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단 1400단어 기초일본어
Mr. Sun 어학연구소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외국어 공부는 결국 단어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단어를 많이 알면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많아지기 때문에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특히 일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영어는 한국어와는 어순이나 형식 등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단어만 안다고 정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단어를 암기하는 만큼 복잡한 형식의 문법도 암기해야만 한다. 하지만 일본어는 우리말과 어순과 구조가 굉장히 유사해서 단순히 한국말을 그에 해당하는 일본 단어로 옮기기만 해도 문장이 완성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쉽게 익힐 수 있다. 이 말은 단어만 많이 알면 비교적 쉽게 말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일어는 처음에는 쉽다가도 점점 어려워진다고는 하지만 어쨌건 우리말과 구조가 유사하다는 것은 일어를 배우는데 굉장히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우선 기본 문법과 함께 단어만 죽자고 외우면 어지간한 기본 회화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단어를 어떤 식으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외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처음 일어를 공부할 때 교재에 나오는 단어들은 책상(つくえ), 연필(えんぴつ), 만년필(まんねんひつ) 따위의 일상생활에서 그다지 말할 일이 없는 단어들이 많았다. 책상 정도는 기본 단어겠지만 요즘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누가 있나? 볼펜도 아니고 만년필이라니..
옛날에 만들어진 교재를 관습적으로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른만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예문과 구성도 전부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일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상당수는 일본에 여행을 가거나 일본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연필, 만년필 같은 교과서에서만 만나는 단어가 아니라 지금 일본인들이 실제 일상에서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배워야만 한다. 비즈니스나 학문적인 용도가 아닌 이상 필요이상으로 어려운 단어를 외울 필요도 없다. 사용빈도가 높아도 일상생활이 아닌 뉴스에서나 많이 나오는 그런 말은 당장은 불필요한 것이다. 초심자들은 우선은 사용빈도가 높으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핵심 단어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단어를 배우는 방식에 있어서도 무작정 단어장을 열어놓고 무조건 외우는 식의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방법으로는 단어를 외우기가 힘들다. 그런 방식은 어렵게 외워놓아도 금새 잊어버리기 일쑤다. 예로부터 단어는 단독으로 외우지 말고 문장을 통째로 외우라고 했다. 문장으로 단어를 외우면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뉘앙스까지 함께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단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머리속에 깊이 남게 된다. 단어를 단독으로 외운다면 하나의 문장을 말하기 위해 필요한 단어들을 하나씩 끌어와서 조합해야 하므로 시간도 걸리고, 잊어버리도 쉽다. 하지만 문장을 외워 놓으면 실제 대화를 할 때도 바로 그 문장을 말하면 되므로 보다 편하고 빠르게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여러모로 문장 속에서 단어가 활용되는 형태를 함께 익히는 것이 좋다.
[일단 1400단어 기초 일본어]는 위에 나열한 모든 조건을 한번에 충족시키는 단어 교재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한 가족이 세계여행을 떠가는 스토리이다. 한국에서 출발하여 이탈리아와 뉴질랜드 등 베트남, 러시아로 건너가서 매너를 갖춰서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여러 관광명소들을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 곳 문화를 체험하는 형식이다. 여행을 떠나서 겪게되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책에서 다루는 단어들도 우리가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표현들이다. 공항과 식당, 숙박지 등에서의 사용되는 표현, 길을 묻거나, 쇼핑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다.
책은 만화로 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으며 일단어를 배울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다른 교재와는 달리 모든 대사가 일어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한국말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중간중간 필수 단어들만 일어로 쓰여져 있다. 초급 단계에서 모든 문장이 일어로 되어 있으면 거부감부터 들고, 하나하나 읽기에도 부담스러운데 기본 문장은 한글이고 중요한 단어 하나만 일어로 되어 있어서 크게 어려움없이 읽어갈 수 있으며 이런 식으로 문장 속에서 일본어 단어가 사용되는 형태를 보며 외울 수 있어서 오래 기억될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일어는 우리말과 형식과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단어 암기법이라 하겠다.
다루고 있는 단어들도 명사, 형용사, 동사, 형용동사 등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서 어느 한쪽에 치중되지 않게 중요한 필수 단어 1400단어를 배울 수 있다. 글을 계속 읽다 보면 문장 속에 녹아들어 있는 단어를 저절로 암기하게 되는데 이렇게 기억한 단어는 쉽게 잊어버리지 않게 된다. 일본어로 된 문장 안에서 단어를 보는 것과 익숙한 한국어 문장 속에서 일단어를 읽고 파악하는 것은 확실히 받아들이는 감각이 다르다. 훨씬 빠르고 편하게 단어가 흡수되는 것 같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여행지가 외국이라는 점이다. 이탈리아, 뉴질랜드, 베트남, 러시아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문화와 일상을 보고 느끼는 로드무비형식인데 이왕 여행을 할 거라면 당연히 일본으로 가는 게 맞지 않았을까? 어느 나라의 언어를 공부할 때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언어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활, 가치관 들이 들어가 있으므로 그들의 문화를 알고 그것을 이해한다면 언어를 배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나라만의 문화에만 있는 단어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으로 여행을 가서 일본 내에서 겪게 되는 사건과 그들의 일상 속에서 사용되는 단어를 배우는 형식이었다면 더욱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는 이제 막 일어를 시작하는 초급 수준의 학습자에게 가장 기초가 되는 필수 중요 단어를 암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문장 속에서 단어의 의미와 뉘앙스를 함께 이해할 수 있고, 중요 단어에 집중해서 학습할 수 있어서 쉽게 배우고, 오래 기억되는 방식인 것 같다. 재미있게 읽다보면 저절로 엄선된 1400단어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