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 숨어 있는 생명의 기원
엘리자베스 M. 토마스 지음, 정진관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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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칭하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 무엇보다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45억년 지구의 역사중 인류의 시간은 0.004%뿐으로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 살아온 시간은 극히 찰라에 지나지 않는다. 무려 35억년 전 광합성을 하는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하고, 20억년 전에 단세포 생물보다 발전한 진핵생물이 출현했다. 10억년 전에는 다세포 생물이 출현해서 지구 생명체가 풍부해졌으며, 3억 7000만년 전에는 바다에 살던 어류가 육지로 올라왔고, 3억 2000만년 전에는 파충류가 등장했다. 그 후 포유류와 조류가 잇달아 출현했으며 공룡이 멸종한 뒤 6000만년 전이 되어서야 비로서 최초의 영장류가 나타났다. 그로부터 또 오랜 시간이 지난 후 20만년 전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해 지구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무수히 많은 종의 생명체가 타고 있는 지구라는 열차의 꼬리칸에 가장 늦게 탑승한 승객인 셈이다.


지구는 수십억 년 동안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진화하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룬 생태계이다. 하지만 인간은 지구상에서 인류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 다른 종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비교적 최근이 되어서야 그나마 자연과 생태계라는 지구의 환경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인간에 의해 지구의 생명체가 멸종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인류는 지구의 주인이 아닌 다른 생명체와 함께 공존하여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고 인류 이외의 생명체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가이아란 자연계나 진화 과정을 일컫는 말로 지구의 생물권, 대기권, 대양, 토양 등을 모두 포함하여 하나의 복합적인 실체로 정의한 것이다. 초기 지구에 원시 생명체가 나타나고, 대기가 공기로 변하고, 물이 생겨나고, 식물이 자라나기 좋은 토양이 형성되고, 이런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생명체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길 반복하며 점점 진화해나가다가 고등생물이 나타나는 일련의 과정을 지구적 입장에서 보는 관점이다. 지구는 그저 암석덩어리가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로 생각하는 것이다.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인류도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나쳐가는 하나에 생명체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미생물, 원생생물, 진균류, 지의류, 절지동물, 식물, 척추동물, 양서류, 공룡, 익룡, 악어, 조류, 포유류, 유인원과 호모 사피엔스, 진화학적으로 우리와 사촌뻘인 네안데르탈인, 개척되지 않은 산족 까지 지구상에 존재하고 존재했었던 모든 생명체들의 기원과 진화과정, 생물학적 특성과 생리 작용, 생활습성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명체는 수많은 변형 후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지만 원시생명체부터 현재의 포유류나 인간 같은 고등동물들도 모두 동일한 생물학적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을 톺아보며 이해하면 생명과 진화라는 커다란 움직임을 알게 되고, 인간의 위치와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는 책의 특징을 모든 종의 생명체를 의인화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간은 인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종을 인간보다 못한 열등하고 하찮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미생물에 대해서는 하찮고, 열등한 생명체로 치부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다른 생명체를 지칭할 때 인간의 관점에서 인간을 가장 꼭대기에 두고 나머지 생명체들을 낮게 불렀다. 하지만 가이아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나 미생물이나 모두 동등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he나 she 또는 who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관점이 아닌 초록빛 지구별의 관점에서는 미생물이고, 포유류고 인간이고 모두 생때 같은 내 새끼 아니겠는가. 하지만 번역하는 과정에서 언어의 특성상 저자가 의도한 이런 의인화는 그렇게까지 잘 표현되지는 않았는데 이런 것들을 감안하고 읽으면 좋겠다. 이런 표현 하나하나가 저자가 생명체와 인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구상에 수많은 종의 수많은 생명체가 번창하여 살고 있지만 40억 년을 거스러 올라가면 최초의 단 하나의 세포가 있다. 모든 것은 거기서 출발한다. 우리는 모두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인간이 아닌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뜻한다. 그 세포는 초창기의 세포와 매우 비슷하고, 우리는 그것을 생명의 구성 요소라고 한다. 이 세포는 혜성이나 유성에서 왔다는 의견도 있고, 지구가 형성되었을 때 우주먼지 속에 존재했던 강한 저항력을 가진 유기체의 형태로 전 우주에 존재했었다는 주장도 있다. 즉, 우주에 유기체로 존재하다가 지구가 만들어지고 환경이 조성되자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그 중 현재 주류로 취급되는 주장은 초기 분자에서 형성되었을 거라는 가설이다.


세포가 생명체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세포벽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세포의 RNA가 어떤 작용에 의해 세포벽을 만들어 냈다고 추측하는데 세포벽은 생명체라고 불릴 수 있는 분자의 가닥이 생겨난 한참 후에 생겨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 세포벽이 초기 분자에서 우연히 형성된 세포를 보호하고 산산조각 나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보여진다. 미생물은 그들의 식량인 자당을 만드는 과정 중에 산소를 배출하게 되고, 그 덕분에 우리가 그 산소를 이용하게 되었다. 미생물은 세계를 뒤덮은 진화의 가장 중요한 엔진 중 하나를 발명한 발명가라고 한다. 산소를 만들어낸 미생물만큼 위대한 발명가가 또 있을까?


우리 지구별에 선을 보인 순서대로 생명체를 하나씩 소개하며 각 종간의 관계와 진화의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단 하나의 세포에서 출발하여 수많은 진화를 거쳐 인류가 탄생하기 까지의 긴 여정을 통해 생명의 기원과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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