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증후군이라도 문제없어 - 심리 치유와 마음 긍정 (feat.영화이야기)
김선희 지음 / 율도국 / 2020년 9월
평점 :

증후군은 신드롬이라고도 불리는데 의학적으로는 뚜렷한 원인은 없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공통점을 보이는 증상을 묶을 때 쓰인다. 농담처럼 잘 모르는 병을 증후군이라 부른다고도 하는데 말하자면 병의 원인이 정확히 특정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증상을 말한다. 즉, 뭔가 잘못된 것 같긴 하지만 뭔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때론 박항서 신드롬, BTS신드롬, 명절 증후군 같은식으로 사회학적 현상을 지칭할 때도 증후군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이런 의미의 증후군은 셀 수 없이 많고,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 증후군이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 새로 접하는 증후군들은 그것이 의학적으로 통용되는 질병인지 유행처럼 쓰는 말인지 구분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으로 사용되는 증후군은 말 그대로 질병으로 인식되는데 주로 정신건강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것이라 정신질환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증후군이 의학적으로 사용되면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된다. 그러나 저자는 신드롬이나 콤플렉스는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증후군을 가지고 있거나 컴플렉스가 있더라도 마치 정신질환자인양 자괴감에 빠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나름 잘 살아가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는다.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증후군에 대해서 알아보고, 영화속에서 그런 증후군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살펴보며 영화를 통해 그것을 치유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알아본다.
히키코모리 증후군
히키코모리 증후군은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않는 사람과 그런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요즘은 자신이 집돌이, 집순이임을 밝히며 성격이나 성향의 하나로 가볍게 생각하는 분위기인데 히키코모리와 집순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히키코모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서적인 고립감이다. 이들은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감정의 공유를 멀리 한다. 그러면서 점점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에 빠지게 되고 이것이 현실과의 괴리감을 만든다. 혼자인 시간이 길수록 남들과 유대하는 것이 힘들고 점점 더 집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워진다.
아인슈타인도 외톨이였고, 사르트르도 은둔형 외톨이였다고 한다. 왜 어떤 사람은 집안에 틀어박혀 폐인생활을 하고, 어떤 사람은 세계적인 학자나 작가가 된 것일까? 작가는 그 이유를 외톨이를 보는 시각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선 외톨이를 굉장히 나쁘게 생각하고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치부하지만 사회적으로 나쁘게만 취급하지 않고 잘 키운다면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창의적이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성향이라서 이것을 장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야식 증후군
야식 증후군이라니 별별 증후군이 다 있다. 야식 증후군은 아침 점심은 적게 먹고, 저녁시간 이후로 전체 섭취량의 반 이상을 먹는 것을 말한다. 하루종일 안 먹다가 저녁에 몰아서 먹는 습관은 폭식 장애를 유발한다. 그런데 감정 기복과 스트레스 때문에 가짜 식욕이 발동해서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배고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허기가 채워지지 않아서 음식으로 보상하려는 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야식 증후군이란 말은 생소하지만 이런 현상은 아주 흔한 것이다. 한밤에 공허한 마음이 되서 갑자기 비빔밥을 마구 입속으로 우겨넣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게 말하자면 야식 증후군이었던 것이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사람도 많은데 이것 역시 야식 증후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요즘 먹방이 많이 유행하는데 저자는 그 이유를 스트레스를 풀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저 먹는 걸로 풀게 되고 미디어가 그런 것을 더욱 조장해서 먹방이 유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식욕과 성욕은 연결되는데 한국은 성욕을 막아놓았기 때문에 식욕을 자극하는 쪽으로 더욱 몰리게 되는 것이다. 위에 나온 히키코모리와도 약간은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혼자 있다보니 외롭고, 공허하니까 정신적 허기가 생기고 밤에 폭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심리학적으로도 낮에는 먹고 싶은 것을 계속 참았는데 밤이 되면 참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제력이 무너지고 폭식을 하게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결국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고파서 먹는 것이므로 우선 먹방을 보지 말고 심리적 허기를 채우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가장 좋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정신적 허기가 충족된다. 신경써야 할 사람이 생기면 거기에 에너지를 쏟게 되니 식욕에 들어갈 에너지가 줄어든다. 칼라테라피를 이용해서 색깔로 식욕을 떨어트리거나 음악 치유로 식욕을 억제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설거지, 기도문 암송, 마음 일기쓰기, 요가, 식물가꾸기 같은 독특한 방법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야식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모라토리엄 증후군
모라토리엄은 외부에서 빌린 돈을 대해 일방적으로 만기에 상환을 미루는 행위를 말한다. 라틴어로 '지체하다'의 뜻을 지니고 있으며 독립된 사회인으로 활동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무를 기피하는 것을 뜻한다.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어른이 되도 정신적으로 성인 사회의 참여를 스스로 거부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상태다. 중요한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능력이 있지만 사회에 나가길 꺼려하는 것이다. 사회적 자아정체성이 약해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파랑새 증후군과 비슷하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기생충족, 중국에서는 부모를 등처먹는다는 뜻의 컨라오족, 일부러 F학점을 맞거나 휴학을 해서 사회진출을 미루는 것도 모라토리엄 신조어라 한다. 특히 최근들어 장기적인 경기 악화로 취업을 포기한 2030 구직 단념자가 역대 최다가 되었다는데 이들 중에도 모라토리엄 증후군인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기 보단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등의 사회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치유를 위해선 왜 사회로 나가는 것을 망설이는지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사회가 두려운 것인지, 자신의 정체성을 못 찾은 것인지, 무엇을 하고싶은지를 모르는 것인지 먼저 이유를 알아야 해결할 수 있다.
저장 강박 증후군
저장 강박 증후군은 습관이나 절약 또는 취미로 물건을 수집하는 것과는 다르게 무조건 물건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저장 강박을 가진 사람은 내면의 개인적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라고 느끼면서 모은다고 한다. 요즘 키덜트들이 피규어, 프라모델, RC카 등을 사모으며 덕질을 하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는 것은 저장 강박과는 다른 것이라고 한다. 수집은 자기 만족과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하는 것이지만 저장 강박은 그 물건 자체가 자신이라고 믿기 때문에 모은다는 차이가 있다.
모으는 대상도 동물을 모으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버리지 못하는 케이스, 이메일이나 사진, 동영상 등을 삭제하지 못하는 디지털 저장 강박 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이는 정서적 결핍에 의한 것으로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해 애정결핍이 생겼을 때 물건에 과도한 애착을 쏘으며 허전한 마음을 채우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강박증은 사랑받지 못해서 보이는 행동이므로 사랑을 주면 자연히 치유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사랑을 준다고 뭔가 특별한 걸 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기본적인 관심과 다정하게 일상을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정서가 안정되기 때문이다
책에는 그동안 많이 들어본 증후군부터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증후군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다. 증후군의 명칭은 들어보지는 못했을뿐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런 사람들을 규정하는 명칭도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 중엔 비슷한 성질을 보이는 것들도 많이 있어서 정확히 그 둘을 딱 갈라놓고 생각하기도 어렵고, 어떤 원인에 의해 하나의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같은 원인으로 다른 증후군을 가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감기도 목감기, 코감기, 기침감기 등이 한번에 오는 것처럼 증후군을 유발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여러 개의 증후군을 함께 유발시키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리고 모르고 있던 증후군도 많고, 그런 것들 다룬 영화도 많다는 것이 흥미있었다. 해당 증후군을 보며 이런 것을 다룬 영화에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보고, 영화가 사회의 시각으로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식으로 다루고, 어떻게 치유하고 화해시키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고, 그를 통해 여러 증후군에 대해 알게 되고, 심리치유의 실질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