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 세계 문명을 단숨에 독파하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조 지무쇼 엮음, 최미숙 옮김, 진노 마사후미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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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방식은 고대문명의 탄생부터 현대까지 지구상의 모든 국가의 역사를 시간대별로 전부 암기하는 방식이다. 4대문명이 어디서 탄생하고 몇 년도에는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누가 어디를 통일하고.. 이런 식으로 전지구 단위로 역사를 배우게 되는데 관심도 없는 나라의 역사를 배우게 되면 역사적 의미와 맥락을 모른채 무작정 암기만 하게 되므로 흥미도가 떨어지고, 역사에서 관심이 사라지게 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그래서 그런 식의 모든 나라의 전시간대별 역사암기가 아닌 하나의 주요 도시의 역사를 통해 세계사를 살펴보며 거기서 전체적인 세계의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자고 한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인셈이다. 이로 인해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서 다른 도시와 국가적 영역으로 역사적 관점을 확장시켜 나가는 방법을 취해보자는 것이 취지이다.


세계사는 도시 문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왔기 때문에 세계 주요 도시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를 살핀다면 세계사의 전체 맥락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서울이란 도시의 역사를 통해 한국의 역사를 톺아보는 형식일 것이다. 혹은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이나 신라의 도읍지인 경주의 역사를 통해 한반도의 역사의 흐름을 알아보고, 반대로 국가적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 주요 국가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서도 살펴보며 유기적으로 역사공부를 해가는 재미있는 공부법이다. 책에서 다루는 국가들은 국가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주요한 하나의 거점으로 작용하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의 역사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공부하는 것은 분명 흥미롭고 유의미한 공부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총 30개의 도시가 소개되는데 지금은 사라진 고대의 도시부터 현재까지 번성하고 있는 세계의 주요 도시가 망라되어 있다. 서두에 그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슬로건과 역사적 의미를 한 줄 정리 해놓았고, 도시의 역사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것이 무엇인지도 소개한다. 지도상에서 도시의 위치가 어딘지 살펴보고, 도시 내부의 구조도 살펴보며 도시의 상징물과 상징적인 인물들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시의 이름은 익숙하지만 정확히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았는데 책을 읽다보면 지정학적 위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도시의 운명은 그 도시의 위치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안
삼국지를 읽은 사람에겐 장안이란 도시는 굉장히 익숙할 것이다. 장안은 수도의 대명사로 당대 최고의 거대도시이다. 장안은 지리적으로 국사적, 경제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오랜 기간동안 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때론 낙양으로 천도를 해서 장안이 몰락하기도 하는데 장안은 흥망성쇠를 반복하며 수도로서, 또 문화의 도시로 오래 지속되었다. 장안성은 풍수사상을 토대로 계획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음양사상을 토대로 좌우대칭의 배치나 유교적인 이상적 도시계획이 반영되었다는데 이렇게 거대한 도시가 만들어진 것은 왕권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베이징
북경은 현재 중국의 수도이다. 과거에는 지방도시였지만 지금은 세계 최대의 인구와 광대한 면적을 자랑하는 거대 도시가 되었다. 베이징은 중국의 동북부에 치우쳐있다. 중국에서 수도를 나타낼 때 한자 京을 쓰는데 북경은 북쪽 수도라는 뜻이 된다. 역사적으로는 지방도시였는데 북방의 이민족인 거란족이 이 지역을 침입해서 잡아 먹고 요나라를 건국, 베이징을 수도로 삼는다. 이때는 베이징이 연성으로 불렸는데 이후 다른 이민족들에 의해 주인이 여러번 바뀌며 명칭도 연성, 남경, 중도 등으로 여러번 바뀌었다. 그러다 몽골의 쿠빌라이 칸에 의해 원나라가 만들어지고 대도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즉, 베이징의 역사는 이민족 침략의 역사이고, 중국이 여러 왕조의 흥망성쇠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이다.


상하이
상하이, 상해는 중국 경제와 국제무역의 중심지이다. 지금은 중국정부의 4대 직할시 중 하나가 되었지만 시작은 양쯔강의 작은 항구마을에 불과했다. 상하이가 도시로 발전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일이다. 당나라 때 처음 상하이라는 명칭이 등장하는데 이때만해도 습지에 둘러싸인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상하이는 양쯔강 외에도 황푸강이 흐르기 때문에 배로 항저우 등의 내륙의 주요 도시로 갈수도 있고, 해외로 빠져나가 외국과도 교역이 가능한 지리상의 이점이 있다. 19세기 영국이 대량의 아편을 들여온 곳도 상하이였고, 아편전쟁이 발발하면서 상하이가 국제무대에 등장하게 된다. 외국과의 교류가 많은 도시가 그러하듯 상하이도 중국 속의 외국이 되었다고 한다. 청일전쟁 때는 일본의 아시아 진출의 거점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대규모 상업, 공업지대를 가진 중국경제를 지탱하는 용의 머리라고 불리는 것 같다.


동양권의 세계사에 관심이 많아서 중국과 일본 그외 아시아권 도시를 살펴봤는데 한국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일본에서 편찬된 책이라서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자신들의 추악한 역사를 기술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빠트렸거나 서양권에 대한 사대주의가 강한 일본의 입장에선 한국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홍콩이 빠져있는 것도 아쉬웠다. 홍콩과 대만에 대헤 자세히 알고 싶었는데 홍콩은 상하이 파트에 잠깐 언급이 나올 뿐이었다. 아무래도 홍콩은 그 역사가 짧아서 그런 것 같다. 일본은 수도 동경이 아닌 교토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동경으로 수도가 옮겨가기 전 천년고도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교토가 나온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책에서 다루는 도시들이 중국과 홍콩, 일본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유럽과 북미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책에는 대놓고 내가 사는 나라와 관련이 없는 아프리카나 라킨아메리카의 역사를 굳이 알아야하냐는 식으로 언급하는데 그럼 나와 관련이 있는 국가라는 것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물론 유럽이나 북미는 사람들이 여행도 많이 가고 싶어하고, 소위 문화적으로도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유산이 많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런 쪽의 국가만이 나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사대주의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할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일본인이 저술한 책이라서 그런 것 같다. 책의 취지가 관심도가 높은 국가의 역사를 통해 세계사를 배워보자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나라들이 선택된 것이겠지만 특정 대륙이 통째로 빠졌다는 것은 아쉬운 면이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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