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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이번엔! 부산 - 대한민국을 누비는 기분 좋은 여행 ㅣ ENJOY 국내여행 시리즈 6
구지선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8월
평점 :

부산에서 나고 자란 부산 토박이지만 정작 부산의 지리와 관광지, 명소도 잘 모르고, 남들에게 소개해줄만한 나만의 비밀 플레이스 같은 곳도 없다. 서울 사람은 남산에 안 올라간다는 말이 있듯이 부산 사람은 해운대에 잘 안간다. 어리고 젊은 애들이야 소위 까대기치러 (헌팅하려고) 해운대에 가지만 보통은 해운대 잘 안간다. 시내에 나간다고 해봤자 서면, 부대, 남포동이 고작이고 그 외에는 거리상 멀어서 잘 안가게 된다. 의외로 부산이 땅덩이가 넓어서 어디 한번 뜨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항상 가던 곳만 가고, 노는 곳에서만 놀게 되니 오히려 부산에 놀러오는 외지인보다 부산에 대해 더 잘 모르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그런 것이지 부산 사람이라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어쨌건 이렇다보니 다른 지역의 친구나 외국친구가 부산에 놀러오면 조금 난감해진다. 어디에 데리고 가서 뭘 하며 놀고, 뭘 맛보게 하면 좋을지 계획 잡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서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를 정하게 되는데 온라인에 올려진 블로그의 글들은 대부분이 외지인들이 부산에 놀러오면 고정적으로 하게 되는 정형화된 코스 소개가 대부분이라 약간 겉도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앞서도 말했듯이 부산 사람들은 잘 가지 않는 관광객을 위한 코스가 관광객에 의해 소개되고 널리 퍼지다보니 마치 그런 곳이 부산을 대표하는 곳으로 변질된 느낌이다. 여기 가서, 이걸 보고, 이걸 먹고, 이걸 해야한다는 공식처럼 굳어져서 이젠 부산 사람들조차 그런 관광객들이 만들어놓은 공식에 따르게 된 것 같다.
진짜 부산을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산의 슬로건은 다이나믹 부산이다. 활력 넘치고 역동적인 부산 사람의 기질을 잘 전달하는 슬로건인데 그만큼 변화무쌍한 모습을 즐길수 있는 곳이 또 부산이다. 멋진 해수욕장, 사람 냄새나는 골목길과 현대적 분위기의 핫플들, 곳곳에 펼쳐진 쇼핑 명소와 갖가지 어트랙션까지 즐길거리가 너무나 많다. 주어진 시간과 예산, 여행의 목적, 성격 등에 따라 코스만 잘 짜면 알차고 멋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책에는 대표적으로 가봐야 할 부산의 명소들과 꼭 맛봐야 할 음식, 쇼핑 명소, 즐길거리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추천 코스]코너에는 부산을 여행하는 다양한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전형적인 부산 여행 코스부터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와 함께, 아니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코스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취향별로 골라서 일정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준다. 각 추천코스에는 예상경비와 이동방법과 시간까지 자세히 적어놓아서 구체적인 일정을 짤 수 있게 해준다. 또 각각의 스폿에서 참고할만한 포인트를 따로 적어놓고 있어서 여행에 바리에이션 가져올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각 구획별로 지역의 정보를 알려주는 [지역여행]이 나온다. 앞서는 부산 전역을 무대로 하나의 주제로 코스를 짰다면 여기서는 하나의 지역을 디테일하게 돌아보고 즐길 수 있는 정보를 준다. 하나의 테마로 여행을 즐기는 건 여행의 일관성에 있어서는 좋지만 아무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면 길거리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되기 때문에 일정이 길지 않은 사람에겐 불리할 수가 있다. 그럴 때는 역시 한, 두 곳의 지역을 집중적으로 파는게 효과적일 수가 있다. 한 지역 내에도 각기 다른 느낌을 주는 다양한 스폿이 있어서 다채롭고 다양하게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부산은 땅덩이가 의외로 넓어서 하나의 지역이라고는 해도 계획을 잘 잡지 않고 움직이면 지치기 쉽다. 특히 해운대나 외각지역으로 나가면 이동에만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동선을 잘 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
[지역여행] 코너에는 각 지역별 핫플과 추천 장소가 소개되어 있고, 교통편과 운영시간, 위치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꼭 가봐야할 맛집도 소개해놓고 있어서 괜히 어디가서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이 바가지를 쓸 일도 없겠다. 대신 책에 소개된 맛집은 대부분이 블로그 등에서 많이 소개되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한 맛집 위주로 나와서 좀 뻔한 감도 없진 않지만 여행지에서 맛없는 걸 먹거나 바가지를 쓰면 진짜 여행 자체를 망치는데 차라리 좀 뻔하더라도 맛이 보장된 맛집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그리고 로컬들이 가는 숨은 맛집도 한두곳씩 소개되고 있으니 그런 곳도 이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모처럼 부산에 왔는데 부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쉬운 사람을 위해 부산 근교의 여행지도 소개하고 있다. [근교여행]에는 김해봉하마을, 양산 통도사, 경주, 경남 진주성, 남해 독일 마을의 총 다섯 군데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관광객이라면 부산에만 머무르지 말고 바운다리를 조금 넓혀서 근교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부산 사람이라면 주말에 부산을 벗어나 가볼만한 곳이라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테마여행] 코너에서는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정형화된 여행을 벗어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테마를 두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러 테마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부산국제영화제 대응 여행, 시네마투어, 산복도로 드라이브, 도심 걷기 여행, 유람선 여행, 배타고 일본 여행, 축제 즐기기 같은 다양한 테마로 부산을 즐길 수 있는 여행 정보를 소개한다. 실제로 요즘은 그냥 무작정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한가지 테마를 정해놓고 여행을 즐기는 테마여행을 선호하는 것 같다. 특히 갈맷길을 걷기는 걷기 여행 같은 경우는 관광객보다 부산 원주민에게 추천할만한 도심여행 코스라고 생각한다. 날씨 좋은 날은 유람선 여행을 한번씩 해봐도 좋을 것 같고, 책에는 배편으로 일본에 가는 것을 소개해놓고 있는데 해보고 싶은 여행이긴 하지만 불매운동 때문에 일본에 가는 것보다 배편으로 제주도에 가는 것이 어떨까 싶다.
천의 얼굴을 가진 부산. 부산을 즐기고 맛보며 부산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여행 정보가 담겨 있어서 부산에 놀러오려는 타 지역 관광객이나 나처럼 부산 사람이면서도 부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여행서적 같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면 책을 들고 사랑하는 내 고향 부산의 곳곳을 누벼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