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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1 - 하, 상, 서주편 ㅣ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1
페이즈 지음, 하은지 옮김, 송은진 감수 / 버니온더문 / 2020년 7월
평점 :

최근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가볍게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한국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거의 필연적으로 중국의 역사를 함께 보게 된다. 좋건 싫건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던 나라였고, 문화적으로건 군사적으로건 영향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때론 중국을 받들고, 때론 중국에 대항하며 수레바퀴처럼 같은 역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의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알고 싶어졌는데 중국의 역사는 한국보다 상당히 다이나믹하고 변화가 많다보니 사실 좀 복잡한 면이 있다.
중국은 땅덩이가 넓은 만큼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국가가 땅을 나누어서 통치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었다. 삼국시대나 5호 16국시대, 5대 10국시대가 이에 속한다. 통일이 되면 나라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같은 나라라도 시기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이기도 해서 나라 이름도 많이 헷갈린다. 또 패권을 거머쥔 나라도 수시로 바뀌고, 통일을 했음에도 주변에 강력한 이민족이 존재하는 등 우리 한국의 역사와는 다르게 너무 변화무쌍해서 따라가기도 힘들다.
이렇게 어려운 중국의 역사를 인간이 아닌 고양이로 바꾸어서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중국사 속의 인물들을 12마리의 고양이 배우가 역사 드라마를 만드는 것처럼 연기를 하며 역사를 보여주기 때문에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중국사를 쉽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 단순히 사람을 고양이로 바꾼 것에 그치지 않고 드립을 치듯 해학적으로 일러스트를 그려놓아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역사를 접할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중국의 고대 국가인 하 왕조, 상 왕조(은나라), 주 왕조 때까지를 다루고 있다. 많이 들어본 춘추전국시대 이전까지의 이야기이다. 춘추전국시대나 삼국시대, 첫 통일국가인 진나라 같은 왕조는 귀에도 익고, 소설 등으로 많이 접했고, 당나라 청나라 등은 한국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많아서 한국과 연계해서 배운 기억도 나지만 하,상,주 왕조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고, 연대적으로 고조선과 매치되는 때라서 사실 역사시간 때도 그렇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하왕조 같은 경우는 문헌자료도 없이 약간 전설 상의 국가 같은 느낌이라서 대외적으로는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터라 더욱 우리에겐 생소하다.
세상이 만들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세 부족이 두각을 나타내었는데 북쪽의 황제, 서쪽의 염제, 동쪽의 치우가 그것이었다. 황제는 동물을 사랑했고, 염제는 농사를 사랑했고, 치우는 전쟁을 좋아했다. 서로 각축을 벌이다가 황제가 무시무시한 치우를 물리치고 결국 통일을 했는데 황제, 염제, 치우가 모두 주오하민족의 선조가 되었다는 스토리.
여기서 눈에 익은 단어가 하나 나온다. 바로 치우. 이 치우는 구려마을의 수장으로 매우 용맹하고 무기 만드는데 재주가 뛰어났다. 다른 부족이 석기를 이용할 때 치우는 금속으로 병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치우가 바로 2002년 붉은 악마의 상징이기도 했던 치우천왕을 뜻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치우천왕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 쪽의 자료에만 있을 뿐 한국의 정사에는 그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환단고기에는 치우천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치우에 대한 묘사와 금속을 사용했다는 점, 수도를 옮긴 것도 중국 역사서와 환단고기의 내용이 일치한다. 고조선은 청동기를 사용했다는 점도 치우가 치우천왕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준다.
말하자면 치우(천왕)은 고구려의 전신인 구려 임금으로 한국의 뿌리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걸 중국에선 자신들의 역사로 포함시켜버렸다. 2000년 초반부터 꾸준하게 이루어진 동북공정의 일환인 것이다. 중국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로 넣으려는 수작을 펼치고있는데 치우를 자신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것도 고구려를 가져가려는 사전작업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중국인이 쓴 책이다보니 이렇게 동북공정사관에 의한 내용이 들어간 것 같다.
고양이 배우들이 만드는 역사극이라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구성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중국의 역사를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어서 중국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추천할만한 책이다. 더불어 중국이 왜곡하고 있는 우리의 역사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