넷으로 찾아서 펼쳐진 상태로 보면 되니 크게 문제될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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