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 1 하루 한 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명작 읽기 1
송정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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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는 오히려 고전문학을 많이 읽었다. 논술시험을 대비해서 문학작품을 읽고, 그 의미를 분석하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래서 그 땐 적어도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이라거나 따로 문학 작품을 읽는 일이 좀 있었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한가하게 '문학작품'을 읽는 일은 없어졌다. 취미나 실용서적, 인문학서적, 철학서, 경제서적 같은 뭔가 쓸모있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책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나마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좋아하는 몇몇 작가의 책은 꾸준하게 편식했지만 그 외의 다른 문학책은 손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문학책이나 철학서적, 심리학책, 심지어 경제서적 등에서조차 내가 읽기를 망설였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주홍글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나 카레니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문학작품이 거론되는 일이 많이 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철학, 경제, 인문학의 바탕에 문학이 있다는 말과 같다. 혹은 인문학이나 철학적 가치를 보여주는데 가장 좋은 것이 바로 그런 명작들이라는 뜻일 수도 있겠다.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얻고자 이런저런 책을 읽었는데 어쩌면 전혀 엉뚱한 곳에서 그것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와서 이런 소위 '고전'이나 '명작'들을 새삼 읽어보려 해도 은근히 부담스럽다. 어떤 것은 너무 양이 많아서 읽기가 부담스럽고, 어떤 것은 그 내용이 너무 심오하고 어려워서 도전하기가 부담스럽다. 또 한편으로는 '재미'가 없어서 텍스트를 읽는 것이 지루한 시간이 될 것 같아서 선듯 손이 가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고전명작들을 영접하는 것을 미루기만 하는 중이다.


이 책은 읽기에 부담스러운 고전명작들을 간략하게 읽고 그 내용과 이면에 숨은 뜻, 그리고 교훈과 고전에 담긴 지혜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하이라이트를 담은 짧은 영상인 클립 영상 형태로 고전을 잘게 쪼개어 고전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길고 느린 호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긴 문학 작품을 끝까지 읽는 것이 굉장히 고역이다. 영화조차 2시간이 넘어가면 벌써 지루해한다. 이런 사람들이 두꺼운 고전을 읽으며 그 의미까지 깊게 생각하고 고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처음부터 책을 완독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맛보기로 책의 기둥 줄거리를 가볍게 접하며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원작의 핵심 장면을 전부 담고 있어서 책을 직접 읽은 것처럼 중요한 부분을 읽어볼 수 있다. 마치 클립으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듯 책의 하이라이트를 체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작 속에는 담기지 않는 작가의 삶과 책을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꼼꼼하게 담고 있어서 작가의 생각과 사상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들어갔는지 알아볼 수도 있고, 작품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까지 읽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때로는 작가의 삶이나 소설이 씌여질 때의 시대배경, 사회/역사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소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그것을 알면 그 작품을 더욱 다각적인 시각으로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 그리고 그것이 보일 때 작품은 좀 더 깊은 의미를 가지게 되고, 더 재미있고 깊은 감명을 주게 된다. 즉, 이 책이 단순히 작품의 줄거리 요약본의 의미를 넘어 작품을 완독하기 전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것에 주의해서 책을 읽으면 좋을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배경지식을 깔아주는 역할도 한다.


부담스러지 않은 짧은 내용이라 10분이면 하나의 작품과 거기에 담긴 배경지식과 의미, 교훈까지 모두 마스터할 수 있어서 우선 가볍게 고전들을 접해보며 고전에 대한 좋은 첫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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