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 - 베이징 특파원 13인이 발로 쓴 최신 중국 문화코드 52, 개정3판
홍순도 외 지음 / 서교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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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90년대 부터 2000년 초반까진 확실히 일본이 대세였다. 일본은 떠오르는 태양이었고 일제는 국산보다 질이 좋다는 인식이 있었다. 특히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부터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본어를 배우고, 일드와 영화를 보고, J-POP을 들으며 제페니메이션과 일게임을 즐기는 것이 힙한 것으로 생각되어졌다. 일본의 관광객도 한국에 많이 왔었고 부산의 대표적인 시장인 남포동 시장에선 일본손님을 잡기위해 일본어로 된 홍보물과 가격표를 가게 앞에 붙혀놓았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일본은 지고, 중국이 대세가 되었다. 중국인이 전세계로 퍼지고, 중국제품이 전세계를 뒤덮었다. 한국에도 가장 많이 오는 관광객이 중국인이고 20년 전 남포동 시장의 가게 앞에 붙어있던 일본어는 어느새 중국어로 바뀌었다.


그런데 새롭게 대세로 떠오른 중국에 대한 인식은 일본과는 많이 다르다. 비록 지금은 한물 간 느낌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본은 문화적으로 즐길거리도 많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만한 것도 많다. 그리고 역시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 민낯이 다 드러났지만 일본은 질서도 잘 지키고 국민성도 좋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많이 옅어졌지만 어쨌건 그런 인식이 있는 반면 중국은 싸고, 더럽고, 질나쁜 것의 대명사다. 실제로 중국산은 후지고, 질나쁘고, 짝퉁이고, 싼맛에 쓰는데 오죽하면 간혹 잘만들어진 질 좋은 제품을 대륙의 실수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중국의 문화는 죄다 한국 것을 배낀 것 뿐으로 역시 후지고 쌈마이스럽다. 중국인에 대한 인식도 굉장히 부정적이다. 무질서하고, 비매너에 염치없고 심지어 미개하다는 인식도 있다. 한마디로 전세계적으로 중국과 중국인은 혐오의 대상이다.


하지만 현재 G2로 떠오른 이 거대한 국가를 단순히 이렇게만 평가하는 것이 온당할까? 실제로 우리가 중국이나 중국인에 대해 가지게 되는 인식은 온라인에 떠도는 짤에 의한 것이 많다. 누군가에 의해 중국인을 폄하하거나 웃음거리로 만들고, 혐오하게 만든 게시글로 중국과 중국인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전세계적 팬데믹을 초래한 것 때문에 더욱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고 그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보고 있지만 중국과 중국문화가 정말 그렇게나 혐오스럽기만 한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좋건 싫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한국에 미칠 중국의 영향력은 적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만 한다. 일본이 그렇게나 선진국이고 국민의식도 높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듯,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건 쉽진 않겠지만..


이 책은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13명의 기자가 중국 문화에 대한 쓴 책이다. 왜 하필 중국의 문화냐고 하면 중국의 문화를 알면 중국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문화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그 나라 사람들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중국인들의 기질과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코드를 아는 것이 가장 좋다. 중국인들의 정서와 문화, 기질, 특성을 아는 것은 돈을 버는 정보가 된다. 특히 소위 중국에는 수천년이나 내려온 꽌시문화가 있어서 그들의 문화를 알지 못하면 그들과 관계를 맺기 힘들다. 중국의 그런 문화적 틀징을 알지 못한채 일반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로 다가갔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세계를 움직이는 G2 중 하나인 중국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고, 장점은 무엇인지, 무엇을 공략해야 할지 중국의 문화를 살펴봄으로써 자연스럽게 중국과 중국경제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른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중국의 영향권에서 중국 문화를 많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은 중국과 굉장히 다른 부분이 많다.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을 보며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문화코드에 중국인을 비웃고, 혐오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데 그것도 중국의 상황을 알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라고 한다. 가령 중국인은 여름에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는 것이 예사고, 아무데나 침을 뱉는 것이 일상이다. 우리 입장에선 공중도덕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여름은 살인적인 더위 때문에 그런 악조건에서 살아온 중국인들에게는 길에서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것이 흠이 아니고, 스모그와 황사가 너무 심해서 숨쉬기 조차 힘들기 떄문에 입에 들어온 모래를 뱉어내기 위해 아무데서나 침을 뱉는 것이라 그 습관을 못 고친다고 한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 눈엔 천박하게 보이지만 이유를 알고 나면 조금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책에서는 중국인의 기질과 남녀에 관한 문화, 뒷골목 문화, 첸구이쩌(사회 암묵적 관행) 문화, 전통문화와 대중문화, 청년문화, 졸부문화, 혐한류 등 중국에 오래 살면서 직접 접하지 않으면 알기 힘든 문화코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중국인의 기질 중 한 가지는 중국인은 기회만 된다면 양다리를 걸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다리 걸치기가 생활화 되어 있다고 한다. 얍실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실리적인 것만 취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현대의 외교에서는 실리적인 외교관계가 대세이다. 특히나 한국처럼 여러 강대국의 이권에 둘러싸인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다. 오히려 중국처럼 좀 얍실하게 보여도 실리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양다리 전략을 배워야 한다.


중국하면 꽌시문화가 바로 떠오른다. 이젠 너무나 익숙한 단어지만 정작 정확하게 이게 어떤 뉘앙스인지 설명하긴 어렵다. 인맥이나 연줄, 네트워킹과 유사한 개념이라는데 한마디로 우리가 남이가! 정신이라고 한다. 우리가 남이가!하는 마인드로 끈끈한 결속력을 가지는데 이게 법 위에 있는 삶의 만능 열쇠라고 한다. 꽌시가 법보다 우선된다고 하니 이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는 중국인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인맥, 연줄이 없는 곳이 없고, 한국이나 일본에도 인맥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중국만 유독 꽌시가 강조되는 것일까. 중국은 사회주의 사회라서 책임지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철밥통 공무원의 완성형이라 생각해보자. 그래서 책임지기 싫어서 남에게 결정을 미루고, 뒤로 숨기만 하는데 담당자가 카운터 파트로부터 확실한 경제적 보상을 약속받으면 그제서야 공감대가 형성되고 책임을 진단는 것이다. 뒷배를 봐줄테니 나를 도와라. 말하자면 우리가 공무원계의 악습이라고 여기는 결탁, 부정거래가 꽌시의 기본 마이드인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의 배타성도 꽌시문화가 커지는데 일조를 했다고 한다. 중요한 건 돈이 매개체가 되지 않는 꽌시는 없다고 한다. 모든 꽌시에는 돈이 얽힌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끼리끼리 붙어먹는 것이 꽌시인 것이다. 우리는 그런 불법적인 적폐를 청산하자고 외치는데 중국에선 그런 꽌시가 법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이다. 꽌시를 맺기 위해서는 10년 정도는 친분을 쌓아야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돈과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투자이다.


중국은 프리섹스 국가라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는 성문제에 매우 보수적일거라 생각하는데 굉장히 관대하고 프리하다고 한다. 일본을 뛰어넘는 성진국이랄까. 중국인들은 자연을 음양의 조화로 이뤄진 것으로 생각했다. 남녀의 경우 역시 적당한 성생활을 통해 음양이 조화로게 섞이고 이상적인 건강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다. 그래서 중국에선 성생활이 터부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젊은이들에게 원 나이트는 일상화되었고, 남녀를 불문하고 불륜이 넘치는 불륜공화국이라고도 한다. 혼외정사와 매매춘이 만연하고, 직장불륜도 성행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살림을 차리는 사이버 결혼까지 유행한다고 하니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성행위는 다 한다고 보면 되겠다. 중국의 여성들도 혼외정사, 불륜에 적극적이란다. 요즘은 불륜을 즐기기 위해 부패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불륜과 부패가 한셋트로 움직이는 것이다. 불륜이 늘수록 이혼률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 덕분에 이혼전문 변호사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단다. 그야말로 막장 오브 막장이다.


첸구이쩌 문화라는 것은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우리식으로는 관행이라는 말로 풀이되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중국 역시 사회 곳곳에 관행이란 이름으로 온갖 악습이 퍼져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첸구이쩌 문화는 중국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일례로 중국의 병원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의사와 간호사에게 일정액의 사례비를 주는 것이 첸구이쩌인데 산모가 사례비를 주지 않자 의사가 산모의 치질을 치료한다면서 항문을 꿰매버렸다고 한다. 우리도 관행이 있긴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첸구이쩌가 가장 많은 곳은 연예계라고 한다. 연예인들의 40%가 몸로비로 연예계에 데뷔한다는 엄청난 통계도 있다. 연예계 뿐만 아니라 문화 학술계에서는 대필과 논문표절, 짜집기, 성상납, 조작, 사기가 관행으로 벌어지고 있고, 재계에서는 탈세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첸구이쩌라고 한다. 물론 탈세를 위한 엄청난 로비가 벌어진다. 정계에서도 첸구이쩌가 있다니 중국이란 사회는 썩을대로 썩어버렸다고 봐야할까?


이 외에도 책에는 이름으로 보는 문화, 숫자나 색깔로 보는 문화 등 전통문화와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있다. 가령 중국인은 숫자 8을 좋아해서 우리나라의 88올림픽을 너무나 부러워했다거나 영어 열풍이 거세고, 정부의 책사랑 정책으로 중국인의 독서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의외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인의 깊은 곳에 숨어있는 문화코드와 그들의 정신을 알게 되니 점점 더 이 중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미국의 뒤를 이어 G2가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해지기만 한다. 이렇게 썩고 대책없는 나라가 왜? 도대체 왜? 라는 궁금증이 더 깊게 남는다. 흥미를 위해 중국의 약점과 치부만을 모아서 보여준 것인지 이것이 중국인의 본모습인지 모르겠지만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깊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기는 하다. 중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필견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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