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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생존의 법칙 - 벼랑 끝 외식업, 위기 극복 긴급 매뉴얼
아라이 미치나리.김태경 지음, 김수은 옮김, 김성태 감수 / 이상미디어 / 2020년 9월
평점 :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그야말로 외식업계는 폭탄을 맞은 형국이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코로나가 감염되었다는 소식에 손님이 줄고, 비대면 소비현상이 많아지면서 외식 자체의 수요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높은 임대료와 최저임금 인상, 물가 인상 역시 자영업자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한다.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에겐 여러모로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한국 경제는 이미 가파르게 저성장시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몇 해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집밥과 혼밥이라는 새로운 생활 패턴도 외식업계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의 생활 패턴이 뉴노멀로 자리잡게 되면서 외식의 형태도 이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외식을 할 때에도 혼밥, 혼술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여러명이 오더라도 개인 앞접시와 개인 국자가 필수가 되었다. 그에 따르는 비용은 물론 수고스러움도 더 많아지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자영업자들의 현재와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이 책은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속에서 외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뚫고 생존하기 위한 답을 찾아본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합리적 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식당 운영의 노하우와 객관적인 성공 비결을 담았다는 것이다. 기존의 책들은 마치 회고록처럼 요식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주관적 경험담을 쭉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방법론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는데 여기서는 실무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노동생산성의 중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음식을 잘 만드는 것과 식당을 잘 경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음식솜씨가 있어서 요리를 맛있게 만든다고 반드시 매출과 이익이 많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음식은 잘 만드나 식당 운영 경험이 부족해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초보 사장들에게 외식업의 특징을 알려주며 실무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기본적인 틀은 일본의 케이스로 외식시장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한국의 현실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의 경제나 사회 상황은 일본의 몇 십년 뒤를 따라가는 형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한국의 외식업계를 일본을 통해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까운 시간 내에 한국의 외식시장은 지금의 일본과 같은 형태로 빠르게 바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을 일종의 롤모델로 삼아 우리의 상황에 맞게 현지화하고 대비한다면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외식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는 일시적인 감염병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삶 자체를 바꾸는 대사건이라 외식업계도 그에 발맞추어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데 혼밥, 혼술, 비대면, 거리두기 등을 식당에 적용한다는 식으로 코로나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못하면 성장과 도약은 힘들 것이다. 지금도 방역과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식당이 많이 있는데 이렇게 상황에 맞게 발빠르게 대처해야 고객의 발길을 잡을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조언을 가장 먼저 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도 필요하지만 위기가 올 때에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식당의 기본은 음식의 맛이다. 이는 식당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식당은 무조건 일단 맛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직원관리를 꼽고 있다. 오래된 노포일수록 오래 일한 직원이 많다고 한다. 근무 연수가 길수록 식당에서 일하며 직접 몸으로 뛰고 배운 매뉴얼이 생기는데 그것만큼 큰 무기가 없다. 장기 근속하는 숙달된 전문가가 많다는 것은 결국 직원관리를 잘했다는 뜻이고, 사람 중심의 경영을 했다는 증거이다. 이런 마인드의 사장은 손님에게도 친밀하게 다가가고 세심한 것까지 챙긴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 먼저다.
그리고 가게에서 발생하는 숫자를 잘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매출, 매입, 객수, 직원들의 급여 등 가게 경영은 숫자로 이루어진다. 얼마를 벌고 얼마를 썼는지 숫자를 알면 가게가 돌아가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문적인 회계 업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식당의 월손익계산서를 스스로 작성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숫자를 활용하면 매입, 매출, 단가 등을 데이터화 해서 정확하게 내역을 분석할 수 있다. 보통은 대략 이정도 된다는 식으로만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두루뭉술한 방만경영은 루즈를 가져온다.
가게 경영이 숫자, 데이터화 되어있으면 재무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고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게 된다. 이것이 특히 중요한데 요즘 가게에 기본적으로 있는 포스만 잘 이용하면 요일별, 계절별, 월초, 월말, 기후별, 시간대별 등 방문객수나 자나가는 메뉴와 가격 등에 대한 정보를 구체화하여 얻을 수 있다. 이런 데이터가 오래 쌓이면 그에 맞게 가게 운영 전략을 짤 수 있게 된다. 맛과 직원관리, 가게 운영의 데이터베이스화로 가게의 기본을 지키고 변화에 발맞추어 메뉴 개발, 마케팅, 투자 등의 기획으로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나가는 전략적인 점포 운영의 기술을 방법론적으로 배울 수 있어 매우 실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