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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책 읽어드립니다, 임기응변의 지혜, 한 권으로 충분한 삼국지
나관중 지음, 장윤철 편역 / 스타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삼국지를 한번도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도 하지 마라. 삼국지를 세번이상 읽은 사람과는 언쟁을 하지 마라. 삼국지를 열번이상 읽은 사람은 상대도 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한번도 읽지 않은 사람은 똥멍청이라서 친구로 삼을 가치가 없고, 세번 읽은 사람은 지략이 뛰어나니 언쟁을 하면 진다는 뜻이고, 열번 이상 읽은 사람은 계책과 모략이 뛰어나서 다른 사람을 가지고 놀게 되니까 상대를 하지말라는 뜻인 것 같다. 그만큼 삼국지에는 세상의 지혜와 사람을 다루는 기술, 필승의 기법들이 담겨있어서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 전쟁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인생의 지혜와 처세술을 가르쳐 준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좋은 인생의 지혜가 담긴 삼국지를 읽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도 가장 먼저 그 방대한 분량에 압도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약본을 제외하면 보통 삼국지는 10권으로 구성되는 것이 많다. 삼국지연의는 방대한 분량의 역사소설이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워낙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수많은 사건과 암투, 전투들이 발생하다보니 말그대로 대하드라마처럼 그 내용이 끝도 없다. 그래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기 위해서는 시간이 굉장이 많이 필요하다. 당장 중국의 옛지명부터 우리에겐 익숙치 않아서 책을 읽다가도 계속 지도을 찾아보며 위치를 확인하는 일도 잦다. 그래서 책을 제대로 완독하려면 시간을 길게 잡고 긴 호흡으로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이해가 된다.
그리고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국가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 전쟁소설이다. 그래서 이런 쪽으로 관심이 없다면 책이 재미가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물론 글 자체가 워낙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치다보니 전쟁소설을 크게 싫어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한다고 하겠지만 이런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좋아하지도 않는 내용을 읽어야 하는 부담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건 [한 권으로 충분한, 한 번은 읽어야 할 삼국지]는 나름의 이유로 삼국지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아직 삼국지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나, 읽다가 포기한 사람, 삼국지를 좋아해서 여러번 읽었던 사람이라도 다시 부담없이 가볍게 삼국지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그 방대한 스토리를 한권으로 요약하여 삼국지를 소개하고 있다.
방대한 분량을 한권으로 조져야하기 때문에 전개가 매우 빠르다. 필요없는 가지는 빼버리고, 핵심적인 주요 사건과 사상,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략 기술 등을 담고 있다. 아무래도 원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투장면이나 장수간의 일기토의 묘사는 과감하게 생략되었다. 어차피 어떤 전투건 칼과 칼이 부딪히고, 활이 날아가는 전투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그런 전투씬의 디테일한 묘사는 생략되었다. 하지만 전투의 싸움장면이 아닌 전쟁의 규모나 출전한 장수들의 면면, 전투 자체의 특이점과 차별화된 계략과 전술, 지략대결, 이후 역사의 흐름에 미친 영향, 전쟁을 보는 인물들의 관점 등은 전부 기술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삼국지의 큰 재미 포인트이기 때문에 전쟁의 묘사는 없지만 여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굵직굵직한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호흡을 빠르게 가져가다보니 지루하지 않고, 진도도 빠르게 술술 빠진다. 장수 중에서도 쩌리들은 쳐내고 한가닥 하는 장수들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마치 올스타전 같은 화려하고 멋진 대결구도가 펼쳐진다. 그래서 싸움이면 싸움, 지략이면 지략 모든 면에서 박진감이 넘치고 흥미진진하게 읽게 된다. 한권으로 요약해놓았지만 삼국지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아이콘 같은 장수와 상징적인 계략과 전투는 대부분 소개되고 있어서 초심자의 입맛엔 잘 맞을 것 같다. 보통 삼국지 초심자들은 위촉오 삼국 중 유비, 관우, 장비의 촉국을 지지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래서 여기서도 전체적으로 촉국의 관점으로 촉국에 많이 치중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조조와 원소가 중원의 패권을 놓고 맞섰던 삼국지의 첫 대규모 전투인 관도대전이 굉장히 짧게 서술되었다는 점이다.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전투는 삼국지의 3대 대전으로 규모적으로도 그렇고, 소설의 재미라는 측면으로도 그렇고, 역사적인 의미로도 각각 위촉오의 존망을 결정한 굉장히 중요한 전투이다. 적벽대전은 삼국지 내에서 가장 재미있고, 유명한 파트라서 따로 하나의 챕터로 때어내어 다루고 있고, 이릉전투도 유관장의 촉국 관점에서는 중요한 전투라서 나름 길게 이야기하는데 관도대전은 많이 짧게 다루고 있어서 아쉽다. 유비와는 대척점에 있는 조조와 초반에 이름을 올리고 사라진 원소 간의 전쟁이라 유비 시점의 스토리텔링에선 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관도대전이 이런 취급을 받을 전투가 아닌데 아쉽다.
촉군 이야기이지만 제갈량이 남만을 평정한 내용도 많이 줄여졌다. 이 남만 평정기는 그동안 계속 보아온 전형적인 전투 스타일이 아니라 특이한 내용이 많아서 꽤 재미있기에 보통 삼국지 소설에선 꽤 길고 비중있게 다루어지는데 여기서는 그다지 길게 다루진 않는다. 하긴 이 이야기는 중요 내용을 제외하면 전부 싸우는 이야기라서 앞서 말한 대전제처럼 전투에 대한 묘사를 줄이다보면 적절하게 배분이 된 것처럼도 느껴진다. 반대로 후삼국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제대로 다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유관장, 조조 등의 인기 캐릭터가 모두 사라지고 난 후 진이 통일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는 굉장히 홀대받는데 여기서는 하나의 챕터를 할애하여 비교적 잘 다루고있다. 그래서 후삼국의 이야기까지 비교적 균형있게 접할 수 있다.
삼국지를 읽고 싶지만 너무 길고 방대한 양에 엄두가 안 나거나, 캐릭터와 지명이 너무 많아 읽기도 전에 머리가 아프고, 복잡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는 것이 힘들었던 사람, 오랜만에 가볍에 삼국지를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으로 한권으로 삼국지의 액기스를 쏙쏙 맛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 삼국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